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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치욕스럽고 괴로운 위안부 얘기 영화로 만들어 세계 모든 관객의 가슴을 찢어놓자

[일러스트=강일구]


영화가 끝나도 자리를 못 뜨고 올라가는 자막을 끝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면, 그 영화는 좋은 영화다.



 오랜만에 그런 영화를 봤다. 샌프란시스코의 딸 집 거실에 앉아서 팝콘 대신 새우깡을 집어먹으며 본 ‘금릉십삼채’. 영문 제목은 ‘The Flowers of War’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 영화라 내심 기대했었는데 초반부엔 스케일이 예전만 못해 밍밍했었다. 하지만 중반부로 갈수록 가슴이 뒤틀리더니 속도 거북해지며 머리가 띵했다. 그건 내 몸 어딘가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증거다.



 1937년 12월, 난징을 함락한 일본군 병사들이 중국 민간인, 특히 여성이라면 닥치는 대로 강간하고 살해한 난징대학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여자 아이만 보면 ‘처녀다’ 소리치며 달려드는 일본군 병사들을 보고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위안부’ 역을 맡았던 채시라도 생각나고 변영주 감독의 정신대 할머니 다큐영화 ‘낮은 목소리’도 떠올랐다. ‘하루에 30~40명을 상대하기도 하고 반항하면 죽도록 맞거나 팔다리를 절단당한 채…’ 차마 내 입으로, 내 손으로 전달하기도 힘든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



 설마 잊을 리가 있겠느냐마는 그저 불쌍하단 생각만 했었는데, 막상 그 할머니들이 영화 속 저 어린 나이에 저렇게 당했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피가 끓었다. 결국 중국인이 만든 영화가 내게 불을 붙인 셈이다.



 군대 위안부. 일본군이 점령하는 곳마다 하도 강간을 해대 그들을 위안하려고 모집하기 시작했다는데, 한국 여성이 제일 많단다. 들에서 나물 뜯다가 끌려가고, 친구 집에서 놀다 집에 가는 길에 납치되고, 일자리 준다고 사기쳐서 꼬여내고. 그래놓고선 자발적 지원이란다. 열네 살 여자애가 위안부 되려고?



 위안부 소녀상. 말뚝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더니 엊그제는 비 오는 날 우산 씌워준 경찰관이 화제다.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도 계속 진행 중이다. 정신대 할머니들 다 돌아가셔도 이런 시위, 이런 관심 계속될까.



 영화를 만들자. 외교적인 문제로 제작사 찾기 힘들면 다같이 ‘대~한민국’ 하면서 금 모으기 하면 되고, 장이머우보다 훌륭한 감독 널렸고, 제작기술·배우들 다 최고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위안부 대신 ‘일본인 성노예’라고 표현하던데 세계적으로 먹힐 승산도 크다. 입을 떼기조차 치욕스럽고 괴로운 얘기. 이제 영화로 하자. 세계적인 영화제를 타깃으로 스펙터클한 화면, 눈물의 스토리, K팝 스타의 춤과 노래 모든 걸 어영부영 즐기다 보면 어느새 모든 관객의 가슴이 찢어지는 그런 영화.



 전쟁을 일으켜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일본 군인들이 싸움질해댈 때 왜 우리 젊은 여자들이 그들을 위안해야 했는지. 그 대답은 영화를 본 관객에게 듣자.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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