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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대선판 넘보는 안철수 원장의 ‘끈기’ 공부처럼 정치에도 통할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신제품을 감질나게 조금씩 공개함으로써 관심과 흥미를 극대화하는 기법. 바로 티저(teaser) 광고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아마 대한민국 최장·최대의 티저 광고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는 전제에서다.



 어제 점심을 먹고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더니 신문·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늘어서 있었다. 제본소에서 곧 도착할 안 원장의 새 책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안철수의 생각』이 서가에 깔리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였다. 매대에는 이미 나온 ‘안철수’ 이름을 단 책들이 즐비했다. 『안철수의 착한 분노』 『안철수의 숙명』 『안철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 아마 이들은 정본(正本) 앞에서 빛을 잃을 것이다. 구세주가 오시기 전의 선지자로 대접받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짝퉁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만큼 안철수의 육성은 힘이 세다.



 『안철수의 생각』을 통독한 첫 느낌은 사실상 대선 공약집이라는 것이었다. 안씨는 출마 여부에 대해 끝내 확답을 하지 않았지만 책 내용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훨씬 넘어 사회 전반을 두루 짚고 있었다. 천안함·강정마을·FTA·재벌·원전 등 민감한 이슈들도 피해가지 않았다. 여야 다른 후보들이 출마 선언 후 구체적인 정책들을 하나씩 내놓는 단계라면 안 원장은 상당한 공부를 거친 듯한 정세 인식과 정책 대안들을 통째로 책 한 권에 담아 세상에 던진 셈이다. 국민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대선 차림판에 새 요리상이 추가되면 유권자의 즐거운 고민도 커지니까.



 그렇더라도 좀체럼 가시지 않는 것은 안 원장의 ‘범생이’ 이미지일 것이다. 책 전반에 걸쳐 집중적으로 공부깨나 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는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자서전 『학문의 즐거움』의 한 구절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고 고백했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히로나카의 신조는 ‘끈기’다. 스스로 “나는 노력하는 데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자신이 있다. 끝까지 해내는 끈기에 있어서는 결코 남에게 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는 끈기 하나로 수학계 최고 영예를 거머쥐었다. 안 원장의 끈기는 학문 아닌 대선판으로 향하고 있다. 성공할지 못할지 누구도 모른다. 히로나카가 수학사에 남는 논문을 쓰느라 한창 고심할 때 스승 자리스키 교수(하버드대)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이런 말로 격려했다. “물기 위해서는 이를 단단히 하라(You need strong teeth to bite in)”. 안 원장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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