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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아편전쟁 때부터 검은돈 거래”

칼 레빈
‘아주 폭넓게 오염된(Pervasively Polluted) 기업문화’. 영국 최대 시중은행인 HSBC가 벌인 돈세탁 스캔들의 뿌리다. HSBC는 멕시코 마약조직의 돈세탁을 돕고 북한 등 제재대상 국가와 거래한 혐의로 미 상원의 조사를 받았다. 칼 레빈 미국 상원조사위원장은 “HSBC의 문화가 오랜 기간 아주 폭넓게 오염돼 있었다”고 18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서 밝혔다. 검은돈을 중개·세탁해 주면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문화가 오랜 세월 자리 잡다 보니 결국 사달을 일으켰다는 얘기다.



돈세탁 스캔들 뿌리 해부해보니

 레빈 위원장은 “HSBC 간부 75명을 조사한 결과 그들은 마약 사범, 테러리스트 등의 돈을 ‘깨끗한 자금’이라고 믿었다”며 “이런 사고방식은 몇몇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조직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문화는 HSBC 내부 감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미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HSBC 준법감시팀의 지적이나 권고가 일선 부서에서 묵살되는 일이 잦았다.



 HSBC는 왜 검은돈에 둔감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HSBC가 미국시장에 본격 진출한 1990년대 인수합병(M&A)을 주목한다. 그때 HSBC는 씨티은행 등이 버티고 있는 미국을 뚫기 위해 중소 은행들을 주로 M&A했다. 이들 은행은 비공개·비상장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감시·감독이 느슨했다. 마약 사범이나 테러리스트, 남미 정치인들이 돈세탁하기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HSBC가 그런 은행을 사들이면서 검은돈 계좌와 함께 돈세탁에 익숙한 임직원들까지 받아들였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아직 HSBC에서 일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HSBC의 오염된 조직문화 역사는 더 길다. 프랑스 르몽드의 자매지인 디플로마티크는 “HSBC 출범 자체가 검은돈과 관련이 깊다”고 보도했다. 19세기 아편전쟁을 두고 한 말이다.



 HSBC 설립 주역 중 한 명인 토머스 서덜랜드는 인도산 아편을 청나라로 수송한 해운회사의 핵심 임원이었다. 또 다른 주역인 토머스 덴트는 아편을 밀무역하다 체포됐던 전력을 갖고 있었다. 청나라가 그를 체포하고 마약을 몰수해 불태우는 바람에 1차 아편전쟁(1839~42년)이 일어났다. 디플로마티크는 “HSBC는 2차 아편전쟁(1856~60년) 5년 뒤인 1865년 홍콩에 설립됐다”며 “초기 자본의 대부분이 인도산 아편 교역에서 생긴 돈이라는 게 정설”이라고 지적했다. HSBC는 1990년대 런던으로 본사를 옮겼다.



 HSBC의 검은돈 중개와 세탁은 베트남 전쟁 때도 이뤄졌다. 미국 탐사보도 기자인 딘 핸더슨은 “HSBC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헤로인 밀매 자금을 세탁해준 핵심 은행이었다”고 최근 폭로했다.



핸더슨에 따르면 당시 CIA는 북베트남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비밀작전을 벌였다. 이 작전을 위해 CIA는 헤로인을 밀매해 자금을 마련했는데, 그 돈이 HSBC를 통해 세탁·중개됐다는 것이다.



 HSBC는 이렇게 오랜 세월 오염된 문화 탓에 설립 147년 만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국감독청(FSA)은 18일 HSBC가 바클레이스처럼 런던은행간금리(리보)를 조작한 혐의를 잡고 조사에 들어갔다. 은행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신뢰라는 자산이 급속히 부실화되고 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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