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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종철 사건의 ‘딥 스로트’

신성호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딥 스로트(deep throat)가 25년 만에 밝혀졌다. 필자의 ‘박종철 탐사보도와 한국의 민주화 정책변화’라는 박사학위 논문에서다. 그러나 그의 실명 공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1987년 1월 15일 중앙일보 사회부의 법조 출입기자로 이 사건을 특종으로 세상에 처음 알린 필자로서는 취재원 보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취재원 보호는 기자의 직업윤리에 해당한다. 그래서 기자들은 때로 법적 처벌까지도 감수하면서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이름을 신문에 노출시킨 ‘리크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기자는 2005년 특별검사와 법원의 취재원 공개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85일간 수감됐다. 국내에서도 2003년 8월 청와대 부속실장에 대한 몰래카메라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SBS를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SBS는 취재원 보호를 내세워 이에 불응했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도 사건 발생 33년 만인 2005년에야 실명이 드러났다. 사건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 마크 펠트가 월간지 배니티페어(Vanity Fair)를 통해 스스로 정체를 밝혔던 것이다. 이 사건 특종보도의 두 주인공인 밥 우드워드(Bob Woodward)와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은 지난달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워터게이트 40년’ 토론회에 참석해 “그 전부터 ‘스스로 정체를 공개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펠트에게 얘기했지만 그는 그때마다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털어놓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대표적인 탐사보도 사례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는 마크 펠트의 도움으로 1972년 6월 워터게이트 빌딩에 들어갔다가 붙잡힌 다섯 명의 도둑들에게 흘러간 돈이 대통령의 선거캠프 자금이었음을 특종으로 보도했고, 결국 닉슨 대통령은 74년 8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필자 역시 박종철 사건의 첫 취재원에 대해 그동안 신문사 외부 인사는 물론 중앙일보 상사나 선배·동료 기자 등 그 누구에게도 밝힌 적이 없다. 또 그가 원하지 않을 경우 이를 영원한 수수께끼로 묻어두려 했다. 하지만 논문에서 그를 공개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그 첫째다. 이 사건은 ‘6월 항쟁’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됐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한 전두환 정권의 6·29선언을 이끌어냄으로써 한국의 민주화로 이어졌다. 따라서 박종철 사건의 첫 취재원은 한국 민주화 과정의 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첫 취재원인 사건 당시 대검 공안4과장 이홍규씨에게 실명을 밝히자고 제안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명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만의 비밀로 간직할 게 아니라 25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제는 그 진실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할 때가 됐다고 그를 설득했다. 결국 그는 논문에 실명을 밝히는 것에 동의해 주었다.



 첫 취재원 공개의 또 다른 이유는 87년 민주화 과정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 민주화의 공로자는 박종철군의 고문치사에 분노하고 권위주의 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은 대학생과 야당 및 재야단체, 시민들, 종교계, 언론 등이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민주화가 전적으로 특정 세력이나 집단의 공로인양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언론의 역할에 대해선 기회주의적 속성을 보였다고 오히려 비판한다. 그러나 박종철 사건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사건이 묻혀버림으로써 6월항쟁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 또 이 사건 첫 취재원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신성호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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