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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기자의 까칠한 무대] 40만원 ‘지젤’ 왜 추락했나

18일 시작된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지젤’은 22일까지 8회 공연한다. [사진 더에이치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er·ABT)의 ‘지젤’(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이 화제다. 서희가 한국인 최초로 이 발레단 수석무용수가 됐다는 점도 그렇고, 국내 무용 공연으론 사상 처음 티켓값 40만원(VIP석)을 기록했다는 점도 그렇다.



 과거 무용 공연은 40만원은커녕 30만원을 넘기지도 못했다. 기껏해야(?) 지난달 공연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VIP석 25만원)가 근래 가장 비쌌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는 2008년 ‘돈키호테’로 내한 공연을 했는데, 그때 최고가가 20만원이었으니 4년 만에 100%나 오른 셈이다.



 “왜 이렇게 값이 비싸?”라고 힐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공산주의 국가도 아닌데, ABT를 수입해 데리고 온 주체가 국·공립단체도 아닌데 말이다. 가격 책정은 전적으로 기획사 몫이다. 아무리 비싸도 쓸만하면 소비자가 몰리는 게 자본주의 이치다.



 40만원 티켓도 무용이라 호들갑이지, 사실 클래식계에선 뉴스 거리도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빈필·베를린필이 들어오면서 40만원을 훌쩍 넘겼다. 다음 달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야외 오페라 ‘라보엠’이 57만원이나 한다. 이런 판국에 40만원짜리 발레가 뭐 대수랴. <표 참조>



 정작 궁금한 건, 이렇게 비싸게 팔고 돈을 벌었느냐다. 결과는 영 아닌 듯싶다. 공연 첫날인 18일, 전설의 발레리나 줄리 켄트가 출연했지만 1층 객석 상당수는 텅텅 비어 있었다. 설사 자리를 채웠다 해도 초대권으로 온 문화계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기획사에 물어보니 “현재 유료 점유율이 30%를 간신히 넘긴다”고 한다. 이 공연의 총 제작비는 18억 남짓, 손익분기점은 유료 점유율 70%다. 그런데 30%의 관객만 제 돈 내고 온다면 이야말로 쫄딱 망한 꼴이다.



 “처음부터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한 게 화를 불렀다”고 기획사 대표는 말했다. “경기가 나빠 기업 협찬을 거의 받지 못한 게 직격탄이었다”란 말도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과연 그런 이유뿐일까. 혹시 ‘40만원짜리라고 가격표 붙여야 기업 협찬 붙고, 사람들이 몰리지 않겠어’라고 지레짐작한 게 부메랑이 된 건 아닐까.



 한때 그랬다. 비싸야 오히려 잘 팔리던 시절 말이다. ‘명품’에 혹하고 ‘허영’에 폼을 잡곤 했다. 물론 지금도 이런 소비 패턴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과거보단 시들해졌다. 크게는 경기침체의 영향이겠지만 그만큼 관객도, 기업도 영악해지고 깐깐해졌다는 증거다. 이런 세상 인심을 모른 채 “고가 티켓=명품 공연=대박 행진”이란 철 지난 공식만 붙잡고선 답이 없다.



 그들에겐 가혹한 결과겠지만, 40만원짜리 ‘지젤’이 망했다는 게 반가운 구석도 있다. 공연계에 잔뜩 낀 거품이 그나마 조금 걷어지는 것 같아서다. 버블 세븐은 부동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티켓값은 한번쯤 된서리를 맞아야 했다. 합리적 가격을 도출하는 첫 번째 요소는 똑똑한 소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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