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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노릇 두부에 매실된장 드레싱 와인과 환상 궁합

남자들은 집에서 말이 없다. 아마 대부분 그럴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단어의 숫자만 조금 더 많고 말하는 형식만 좀 다를 뿐이지 그저 자기가 필요한 말만 몇 마디 하고 그치는 때가 많다는 점에서 보면 같은 부류로 분류되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사실 마음은 안 그런데 왜 이렇게 내가 집에서 말이 없는지 곰곰이 한번 생각해 봤다. 돌아가신 아버지께는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유교적인 사고방식이 엄격하셨던 아버지께서는 항상 진중하게 생각하고 언행을 가볍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시는 가운데, 자고로 남자란 말을 많이 하는 법이 아니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계셨다. 말씀을 많이 하시는 대신에 주로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고난도의 의사소통 기법을 많이 사용하셨는데, 때로는 전심(傳心)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가족과 소통불능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의 이런 무뚝뚝한 면이 너무 무심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덧 내가 나이가 들고 보니 어느샌가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 초기에는 그래도 아내와 꽤 대화를 많이 했었다. 한참 뜨거웠던 시절이기도 하지만 막상 결혼하고 보니 남자와 여자는 너무도 달라서 서로 맞춰가기 위해서는 대화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처럼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다르다는 얘기가 공감이 가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서로가 익숙해지고 아이들도 생겨서 집안 식구가 많아지고 하면서 점점 대화가 줄어들었다. 아니, 사실은 내가 말이 줄어들었다. 옛날의 아버지 모습으로.

요즘 들어서는 어느새 습관이 되어서 내가 말이 없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집사람이 한마디씩 불평하는 것을 들을 때면 내가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었다. 어쨌건 부부간에는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대화를 하면 서로 소통이 되고 소통이 되면 부부간에 있던 문제도 없어지는데 아무래도 내가 아버지의 이심전심 기법의 효과를 너무 믿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곰국 몇 달치와 함께 혼자 남겨지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뭔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마음먹고 간단한 안주를 만들어서 집사람과 와인을 한잔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최근에 이런저런 일로 서로 부딪쳐서 좀 서먹하기도 했던 참이다. 어떤 안주를 멋지게 만들어 볼까 하고 고민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교토푸(Kyotofu)라는 레스토랑에서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일본 교토의 두부 요리에서 영감을 받은 미국인들이 만들어서 뉴욕 맨해튼에서 유명해진 세련된 브런치, 디저트 전문 식당이다. 한국 본점의 주방책임자인 박광희 셰프는 매실 된장소스를 곁들인 두부 카프레제(Caprese) 샐러드를 추천해 주셨다.

카프레제 샐러드는 원래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로 만드는 이탈리아 남부 카프리(Capri)섬 스타일의 샐러드다. 이것을 치즈 대신 두부를 이용해 만드는 것이다. 소스도 원래는 발사믹 소스를 사용하는데 독특하게 매실 된장소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변형됐다. 두부와 토마토, 매실과 된장의 결합이라니 왠지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물씬 든다. 굳이 표현하면 이탈리아 음식 스타일에 일본식 감성과 뉴욕의 세련미가 결합된 퓨전 건강 샐러드라고나 할까.

만드는 방법은 참 간단했다. 두부를 적당한 사이즈(4×3㎝ 정도)로 썰어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놓은 다음에 10분 정도 재어 놓는다. 소금을 뿌려서 재어 놓으면 수분이 빠져서 더 단단해지고 요리를 했을 때 식감이 더 좋아진단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두부를 노릇노릇하게 부친다. 토마토를 반달 모양으로 모양 있게 썰어서 준비한다. 매실 된장소스는 매실주스(혹은 매실 농축액), 올리브유, 미소된장, 올리고당, 다진 양파를 섞어서 만든다. 새싹 채소를 준비해 간장과 올리브유를 섞어 살짝 간을 해준다.

이렇게 하면 일단 준비가 끝난다. 토마토와 두부를 차례대로 보기 좋게 쌓아서 늘어놓고 매실 된장소스를 위에 뿌린다. 간이 된 새싹 채소를 곁에 올려 내면 음식은 모두 완성이다. 재료가 준비돼 있으면 한 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다.

휴일 오후, 주방에서 혼자 뚝딱거려서 두부 카프레제 샐러드를 만들어서 와인과 함께 차려놓고 아내를 불렀다. “이게 웬일이에요?” 하고 낯설어 하면서도 싫지 않은 눈치다. 이런저런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고 간다. 부부 사이란 가깝게 지내려면 한없이 가깝고 멀게 지내려면 아주 멀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이렇게 함께 앉아 좋은 분위기에서 얘기를 하고 있으니 최근 좀 서먹서먹했던 느낌이 어디 갔나 싶게 싹 없어진다.

이 글을 읽고 속이 뜨끔한 가장이라면 일단 이 방법을 써보실 것을 권해 드린다. 시작이 반이다. 지금이라도 개과천선을 하면 우리는 구제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아직 나는 믿는다.




재료
두부(부침용으로 단단한 것), 토마토, 새싹 채소(어린잎 채소), 간장, 올리브유, 매실주스(혹은 매실농축액), 미소된장, 올리고당, 양파(다진 것)

준비
1. 두부를 적당한 사이즈(4×3㎝ 정도)로 썰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놓은 다음 10분 정도 재어 놓는다. 소금을 뿌려서 재어 놓으면 수분이 빠져서 더 단단해지고 요리를 했을 때 식감이 더 좋아진다.
2.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두부를 약간 노릇노릇하게 부친다.
3. 토마토를 반달 모양으로 잘라서 준비한다.
4. 매실 된장소스를 만든다. 2인용 분량: 매실주스(혹은 매실농축액에 물을 탄 것) 반 컵, 올리브유 한 스푼(밥숟가락), 미소된장 한 스푼(찻숟가락), 올리고당 두 스푼(밥숟가락), 양파 다진 것 4분의 1개를 섞어서 만든다. 소스로 사용할 것이므로 맛을 보면서 좀 진하게 맛을 조정한다.
5. 새싹 채소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간장과 올리브유를 조금 넣고 간을 한다.
6. 토마토와 두부를 차례대로 보기 좋게 쌓아서 늘어놓고 매실 된장소스를 위에 뿌린다. 간이 된 새싹 채소를 곁에 함께 올려 내면 완성이다.

교토푸(Kyotofu)
일본 교토의 두부 요리에서 영감을 받은 미국인들이 2006년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해 성공을 거둔 두부 관련 요리, 디저트 전문점이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에 들어왔다. 미국 본점에서 도입한 두부 요리와 한국에서 새롭게 개발한 요리 등을 통해 세련된 스타일의 브런치와 디저트를 제공한다. 교토푸라는 이름은 교토(Kyoto)와 두부 (Tofu)의 합성어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2-1,02-749-1488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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