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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하반기 4%대 성장 재진입 가능할 듯

이달 초 국내외 금융권 이코노미스트(경제분석 전문가) 사이에 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를 놓고 자존심을 건 논쟁이 붙었다. 물론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국내 은행·증권사는 물론 외국계 금융사의 내로라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국 경기가 기준금리를 내릴 만큼 나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샤론 램(Sharon Lam·사진)은 ‘소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공식 보고서에서 ‘한국의 7월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내린 연 3%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는 램의 손을 들어줬다. 40여 개월 만의 금리 인하를 족집게처럼 맞힌 램을 18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홍콩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본사에서 한국·대만 경제 분석을 총괄하고 있다.

-어떻게 금리 인하를 맞혔나.
“7월 기준금리 인하는 예견된 조치였다. 우선 한국 경제 여건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가 급격히 나빠졌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연초 예상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은행이 더 이상의 경기 하강을 막을 듯 싶었다. 물론 금리를 내리면 물가상승이라는 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향후 물가상승 예상치(기대 인플레이션)는 3%대로 그리 높지 않다. 물가상승 부담을 덜 가질 수 있었다.”

-더 내리진 않겠나.
“현재 상태라면 당분간 더 내리진 않을 것 같다. 한은이 잇따라 금리 인하를 단행할 정도로 한국경제가 위급하진 않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번진 2008~2009년에도 기준금리는 2%대였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물론 더 나빠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이 3% 미만으로 떨어지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2%대로 낮아진다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의 어느 부분이 심각한가.
“사회 곳곳에 만연한 과소비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은 지나친 소비가 이어졌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GDP 성장률이 0.2%에 그쳤는데도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5% 이상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가계대출 부실이 심해졌다. 다행히 올 들어 한국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도 한몫했다. 올해 한국의 소비 성장은 1.5%에 머물 전망이다.”

-소비가 살아나야 경제성장에 좋을텐데.
“소비 둔화는 당장 경제성장의 악재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이점이 있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소비를 부양하면 좋을 게 없다. 가령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거품 붕괴가 한꺼번에 터지면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소비가 적정 수준을 찾을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 가계가 어느 정도 은행빚을 갚고 저축을 늘려가는 것이 먼저다. 소비 진작은 그 다음에 이뤄져도 늦지 않다.”

-한국 경제성장률을 얼마로 내다보나.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은 3.2%쯤 될 것으로 본다. 한국 정부의 3.3%나 국제통화기금(IMF)의 3.25%보다 약간 낮지만 한국은행의 3%보다는 높은 수치다. 상반기에 2.6%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하반기에는 3.5% 성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상반기 성장률 추정치는 한은(2.7%)과 비슷하지만 하반기 성장률은 한은(3.2%)보다 좋게 본다. 약한 회복세(mild recovery)를 보일 것이다.”

-하반기를 상반기보다 좋게 보는 이유는.
“한국은 주요국 중 2008년 이후 지금까지 금융위기를 겪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의 하나다. 중국·인도네시아 정도뿐이다. 수출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올 상반기 한국의 미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6% 급증했다. 아세안 수출도 15.7%나 늘었다. 유럽(-15.2%), 중국(-1.3%), 남미(-1.6%) 등 수출 감소 지역 때문에 전체적인 수출 증가율은 높지 않았다. 그래도 일본과 같은 수출경쟁국보다는 선방한 것이다.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3%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 수출 경쟁력의 원천은 뭔가.
“지난 2년간 세계 100대 브랜드 중에서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현재 100대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평균 5%로 2008년과 같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5%에서 20%로 4배가 됐고, 현대자동차는 9%에서 19%로 2배 이상 늘었다. 한국 기업들이 선진국보다 신흥국을 공략한 전략도 주효했다. 한국의 총수출액 중 신흥시장 비중은 70%로 10년 전의 50%보다 크게 늘었다.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하락 속에서 신흥국 수출 증가는 한국 경제의 방패막(Shield) 역할을 했다.”

-환율 덕도 크지 않나.
“그렇다. 원화가치는 2008년 급락했을 때 말고는 줄곧 안정세였다. 특히 엔고(엔화가치 상승)가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글로벌 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일본 기업들이 엔고로 수출 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을 때 한국 제품은 상대적으로 싸게 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면서 엔고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한국 경제의 본격 회복 시기는.
“내년 하반기부터 4%대 성장 재진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수출은 현재 기조면 충분하다. 관건은 가계 소비와 부채다. 소비 둔화가 가계부채 축소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소비 성장률이 2.5%만 돼도 GDP 성장률이 최소 0.5%포인트 오를 수 있다.”



샤론 램 2003년 모건스탠리에 입사해 아시아 지역경제를 분석해 왔다. 요즘은 한국과 대만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게임이론 등으로 경제학 석·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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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