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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에…추해" 미국팀 올림픽 유니폼 보니

이제 올림픽 개막식의 선수단 입장은 패션디자인 콘테스트와 다를 바 없어졌다. 수십억의 전 세계 TV 시청자들이 ‘프로젝트 런웨이’의 심사위원들처럼 팔짱을 끼고 앉아 유니폼을 바라보며 ‘진보한 디자인과 진부한 디자인’을 가려낸다.

그들은 디자이너를 불러 세워놓고 합격·탈락을 외치지는 않지만 대신 웹과 SNS에 베스트·워스트 리스트를 올린다. 특히 워스트 유니폼 리스트는 웃을 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급속히 전파되기 때문에 각국 올림픽위원회와 디자이너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이렇게 올림픽은 운동경기에서뿐만이 아니라 유니폼 디자인 같은 예술 분야에서도 국적을 걸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그러다 보니 본래 세계인의 친목과 평화의 장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각국의 내셔널리즘이 두드러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랄프 로렌의 ‘메이드 인 차이나’ 미국팀 유니폼 논란처럼 말이다.

랄프 로렌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미국팀 유니폼을 맡았는데, 그때 개막식 ‘런웨이’의 우승자라고 할 수 있었다. 네이비블루 블레이저 재킷과 흰 바지, 흰 베레모는 명문사립학교 교복 같은 클래식한 느낌에 스포티한 산뜻함을 더해서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고, 베스트 유니폼 리스트에 빠지지 않았다.

이제 곧 시작되는 런던 올림픽의 경우 개최국 영국에서는 스텔라 매카트니, 이탈리아에서는 조르조 아르마니 등 각국의 거물 디자이너가 유니폼 디자인에 뛰어들었는데, 여기에는 바로 2008년 랄프 로렌의 성공의 영향이 클 것이다. 한국도 이번 올림픽 유니폼에 공을 많이 들였다. 빈폴이 디자인한 개막식 선수단복은 며칠 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온라인판에서 “아주 세련됐다”는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랄프 로렌의 이번 런던 올림픽 미국팀 유니폼(사진)은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타임은 그 개막식 유니폼을 워스트 리스트에 올리면서 “중국산 논란을 제외하더라도 일단 디자인이 추하다…. 드라마 ‘가십걸’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프레피(비싼 사립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스타일 옷”이라고 했다. 그러나 호평을 많이 받은 2008년 유니폼도 프레피 룩에 가까웠다. 물론 리스트를 선정한 기자의 취향이 ‘안티-프레피’일 수도 있겠지만, 역시 중국산 논란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싶다.

이 유니폼의 디자인은 랄프 로렌이 했지만 생산은 중국에 아웃소싱했기 때문에 라벨에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적혀 있다. 이 사실을 지난 11일 미국 ABC방송이 보도하자 미국 의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창 서로 으르렁대고 있던 민주당과 공화당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며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의류산업이 침체하고 실업률이 치솟는 마당에 이게 웬일이냐며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USOC는 유니폼을 몽땅 회수해서 쌓아놓고 불에 태워버려라”라고 일갈했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조차 “그들(USOC)이 이런 것도 모를 줄이야”라고 말했다. 곧 민주당 상원의원 6명이 개막식·폐막식 미국팀 유니폼을 자국산으로 제한하는 법안까지 추진하겠다고 했다.

결국 USOC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부터는 미국팀 유니폼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기로 랄프 로렌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논란은 상당히 아이러니컬하다.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가 비교우위론을 제창한 이후 국제 분업과 자유무역은 정당성을 띠게 되었고 그 정당성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주장해온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다.

이제는 리카르도식의 상품별 국제 분업을 넘어서서 한 상품의 생산공정 내에서도 국제 분업이 이루어진다. 애플 아이패드에도 삼성전자 부품이 들어가고 삼성 스마트폰에도 다른 국가의 부품이 들어간다. 랄프 로렌의 ‘중국산’ 미국팀 유니폼도 국제 분업의 결과물일 뿐이다.

게다가 민주당 상원위원들은 유니폼을 미국산으로 제한하는 법안에서 선수들의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 유니폼은 제외하겠다고 했다. 즉 국산품 애용 강제가 최상의 기능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막아 비효율적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기껏 개막식·폐막식 유니폼만 미국산으로 강제한다고 의류산업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결국 이것은 대선을 앞두고 나온 정치쇼의 성격이 강하다. 불행히도 내셔널리즘에 호소하는 이런 정치쇼는 어느 나라에서도 비교적 잘 먹힌다-특히 경기가 나쁠 때에는. 세계 화합의 장인 올림픽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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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