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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이등병처럼 CEO도 ‘첫 100일’이 중요

아침마다 조간 신문을 펼치면 인사(人事)란에 크고 작은 회사의 CEO 교체 소식을 거의 매일 본다. CEO는 기업 주도 시장경제의 주연이다. 화려한 등장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운의 CEO가 의외로 많다. 미국계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올리버 와이만은 최근 대기업 CEO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한 ‘첫 100일(The First 100 Days)’이란 보고서를 냈다. 유럽·북미의 연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125곳을 지난해 하반기에 조사 분석한 결과다. 결론은 첫 100일이 CEO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 시작이 반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시켰다.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지금 직장의 CEO가 된다면…. 기분이 짜릿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왜 CEO에 올랐고, 전임 CEO는 왜 물러났는지 되새겨 보면…. 마음이 공연히 답답해지고, 더욱이 회사 형편이 좋지 않다면 천근만근 무거운 심정이 될 것이다. 올리버 와이만의 보고서에 따르면 CEO가 바뀌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실적 부진이 가장 흔하고 ▶주주·이사회와의 의견 충돌 ▶윤리적 문제를 들 수 있다.

야후 CEO, ‘구세주’에서 ‘위조범’ 낙인
실적 부진에 희생된 CEO가 많다. 미국의 세계 최대 컴퓨터 회사 HP의 레오 아포테커(Leo Apotheker)를 보자. 지난해 9월 말 HP 이사회는 CEO 교체를 결정했다. 하루 전날 언론의 경질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경영전략을 발표하려던 아포테커는 고개를 떨궜다. 올리버 와이만 서울사무소의 신우석 이사는 “3분기 연속 매출이 줄고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9개월 만에 물러났다”고 전했다.

주주·이사회와 노선이 달라 회사를 떠난 CEO로는 독일 반도체 회사인 인피니온(Infineon)의 울리히 슈마허(Ulrich Schumacher)가 꼽힌다. 2004년 3월 세계 반도체 업계는 슈마허의 급작스러운 퇴진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9분기 연속 적자 늪에 허덕이던 회사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턴어라운드(실적개선)를 이끈 CEO였기 때문이다. 그는 본사 해외 이전 등 중장기 전략을 놓고 이사회와 갈등을 빚은 끝에 짐을 싸야 했다.

윤리적 문제로 중도 하차하는 사례는 증가 추세다. ‘지는 별’ 야후(Yahoo)의 구세주로 올 초 CEO에 오른 스콧 톰슨(Scott Thompson).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여 취임 넉 달 만에 낙마했다. ‘컴퓨터공학과 회계학 양쪽의 학사 학위가 있다’는 이력을 놓고 “회계학 학위만 있다”는 폭로가 불거져 학력 위조 논란으로 비화한 것이다.

정상적으로 최고위직을 승계한 ‘준비된 CEO’는 탄탄대로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미 제너럴일렉트릭(GE)을 20여 년간 이끈 잭 웰치(John Frances Welch)의 후계자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 CEO는 걱정이 없었을까.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CEO로 내세운 팀 쿡(Timothy Cook)은 어땠을까. 그들 역시 어떻게 하면 웰치나 잡스와 차별화된 리더십을 만들지, 어떻게 더 나은 성과를 낼지 고민하면서 밤잠을 설칠 것이다.

성공 CEO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보고서는 ‘첫 100일’이 중요하단다. 올리버 와이만 서울사무소의 정호석 대표는 “‘신생아 100일 잔치’나 ‘군대 이등병 100일 관리’가 중요하듯, CEO도 100일 동안 성패가 갈린다”고 강조했다.

조직 접수, 비전 확산 TF 서둘러야
올리버 와이만의 한나 모카나스 조직혁신 리더는 CEO 취임 첫날에 ‘100일 작전’을 준비하면서 세 가지 전략을 짜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조직은 확 틀어 쥐되, 실적은 조급하게 내려 하지 말고, 구성원의 자발성을 이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기획·실행력을 갖춘 100일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모카나스 리더는 “특히 외부에서 영입된 CEO는 100일 안에 회사의 웬만한 일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최고 인재로 구성된 임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임 CEO가 혈혈단신으로 기세등등하게 나섰다가 기존 기득권 세력에 밀려 실패하는 경우가 적잖아서다.

르노닛산(Renault-Nissan)의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회장은 2003년 경영난에 처한 닛산의 CEO에 취임하자 유능한 직원들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이 조직은 닛산의 회생 아이디어를 모으고, 혁신 아이템들을 제안해 닛산의 부활에 기여했다. 국내 사례로는 이석채 KT 회장을 꼽을 수 있다. 2009년 취임한 그는 전담조직을 출범한 뒤 계열사·브랜드 통합 등 혁신을 전광석화로 단행했다. 유선회사인 KT와 무선 계열사인 KTF의 합병을 취임 일주일 만에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두 달 만에 정부 승인까지 받아냈다. 그가 성공 CEO로 기록될지는 퇴임 이후에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기에 KT 조직을 휘어잡고 KT-KTF 합병이나 ‘올레(olleh)’ 통합브랜드 론칭, 아이폰 도입 등을 통해 공기업 체질이 가득한 공룡 통신회사를 민간 스피드 경영 체질로 탈바꿈시킨 건 평가할 만하다.

둘째,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은 당근과 채찍으로 통제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지만 최악의 경우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정우석 대표는 “스무 살 나이에 마케도니아 왕이 된 알렉산더 대왕은 정예 기병 3000명으로 그리스 주변국들을 응징해 무릎 꿇리는 데 100일도 걸리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신임 CEO는 무리하게 ‘액션(실행)’을 남발하기보다 원활한 소통으로 ‘비전(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영웅 신드롬’은 특히 무덤이다. 올리버 와이만 서울사무소의 신우석 이사는 “100일 안에 눈에 확 띄는 실적을 올리기는 힘들다. 많은 CEO가 이런 유혹에 빠져 무리하고 과장된 ‘액션’을 남발하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비전이나 전략은 구성원의 적극적인 동참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직원은 물론 고객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필요충분조건이다. 미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의 CEO로 1980년대에 일한 짐 버크(Jim Burke)는 “나는 일과의 40%를 직원들과 소통하는 데 할애했다.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82년 유명한 타이레놀 사건의 해결사였다. 주력 제품 타이레놀 속 의문의 청산가리로 고객 사망사건이 터지자 신속히 언론에 알리고 제품을 전량 리콜해 오히려 고객 신뢰도를 높였다.

비단 신참 CEO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중견 CEO라도 자신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열심히 추진하는 조직이 있는지, 반대세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현재의 경영전략이 구성원들의 충분한 지지를 얻고 있는지 수시로 자문하라고 보고서는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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