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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김정은 신상 털기

이영종
정치국제부문 차장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과거 이력이나 주민등록번호·e-메일 주소 등이 쉽게 노출되는 세상이다. 포털사이트에는 ‘신상털기’란 신조어까지 번졌다. 타인의 신상정보를 알아내 인터넷 등에 공개하는 걸 말한다. 일명 ‘네티즌수사대’로 불리는 이들의 손에 걸리면 연예인이나 정치인 같은 공인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형벌보다 무서운 신상털기의 고통”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들이 드러나고 무차별적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두고도 한국과 국제사회의 정보기관이 수년 전부터 신상털기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수준은 네티즌의 ‘전문성’이나 ‘집중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뭔가를 꼭 알아내겠다는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김정은의 이름을 오랫동안 ‘정운’으로 알고 있었다는 건 첫 단추부터 뭔가 잘못 끼워졌음을 보여준다. 대북 정보에서는 내로라하는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김정은으로 바로잡은 건 그가 후계자로 추대돼 공개되기 불과 일년 전인 2009년 10월이었다. 그것도 언론이 먼저 바로잡기에 나선 이후였다.



 최근에는 김정은의 옆에 나타난 묘령(妙齡)의 여인을 두고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부인이라거나 여동생 또는 과거부터 사귀어온 여성이라는 등의 설이 분분했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설득력 있는 판단을 내놓지 못했다. 김정은의 모란봉악단 시범공연 관람 등 요 며칠간 나온 몇 장의 사진과 지난해 12월 김정일 장례행사 때 등장한 젊은 여성의 모습을 두고 동일인이다, 아니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평양 로열 패밀리의 여인들과 관련한 정보 판단을 내릴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는 게 정보 당국자의 고백이다. 김정일과 후계자 김정은 쫓기도 솔직히 벅찼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정은 결혼과 관련해 확인된 정보는 없다”며 수년 전에 만든 모범답안만 되풀이한다. 김정은의 나이를 두고도 혼선이다. 스위스 조기 유학 시절 쓰던 여권 정보를 통해 ‘1984년 1월 8일생’임을 한·미 정보당국이 공유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부·언론·전문기관이 제각각이다. 올해 28세인 어린 최고지도자의 나이를 한 살이라도 부풀리려는 북한 당국의 우상화 자료에 등장하는 생년을 따르는 경우까지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



 김정은의 실체와 군부 실세 이영호 숙청의 내막 등을 국민들은 궁금해한다. 물론 정보를 꽁꽁 감추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하지만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거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대북 정보망이 다 망가졌다고 비판하며 등장한 이들이 정작 체질 개선과 변신을 미적거리다 퇴장을 앞두게 된 건 아닌지 말이다. 북한의 ‘중대 방송’ 발표가 나올 때마다 경기를 일으키는 정부 관계당국과 대북 정보요원들이 안쓰러워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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