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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취업 성공시대 ② 롯데정보통신 프로그래머 김영태씨

여섯 살 때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은 김영태(27)씨. 지난해 장애인 특채를 통해 롯데정보통신에 입사한 그는 “‘힘들 텐데 쉬어라’는 말은 ‘너에게 기회는 없다’는 뜻”이라며 “장애가 있으니 못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롯데그룹은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입사지원서에 장애 유형이나 등급을 적지 않도록 하는 장애인전형을 도입했다. 그런데 서류전형과 인성검사를 통과한 한 지원자와 만난 임원들은 깜짝 놀랐다. 그는 양팔이 없는 지체 1급 중증장애인 김영태(27)씨였다. 하지만 그는 손가락 대신 발가락으로 분당 400타를 치며 자유자재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실력을 보여줬고, 거뜬히 면접을 통과해 정규직 프로그래머로 채용됐다.



양 팔 없이도 400타 … 학교·직장서 인정받는 사람

 6세 때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던 그는 아파트 옆 변전소 철조망을 타고 올랐다가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었다. 좌절의 나날을 보내다가 마음을 잡았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있다. 양팔은 없고 돌이킬 수도 없으며 나는 살아갈 뿐이다’. 이후 그는 낮은 탁자를 놓고 거기 발을 올려 발가락으로 책장을 넘기고 연필을 쥐었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컴퓨터 키보드도 발가락으로 쳤다.



 “공부를 곧잘 했어요. (장애인은) 다 그런 것 같아요. 몸으로 해선 이길 수 없지만 머리로 하는 건 이길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더 (공부에) 매달리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에겐 양팔이 돼준 고교 친구가 있었다. 교실에선 책을 가방에서 꺼내 책상 위에 놓아주고, 식당에선 밥을 떠 입에 넣어준 친구다. 친구는 “함께 대학에 가자”고 했다. 둘은 인하대에 나란히 입학했고 ‘우정의 입학식’은 화제가 됐다. 그렇지만 김씨는 자신을 늘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세상이 싫었다. 주변 사람들은 양팔이 돼준 친구를 보며 “요즘 세상에 저런 (착한) 아이가 어딨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 고마운 친구가 멀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맞아요. 당연히 할 수 없는 게 있죠. 양팔이 없으니까요. 그런 건 도움을 받아야죠. 하지만 그렇다고 도움을 받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왜 다들 장애인은 도움을 받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죠?”



 실제로 대학에서 그는 학과 친구들 사이에서 ‘문제해결사’로 통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프로그래밍만큼은 자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지난해까지 증권 거래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은 회사에 다녔다. 직원이 20명에 불과해 프로그래머들도 고객인 증권사로 나가 일했다. 김씨는 주로 내근을 했다. 자연스럽게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제외됐다. 남들이 해달라는 대로만 프로그램을 짜는 생활이 4년쯤 이어지자 프로그래머로서의 성장도 멈춘 것 같았다. ‘더 큰 곳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차에 롯데그룹에서 장애인 특별공채 공고가 떴다.



 롯데정보통신 입사 후 그의 프로그래밍 실력은 빛을 발했다. 직원 수가 1200명인 이곳에서는 외근을 나갈 필요가 없었다. 그의 주특기인 인트라넷 관리와 프로그래밍에서 충분히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발로 키보드를 칠 수 있게 만든 낮은 탁자 외엔 특별한 배려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김씨를 비롯한 장애인 직원들의 성과에 만족한 롯데정보통신은 올해도 장애인을 뽑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를 가장 괴롭힌 건 ‘도와줘야 할 장애인’이란 딱지였다.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배려심을 앞세워 그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몸도 불편한데 쉬어”란 말은 그에게는 “너한테 기회는 없어”란 말로 들렸다. 그는 10㎝가량 남은 왼쪽 팔로 못하는 게 거의 없다. 전화 벨이 울리자 목에 건 휴대전화를 그네처럼 흔들어 왼팔 위에 얹더니 입술로 통화 버튼을 눌러 받았다. 현란하게 입술을 움직여 문자도 보낸다. 보는 이만 불편할 뿐 정작 자신은 불편하지 않다. 늘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도와주지 않아도 할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달라고 말하겠죠. 장애인도 똑같이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가 사람들을 돕는 것도 이상할 게 없지요.”



 양말을 벗은 채 키보드를 치던 김씨는 회의가 있다며 양말을 신었다. 아무도 돕지 않았다.



김영태 2008년 인하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 휴학 후 삼성SDS에서 진행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에 참여했다가 증권사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증권사로 직접 가 하는 업무가 많다 보니 외근을 할 수 없는 그는 중요 프로젝트에서 제외되곤 했다. 이직을 결심하고 지난해 롯데그룹 장애인 특채에 지원해 지난 1월부터 롯데정보통신에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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