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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급전선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국방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전군에 보급 중인 신형 디지털 전투복이 ‘찜통 군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형 전투복처럼 여름· 겨울용 구분 없이 사계절용으로 제작하면서 땀 배출과 통풍이 잘 안 되는 소재를 채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육군과 해군은 소매를 걷지 못하게 돼 있어 사병들 사이에서는 ‘전투복 아닌 땀복”, “사우나 속에서 지내는 기분”이라는 반응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신형 전투복을 지급받은 상당수 장병이 이를 외면한 채 구형 전투복을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구형 전투복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게 구매한 전투복이 이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음에도 국방부는 책임감과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24시간 전투상황에 대비하고, 익숙해져야 하는데 여름이라고 소매를 걷으면 안 된다”며 한 술 더 뜨니 말이다. 새 전투복은 구형에서 사용한 레이온 대신 면(綿)이 섞여 있어 땀 흡수는 잘 되는 대신 통풍에 결함이 있다고 한다.

60만 장병이 잠잘 때를 제외하고 항상 입고 지내는 전투복이 이래서는 곤란하다. 국방부가 당사자인 사병들 대신 납품업자의 말만 듣고 이런 옷을 결정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보급품을 둘러싼 국방부의 허술한 업무 처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신형 전투화’라며 일선 부대에 보급한 군화가 한 달도 안 돼 가죽이 찢어지고 피막이 벗겨져 다시 교체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당시 국방부는 “국내 유명 아웃도어 회사가 납품한 기능성 전투화”, “미군 전투화보다 우수하다”, “장관님도 착용하고 계시다”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게 다가 아니다. 2년 전에는 물이 새고, 밑창이 떨어지고, 심지어 1만3000여 족에서 짝짝이가 발견돼 군과 납품업체 간의 유착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때 국방부는 군화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며 불량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정밀 조사에 나섰지만 결과는 올해 초 가죽이 찢어지는 불량 전투화의 무더기 발견이었다. 보급 담당 부서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고선 일어날 수 없는 ‘불량 보급 릴레이’다.

우리 민간업체들이 만드는 아웃도어 등산화와 등산복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그런데 왜 군에만 가면 품질이 이 모양인가. 낮은 가격을 맞추지 못해 납품업자가 저질의 원료를 쓰고 박음질을 대충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중간에서 돈이 새나가고 있기 때문인가. 땀복 전투복은 누가 결정했는지, 불량 전투화의 원인은 뭔지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가려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군 보급은 전투시는 물론 평시에도 중요하다. 군 전투력과 사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50도 가까운 나라에서 찜통 전투복을 입으라며 사계절용이라고 강변하는 간부가 국방부 요직에 있다는 자체가 우리 군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것 아닐까. 작전·경계의 실패 못지않게 보급의 실패도 두려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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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