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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타는 농사꾼 시대 오나

칼로스(Calrose)는 미국 쌀의 대명사다. 1970년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와 암거래되던 쌀이다. “쌀도 미제(美製)가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품 대접을 받았던 쌀이 칼로스다.

칼로스가 합법적으로 거래된 것은 2005년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로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쌀을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면서다. 막상 누구나 사먹을 수 있는 칼로스가 되자 인기는 금세 시들해졌다. 흔치 않아 마음껏 못 먹던 바나나의 그 맛, 몰래 마시던 밀주의 그 맛이 나지 않았던 거다.

그렇게 한국에서 무시당하기 시작했지만 생산량도 많고 재배 역사 또한 일천하지 않은 게 미국 쌀이다. 미국의 벼농사는 16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출항한 배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타운 항에 긴급 대피했을 때다.
선장은 배를 수리할 수 있게 도와준 것에 감사하며 선물로 볍씨를 주고 떠났다. 그 볍씨는 강물이 자주 범람해 쓸모없던 땅에 뿌려졌다. 벼는 무럭무럭 자랐다. 이후 벼 재배지는 늘어났고, 급기야 벼 재배에 익숙한 서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데려다 농사를 지었다.

벼농사는 아칸소·루이지애나·미시시피·미주리·텍사스로 퍼져나갔다. 허리케인을 피해 서진한 재배지는 19세기 후반 골드러시를 타고 캘리포니아에 도달한다. 이곳에 몰려든 중국인 4만여 명을 위해서도 쌀 생산은 시급했다. 오늘날 미국의 쌀 생산량은 759만t(2010년)으로 일본(772만t)과 비슷하고 한국(430만t)보다 많다. 미국은 정말 ‘米國’이 됐다.

쌀이 아니더라도 미국은 농업 대국이다. 광활한 땅에서 과학적 기계 영농으로 곡물을 대량 생산한다. 밀·옥수수·콩·귀리 등 웬만한 곡물의 생산량은 세계 1위 아니면 2위다. 이런 나라가 요즘 1956년 이후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한두 나라의 이변은 아니다. 곡창지대인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사정 역시 썩 좋지 않다. 한반도에도 지난 4~6월 104년 만의 대가뭄이 엄습하지 않았나. 애그플레이션(식료품 값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파도를 우려하는 이유다.

곡물 작황이 좋지 않으면 사료 값이 오른다. 덩달아 고기 값이 뛰게 마련이다. 곡물류에서 뽑는 에탄올 등 바이오연료 값도 치솟는다. 중동 정세의 불안으로 유가가 슬금슬금 오르는 상황에서 대체 연료와 식료품의 값마저 뛴다면 각국 정책 당국의 운신 폭은 그만큼 좁아진다.

기상이변이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중국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예컨대 인구 14억의 중국인이 단맛에 빠지기 시작해 1인당 연간 7.6㎏인 설탕 소비량을 일본(29㎏)이나 한국(36㎏) 수준으로 늘린다고 치자.

세계적으로 중국 손에 들어가는 사탕수수 밭이 늘어나고, 설탕 값은 더더욱 치솟지 않겠나. “주식 브로커가 되면 택시를 몰게 되지만 트랙터 운전기술을 배우면 람보르기니를 굴리게 된다.”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회장의 농업 예찬이 헛말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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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