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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가뭄 + 돈 홍수 … ‘A의 공포’ 눈앞

애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시작은 세계의 곡창인 미국 중부를 덮친 56년 만의 가뭄이었다. 이상 신호가 나오자 대규모 투기성 자금이 곡물 시장으로 몰려들어 가격을 더 올렸다. 물 가뭄과 돈 홍수의 합작품인 셈이다. 세계 경제의 신경은 곤두섰다. 외통수이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를 추스르려면 돈을 풀어야 한다. 그러나 돈을 풀면 물가는 더 오른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같은 딜레마가 세계 경제의 운신 폭을 좁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 가격이 국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4~7개월 후다. 한국 경제가 형편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바로 그 시점에 복병이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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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27일)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의 옥수수 선물 가격은 부셸(25.4㎏)당 7.98달러였다. 밀은 8.98달러, 대두는 16.84달러까지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밀은 40% 이상, 나머지 곡물도 20~30%씩 올랐다. 진원지는 미국 일리노이·인디애나주 등 중부의 곡창 지대다. 이 지역은 세계 곡물의 40%를 생산한다. 미국 가뭄감시센터는 가뭄 지역이 미국 전역의 63%(남한 면적의 61배)라고 밝혔다. 미 농무부는 올해 미국의 식품 물가가 2.5~3.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돈도 너무 많이 풀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유럽·일본·영국의 중앙은행이 푼 돈만 5조 달러(약 5700조원)에 이른다. 미국의 옥수수 선물 순매수 규모는 두 달 새 거의 두 배로 늘었다. 그만큼 곡물 시장에 투기 바람이 거세다는 얘기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면 각국 정부가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쓰기가 매우 곤란해진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식량 문제가 개발도상국에서 ‘아랍의 봄’ 같은 정치 상황을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8년에도 이집트·방글라데시 등 37개국에서 식량 폭동이 일어났다.

 한국 정부도 비상이다. 국제 곡물가를 그대로 반영하면 내년 초 제분(밀) 가격은 6월 대비 27%, 옥수수 전분 가격은 14% 오른다. 밀 가격이 오르면 밀가루 값이 뛰고, 밀가루가 오르면 과자나 칼국수 값이 오른다. 김응본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연말까지 필요한 곡물은 이미 확보한 상태지만 비상 사태에 대비한 수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경제 심리다. 지난 21일 청와대의 내수 활성화 ‘끝장 토론’의 목표는 개별 대책이 아니었다. 정부가 경제를 챙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경제 심리가 위축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장바구니만큼 심리에 영향을 주는 체감 지표는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실물 이상으로 심리의 중요성이 커진 시점”이라며 “농산물 물가는 이 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영훈·고란 기자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업(Agriculture)과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 물가가 덩달아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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