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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이 싸우든 협력하든 한반도는 요동 … 네트워크를 전 세계로 확대할 때

18일 오후 ‘한국사회 대논쟁’ 좌담회에 참석한 학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용덕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 문정인 연세대 교수, 안덕근 서울대 교수, 최상연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최정동 기자
최상연 정치에디터=냉전 시대 소련을 잇는 미국의 새로운 대항마로 중국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중국이 2000년대 이후 미국의 헤게모니를 따라잡는 ‘Catch-up 국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현재 국제질서를 G2 시대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거버넌스가 불안해 미·중이 힘의 균형을 이루는 건 아니란 얘기다. 먼저 G2 시대란 뭐고, 이를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봐야 하는지 이야기해보자.

문정인 연세대 교수=G2란 개념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박사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쓰기 시작했다. 경제 분야에선 미 국제경제연구소 프레드 벅스텐 소장이 개념을 잡았다. G2란 개념은 G7에서 비롯됐는데, 기본적으론 힘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배분되느냐를 보는 것이다. 한 국가에 힘이 쏠려 있을 땐 패권, 두 국가라면 양두 지도체제다. 삼두 체제나 냉전 시대와 같은 양극 체제도 있을 수 있다. G2는 주로 미국에서 쓰는 말이다. 중국 부상은 필연이니, 미국과 함께 세계를 운영해나가자는 뜻에서 사용한다. 중국 사람들은 굉장히 싫어한다. 브릭스(BRICs) 국가 수준의 중국에 미국이 부담을 주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 패권을 믿는 학자들은 G2를 난센스라고 본다. 전 세계의 룰을 만들고 결정하는 건 여전히 미국이란 뜻에서다. 그런 점에서 G2는 아직은 하나의 현실태라기보다 미래의 가능태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벅스텐 소장은 2004년에 주로 경제 차원에서 G2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미·중이 실질적 G2로 부상했다. 여기에 키신저 전 장관이 안보 차원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전망했다. 중국 학자들은 G2란 개념에 대해 대부분 방어적이다. 미국이 G2를 제기한 게 중국에 더 많은 책임을 지우게 하고 위안화 절상 등 압력을 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의심한다. 하지만 중국의 명목 GDP는 세계 2위고, 군사비 지출도 미국 다음인 두 번째라 할 수 있다. G2 시대를 완전히 부정할 순 없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중국 부상과 G2 개념은 구분해야 한다. G2는 현실이 아니라 미래 파워란 이야기도 나왔는데, 파워란 게 다중적이다. 군사력이나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상태가 된다는 건 지난한 일이다. G2를 받아들이는 민감도도 지역마다 다르다. 유럽에선 잘 안 쓴다. 중국 영향력을 많이 느끼는 아시아에선 수용도가 크다. 일본은 냉전 시기에 가장 두려운 나라가 소련이었다. 냉전 이후 1990년대부터 소련에서 중국으로 변했다. 그런 위협 인식이 2000년대엔 아주 커졌다. 상징적으론 2010년 중국이 GDP 규모에서 일본을 앞서자 중국의 대국화와 G2를 순응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일본이 중견 국가(미들 파워)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따라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과 가깝게 지내려는 노력이 나타난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정치에선 라이벌이 대두하면 경쟁이 심화돼 전쟁으로 번진다. 그러나 경제 영역에선 경쟁이 선이다. 경쟁해야 더 좋은 게 나온다. 중국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은 경제인에겐 기회다. 실제로 한국에서 그랬다. 10년 전 미국에서 IT 거품이 꺼지는 큰 위기가 왔을 때 우리는 중국 시장으로 잘 피해나갔다. 그런 경험 때문에 중국을 어려운 경쟁 상대로 생각하면서도 굉장히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는 인식도 많다.

정용덕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양강 체제의 두 국가는 협력할 수도 있지만 갈등할 수도 있다. 이들이 협력해 새로운 룰을 만들면 우리는 배제될 수 있다. 협력하지 않고 싸움을 벌이면 우리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한국 외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이태환=중국이 미국에 도전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경제는 전 세계가 중국을 바라보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우리에게도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한·중 관계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으나 아직 우리가 바라는 만큼 긴밀한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 규모가 커지고 강대국화되면서 중국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 중 하나는 미·중의 전체 틀 속에서 한·중 관계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중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며 경쟁이 심화되는 면도 있으나 미·중 관계가 대립과 충돌로 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런 전제에서 한·중 관계는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어가야 한다. 북한의 도발 억지나 유사시에 대비해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가 서로 배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숙종=미·중 관계는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만, 미·중 관계가 직접적으로 나빠지는 건 한반도와 큰 관계가 없다. 양안(兩岸) 관계, 중국 인권, 티베트 이슈가 크다. 다만 북한 변수는 미·중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처럼 북한 위협이 증가하면 한·미 동맹의 가치는 커진다. 중국이 아무리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도 안보 동맹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미국과 동맹하고, 일본은 미국과 동맹하고 있으니 한·미·일이 가까워지는 건 당연하다. 지금은 공교롭게도 중국이 북한 붕괴를 우려해 떠받쳐 주는 형태다. 그런 단계에서 김정은 정권이 우리에게 도발하면 중국과의 관계는 삐걱댈 수밖에 없다. 결국 한·미 동맹의 바탕에서 한·중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과 잘 지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경제 논리로만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건 단순하다. 북한과 평화가 공존되면 중국과도 정치·안보 분야의 협력이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안덕근=한국 입장도 그렇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경제 교역 대상이다. 한국의 중국 투자가 급증하기 때문에 중국은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면서 과거 우리가 일본을 벤치마킹할 때 쓰던 산업 전략을 펴고 있다. 과거 한국은 중국에 좋은 모델이고 지금 한국은 의미가 큰 파트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중국이 더 적극적이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전통적으로 북한 위협 때문에 많이 나온다. 그런데 한·중 FTA를 강하게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도 똑같이 북한 때문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산업화를 시작한다 해도 현재 시스템이라면 팔 데가 없다.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무역을 막아버려서다. 유일한 탈출구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한국산으로 FTA 통해 수출하는 거다. 문제는 한·미 FTA가 개성공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걸 뒤집는 게 한·중 FTA다. 중국은 긍정적이다. 중국이 받아들이면 EU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한·미가 다시 다룰 여지도 있다.

문정인=한·중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는데도 원만치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북한 문제 때문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북한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개념 계획 5029다. 북한 급변사태 시 한·미가 연합군사 개입을 통해 북한의 안정화 작전을 하겠다는 얘기인데 중국이 이를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둘째는 이명박 정부가 주장해온 가치 동맹이다. 중국은 자기식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나라다. 가치 동맹이라면 미·일과 연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냐란 의문이 나온다. 게다가 6자회담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가장 잘 했다’고 자랑하는 외교 업적이다. 이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게 한국 정부다. 중국 통계를 보면 지난 1년간 한국은 69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냈다. 일본엔 여전히 무역 적자가 크다. 중국 입장에선 돈은 중국에서 벌어 일본에 갖다바치고 군사동맹은 미국과 한다는 정서가 있다. 중국이 중요한 이유는 경제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북한 핵문제를 풀고, 통일의 성격과 방향을 정하는 데도 중국이 중요하다. G2 개념을 떠나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연결돼 있다. 차기 정부가 역점을 쏟아 관리해나가야 할 문제다.

이태환=한·중 간의 문제는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략적이란 뜻은 양자만이 아닌, 지역적·글로벌 차원의 세계 질서까지 같이 논의하고 협력하자는 얘기다. 이제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관계가 한·중 관계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이 2010년부터 아시아로의 회귀 방침을 선언하면서 중국은 미국의 의도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한·중 관계에서 미국을 의식하면서 대미 정책과 연계해 고려하는 경향이 증대하고 있다. 우리도 한·중 관계에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문정인=중국과 우린 전략적 어젠다를 다뤄본 적이 없다. 북한 핵문제를 제외하고 우리가 중국과 심층적으로 다룬 의제가 뭐가 있나. 북한 문제를 보면 우리가 중국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다거나 천안함·연평도 문제와 관련해 북한 편만 든다고 중국을 비난한다. 하지만 중국도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포지션만 정해놓고 선언적으로 중국을 비난하기보다 역지사지 심정으로 중국이 왜 그러는지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숙종=한국은 중국을 친구로 생각했는데 천안함·연평도 사건에서 중국이 북한을 더 우선적으로 대하지 않았나. 배반감이 당연하다. 한국이 왜 사후에 중국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꾸로 중국이 한국을 배려했다면 왜 남북한에 대해 좀 더 공평하게 나서지 않았나. 그 상황에서 한국이 더 잘했어야 한다고 꾸짖기보다 중국이 외교적으로 더 잘했어야 한다고 본다.

정용덕=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란 게 우리가 주도권을 잡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결정하는 외생 변수도 중요하다. 어느 쪽이 더 결정적일까. 앞으로 미·중은 어떻게 나갈 것으로 보나. 전망을 해보자.

이숙종=일본은 중국 부상에 큰 위협을 느낀다. 우파에선 해외파병 자위대에 집단 교전권을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 절차적 하자가 있는데도 원자력기본법에 ‘안전 보장’이란 문구를 넣어 개정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과 정치·안보적으로 좀 더 협력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군사·안보 논리론 한·일 관계가 가까워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항상 일본보다 중국이 중요했다. 일본과 가까워져 중국을 봉쇄하는 모양이 되면 곤란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한·일 간엔 독도·종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G2 시대가 열리면서 일본과 중국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상호 인식은 나빠졌다. 하지만 중국이 보는 한국·일본이 보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좋다. 한국이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안덕근=한국은 이미 미국과 FTA를 했고, 그것 때문에 한·중 FTA에 속도가 붙었다. 일본은 어려운 입장이다.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 한·중·일 FTA를 했을 때 전 세계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국가를 하나만 꼽으라면 일본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미국과 FTA를 하기엔 현실 정치의 어려운 문제가 있다. 우리가 한·미, 한·EU FTA를 하면서 일본으로부터의 투자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지금 일본 국내에선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확산되고, 얼마 전엔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에 대한 전쟁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한·일 관계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정인=G2가 된 이상 미·중이 싸우든 협력하든 제일 어려운 입장에 선 나라가 한국·일본이다. 거기서 한·일이 협력해야 할 길이 나온다. 그러려면 한·일이 중,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양자 동맹 틀에서 벗어나 공동 안보, 집단 안보에 기초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경제공동체도 서둘러야 한다. 여기에서 일본은 평화 헌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대국이 되려는 야망이 없다는 걸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집단적 방어권을 위한 개헌 논의나 원자력기본법에 안보조항 삽입 등은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나와야 한다. 한국도 달라져야 한다. 한·미 동맹 지상주의로 가선 안 된다. 세 차례 전쟁을 치르고 독일을 통일시킨 비스마르크는 1870년부터 향후 20년 동안 절묘한 균형 외교를 했다. 모든 국가와 선린 관계를 맺어 베를린을 유럽 외교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지금 한국이 그럴 때다. 편 가르기 외교를 하지 말고 같이 가는 외교를 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사는 길이다.

이태환=한·중·일 협력 체제를 잘 활용해야 한다. 동북아 다자협력체제는 6자회담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왜 동북아 협력이 중요하냐면 동아시아 전체 GDP의 90% 이상을 한·중·일이 차지한다. 그래서 한·중·일 3국 협력은 그냥 세 나라의 협력이 아니라 이 지역 질서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의 초석이 된다. 그런 관점에서 동북아 3국 협력체제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한다. 한·중·일 협력 사무국이 지난해 서울에서 발족됐다. 한·중·일 협력은 경제를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핵 안전 문제를 포함해 공동 훈련하자는 등 비전통 안보 영역에서도 한·중·일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상당히 좋은 위치에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브리지 역할을 하면서 어젠다를 선정해 끌고 갈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최상연=중요한 건 역시 북한 문제다. 차기 정부의 임기 5년 내에 북한 문제가 해결되든,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든, 뭔가 결정적인 국면이 올 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북한 문제를 놓고선 G2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올 것이라고 보나. 그럴 때 한국의 차기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태환=21세기는 정부 간 교류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네티즌들이 같이 움직이고 소통하는 시대다. 미국도 한반도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보듯이 중국 내에서도 의견이 다원화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미·중·일·러와 남북한 모두 리더가 바뀌는 시점이다. 리더십이 달라지면 내년 상반기까진 새롭게 다지는 시기여서 변화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2014년엔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다음 정부는 이런 변화 시기를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정부 대 정부 차원만이 아니라 민간 대 민간 차원에서도 접근해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부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교착 상태에 빠져도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북한 문제도 이슈에 따라 다양한 채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인도적 지원, 경제 등은 남북한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핵문제는 남북한 차원에서 다뤄지
기 어렵다. G2와의 협력이 중요하므로 한국 정부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한·미·중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안덕근=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의 과제는 세계 경제로 통합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 세계 경제로 편입되려면 중요한 계기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다. 그런데 WTO에 가입하는 순간 비차별 대우란 게 있어서 북한에 대한 특혜 무역관계는 맺을 수 없다. 그러니까 더 고립된다. 체계적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은 15년 이상, 러시아는 18년 걸렸다. 북한은 특히 정치적 문제가 있어서 상당히 오래 걸릴 거라고 본다. 그러니까 북한이 개혁·개방하겠다고 해서 금방 되는 게 아니다. 북한 관료들이 지금 전 세계에서 교육을 받는데 제일 먼저 묻는 건 WTO 문제라고 한다. 주변 국가들이 모두 가입했으니 그럴 게다. 뭘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는데, 이제 우리가 북한하고 대화를 재개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중요한 이슈다.

문정인=한반도 운명은 우리가 결정하는 거다. G2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남과 북이 합의해서 만들 수 있다. 그러려면 남북이 먼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첫째는 통일의 양태다. 단일민족국가 통일이냐 아니면 연방제냐 혹은 남북 연합이냐의 문제다. 지난 정부까지는 남북 연합이었고, 김정일 위원장도 동의했다. 둘째는 어떤 방식의 통일이냐다. 7·4 공동선언, 남북 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의 기조가 되고 있는 것이 평화적 통일, 남북 합의에 의한 점진적 통일이다. 남과 북에 다 도움이 되는 통일 방안이 바람직하다. 핵심은 체제의 이질성을 서로 인정하고 상호 비방을 하지 않으며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이걸 다시 부활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숙종=그걸 못하는 중요한 이유가 선 핵 포기 문제 때문이 아닌가. 모든 걸 다 해봤지만 핵문제에 걸려 국제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 않나. 워싱턴은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 피로감이 커 보인다. 그냥 방기 수준이다. 오바마 정권이 잘해보려 했지만 북한은 미사일과 핵 실험으로 기회를 안 줬다. 올해 한국과 미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정권 색깔과 관계 없이 미국보다는 한국이 지금의 현실을 바꿔 보려는 모멘텀이 큰 것 같다. 그걸 북한이 잘 받아줬으면 좋겠다.

정리=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
도움=문창석(성균관대 철학과)·윤지혜(서울여대 방송영상학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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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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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