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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짚신도 짝이 있다’는 옛말이다 남자 짚신과 여자 가죽신은 짝조차 찾기 힘들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난주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로 본 서울 남성의 삶’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서울에 사는 35~49세 남성의 5명 중 1명은 한 번도 결혼해보지 않았단다. 1990년 2만4239명이던 35~49세 미혼 남성이 2010년에는 24만2590명으로 늘었다. 불과 20년 사이에 말이다. 같은 나이대 미혼 여성 증가율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왜 남자가 더? 경제적 이유가 크다는 분석이다. 학력만 따져도 35~49세 미혼 남성은 고졸 이하가 52.4%이고 같은 나이 미혼 여성은 대졸 이상이 61%였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옛말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가 보다. ‘남자 짚신’과 ‘여자 가죽신’은 짝조차 구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명언은 많다. 철학자 키르케고르(1813~55)의 너무나도 유명한 말. “결혼하라.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마라. 그래도 후회할 것이다.” 프랑스의 기자·미술사학자 그랑 카르트레(1850~1927)는 같은 의미를 좀 더 가볍고 재치 있게 표현했다. “독신과 결혼의 차이는 단 한 글자다. 지루함과 지루함들.” 그러나 역사적으로 독신자가 환영 받은 적은 드물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아이를 낳지 못한 이는 ‘다리가 끊긴 사람’으로 불렸다. 죽어서 저세상으로 건너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옛날 이스라엘 독신자는 인간 취급도 받지 못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세기),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전도서) 등의 구절을 보면 성경도 독신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조선 후기의 가사 ‘노처녀가’는 40세 되도록 자신을 노처녀로 방치한 부모를 향해 “노망한 우리 부모 날 길러 무엇하리 / 죽도록 나를 길러서 잡아먹을까 구워먹을까”라고 탄식한다. 독재자 히틀러는 우생학 때문에, 무솔리니는 식민지 확대를 노려 독신자에게 독신세(稅)를 물리기도 했다.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남녀가 독신생활을 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니 굳이 탓할 게 없다. 소통의 방식과 수단이 발달한 요즘은 예전처럼 ‘독신=고독’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성인남녀 간 교제가 반드시 결혼을 전제로 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내연(內緣)의 관계’라는 말이 예전에는 왠지 음습하고 칙칙했다. 곧바로 ‘치정(痴情) 살인’이라는 신문기사 제목으로 이어질 듯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부부’ 대신 ‘커플’, ‘배우자’ 대신 ‘파트너’라는 말이 한국에서도 자주 등장할 날이 멀지 않은 느낌이다. 그래도 안쓰럽다. 독신이 고독을 벗어난 것은 반갑지만, 남성의 ‘독신=저소득’이 확인된 것은 가슴 아픈 현상이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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