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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교육·주거 삼중苦… “은퇴 후 오래 살까봐 걱정”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직장에서 은퇴한 후 걱정거리를 조사했더니 “오래 사는 게 불안하다”는 답변이 절반 넘게 나온 게 2차 베이비부머다. 자신은 직장에서 내몰리지만 없는 돈에 빚을 내서라도 자식들은 학원에 보낸다. 자녀 교육비와 주택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그래서 일자리와 주택비를 해결하는 게 시대정신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모아놓은 재산도 많지 않다. 하지만 은퇴 준비는 시작도 못 한다. 대부분 재산도 집 한 채가 전부다.

2차 베이비부머는 1968~74년생이다. 경제 발전을 향한 기대감이 부푼 시대에 한 해 평균 85만 명이 태어났다. 약 59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4%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라고 하는 55~63년 출생자를 능가하는 또 다른 인구집단이다. 이젠 30대 후반~40대 초·중반으로 우리 사회의 허리가 됐다.
2차 베이비부머들은 앞으로 최소 10년간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진 빚을 갚아야 하는 동시에 부모의 노후도 챙겨야 한다. 교육·주택·의료·노후 등 모든 분야에 이들의 생활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깊이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이들이 각종 정책에 누구보다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교육에 대한 2차 베이비부머들의 열의는 누구보다 뜨겁다. 교육비는 포기할 수 없는 고정지출 1위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주부 홍순애(42)씨는 한 달 지출의 절반 이상인 200만원을 두 아이의 학원비로 쓴다. 홍씨는 “화장품은 주로 샘플을 쓰고 다른 지출도 최대한 아끼지만 아이들 교육비는 아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97년 외환위기 때 취업시장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이후 신자유주의가 일상이 된 환경에서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다. 자연히 자녀가 경쟁에서 잘 살아남는 방패를 쥐어주는 일에 관심이 크다. 교육은 그들이 결론 내린 가장 효과적인 방패다. 홍씨는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면 우리 아이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미리 선행학습으로 진도를 빼놓으려 한다”고 전했다. 서울 등촌동에 사는 주부 김수연(39)씨도 “내가 다른 일을 하나 더 하더라도 교육비는 줄이고 싶지 않다. 제대로 교육받지 않으면 평생 밀리는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실에 집중 미래 불안감은 더 커
눈앞의 현실을 꾸려가는 데 집중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크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이동기(43·자영업)씨는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애들이 우리 노후 대책’이라고 한다”며 “노후 대비나 저축은 생각도 못 한다”고 털어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2차 베이비붐 세대 은퇴 대응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총 자산은 평균 3억7000만원이다. 이 중에서 부동산이 3억1000만원(약 83%)으로 금융자산 비중은 20%도 안 된다. 빚내서 마련한 집 한 채가 거의 유일한 대비인 셈이다.

이들은 절반 이상이 은퇴 준비를 시작하지 못했으며 ‘오래 사는 것’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남궁영(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선진국은 복지 정책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 자신의 10년, 20년 후를 쉽게 그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안정적 정책이 없어 이런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회적 안전망이 체계적으로 짜여 있지 않은 탓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개인의 지출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부담인 사교육비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부천에 사는 직장인 권용민(41)씨는 “교육비를 줄여 저축을 하자고 했더니 오히려 아내한테 ‘아이가 남들보다 못했으면 좋겠느냐’는 타박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나는 학원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내는 무조건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식을 위한다는 논리에 이길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학력 위주의 경쟁사회 틀이 바뀌지 않는 이상 개인의 ‘구조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원하고 있다. 권씨는 “솔직히 교육비로 다른 곳에 돈을 쓴다면 삶이 훨씬 안정적이고 윤택해질 것 같다”며 “나라가 내 삶을 신경써주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이 세대 정치인들도 같은 세대의 이러한 요구에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나라 틀 바꾸기를 원하는 세대
68년생인 홍지만(새누리당) 의원은 “이 세대는 ‘틀’을 바꾸길 원한다. 내 삶을 꾸릴 수 있는 복지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71년생 정호준(민주통합당) 의원도 “우리는 국가적 어젠다보다 자기 삶에 더 집중하게 된 첫 세대”라며 “특히 부동산과 교육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접한다. 어떤 정책이 좋을지 고민이 늘었다”고 말했다. 역시 71년생인 김희정(새누리당) 의원은 “이제 정치는 애 키우는 문제를 걱정할 책임이 있다. 삶을 예측할 수 있는 안정적 복지가 가장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불안감은 개인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은퇴를 시작한 1차 베이비부머들에 대한 마땅한 사회적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약 15년 후면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시작한다. 이들이 노후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채 노령인구에 진입하게 되면 사회적인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택수(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열심히 일해놓고도 나중에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며 “이 세대를 위한 복지 혜택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이 세대를 뒷받침할 경제인구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나현 기자, 문창석 인턴 기자 rkds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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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