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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달리고 싶다, 새만금에서

피융~, 시위를 떠난 화살이 쏜살같이 호랑이를 향해 날았다. 호랑이가 천둥처럼 포효하며 내게 달려왔다. 추~ 추! 내달리는 과하마 위에서 몸을 돌려 활시위를 다시 당겼다. 피융~, 또 빗나갔다. 호랑이가 말 위로 덮쳤다. 아~악∼, 비명 소리와 함께 꿈에서 깼다. 난 요즘 개 꿈이 아니라 말 꿈을 자주 꾼다. 몽골 초원으로의 휴가 계획을 세우고 나서다. 어느 날은 기마병이 되어 활 대신 카메라를 들고 말 달리며 사진 찍는 꿈도 꾼다. 마치 무용총 수렵도의 호랑이를 사냥하는 용맹한 고구려 무사처럼….
내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원으로 떠나는 날이다. 몽골에서 말 타며 태고의 자연을 촬영하며 휴가를 보내온 지 7년째다. 기마민족의 피가 내 안에 흐르는 것일까. 친구와 셋이서 시작한 ‘먹자타찍(먹고 자고 말 타고 사진 찍고)’ 휴가 일행이 올해는 20명으로 늘었다.

말은 청동기시대부터 운송과 군사용으로 이용되었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고 전 세계 세력지도를 바꾼 동물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광대한 영토를 차지한 칭기즈칸의 몽골제국도 초원을 누비던 강력한 몽골 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많은 외침을 받은 우리 민족에게도 말은 매우 중요한 전쟁 수단이었다. 우리에게도 토종말이 있었다. 과일나무 아래를 능히 다닐 수 있던 과하마(果下馬)다. 제주 조랑말의 먼 조상이다. 산악 지형에 알맞아 산성 전투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부여의 중형 말인 부여마도 전쟁터에서 이름을 떨쳤다.

세종대왕은 말 품종 개량과 생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오명마(五明馬)는 토종말과 몽골, 중앙아시아 말을 교배시켜 탄생시킨 조선 초기 고유의 말 품종이다. 강인하고 지구력이 뛰어난 오명마는 북방의 여진족을 물리치고 4군, 6진을 개척하는 데도 기여했다. 온몸이 검지만 네 발과 이마에 흰털이 있는 생김새부터 비범했다. 하지만 조선의 명품 말에 눈독을 들인 명·청 왕조가 매년 공물로 좋은 말들을 빼앗아갔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엔 골프를, 3만 달러 시대엔 승마를 즐긴다고 한다. 지난해엔 ‘말 산업 육성법’이 제정돼 9월부터 시행됐다. 승용마 세 마리와 500㎡ 이상 마장(馬場)이 있으면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그 덕에 소형 승마장과 농어촌 승마시설이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승마 인구도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말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비전과 지원은 부족해 보인다. 지난 16일 농식품부가 말 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건설업체도 승마장보다는 골프장 개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에 세계적 골프장을 건설한다거나 골프장 규모를 확대한다는 소리는 들려도 승마장을 만들겠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새만금에 골프장 5개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환경오염이나 미래 가치 측면에서 볼 때 친환경적인 승마장이 훨씬 더 바람직한데 말이다.

해마다 휴가철이면 몽골 항공권을 구하기란 전쟁과 마찬가지다. 항공료 또한 비슷한 거리의 다른 도시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 그럼에도 몽골 초원을 향하는 한국의 승마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다. 서양 말에 비해 몸집 작은 몽골 말이 안정감 있고 국내보다 더 싼 비용으로 승마를 즐길 수 있고, 마음껏 달릴 드넓은 초원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승마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다. 오명마 같은 우수한 말 품종을 개량하고, 새만금 간척지 같은 너른 땅을 활용해 말 타기 명소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길고 혹독한 겨울 추위 때문에 몽골 초원이 1년 중 반년도 말을 탈 수 없는 데 비해 새만금은 사계절 말을 달릴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그곳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말 달리며 호연지기를 키우게 하자. 드넓은 세상을 향한 기마민족의 ‘질주 본능’을 새만금이 풀어주길 기대해 본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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