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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30곳, 100명 연루…'용사촌 납품비리' 적발

[앵커]

공무원은 특혜 주고, 업자는 뇌물 갖다바치고. 이런 비리 가끔 터지는데 이번엔 그 규모가 충격적입니다. 상이용사촌을 배경으로 한 납품비리에 30곳의 정부 기관이 관련됐고, 연루된 사람만 무려 100명 입니다. 중앙일보와 JTBC가 공동기획한 '용사촌 위장 납품비리'.

박성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은 지 30년 된 연립주택 건물.

휠체어에 몸을 맡긴 70대 노인들이 주위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집으로 들어갑니다.

국가유공자 20명이 모여 사는 상이용사촌입니다.

[이OO/월남전 참전용사 : 나는 월남전 맹호 5호 작전 때 다쳤지…남아있는 건 이 손 하나밖에 없는데 요즘 이 손도 아파…]

1985년 정부는 전국 28개 용사촌이 직접 생산한 물건에 한해 공공기관이 수의계약으로 사주도록 했습니다.

이 용사촌은 인쇄물을 만들어왔지만 유공자들의 몸이 불편해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

그러던 지난 2000년 용사촌에 한 제지업자가 나타났습니다.

[김OO/용사촌 상이용사 : 실장이 와서 우리 종이 좀 팔아주쇼…기계도 사줬어요. 그 당시는 2색도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4색도 기계를 사준거야.]

속셈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김OO/용사촌 상이용사 : 자기가 거래처도 많이 아니까 자기한테 맡겨주면 돈 많이 벌어줄테니까 운영권을 넘겨달라…]

비밀리에 맺어진 약정서입니다.

이 업체가 용사촌의 인쇄조합을 위탁 운영하고 대신 1인당 매월 65만원씩 준다고 돼 있습니다.

일반 인쇄업체가 용사촌으로 위장한 겁니다.

엄연한 불법입니다.

취재진은 해당 업체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인쇄공장.

[△△ 인쇄업체 관계자 : (용사촌 간판을 달고 계시면 상이용사들이 와서 일했어요?) 아니요]

명의만 빌린 공장인데 상이용사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버젓이 용사촌 이름으로 건강보험공단에 고지서를 납품했습니다.

[△△ 인쇄업체 관계자 : 저희가 계산서 발행하는데는 용사촌 인쇄정보라고… (얼마나 찍으시는 거에요?) 100만장…]

이 용사촌 이름으로 물건을 만든 인쇄업체는 서울과 경기지역 3곳.

이들은 지난 10년간 공공기관 200여 곳의 인쇄물을 수의계약으로 받아 845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순이익은 170억 원이 넘습니다.

[앵커]

상이용사 도와주려 만든 제도인데 엉뚱하게 불법업자들이 잇속을 챙긴 거군요. 박 기자, 이런 문제가 10년 넘게 지속됐는데 감독 기관은 뭘 한거죠?

[기자]

네,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부터 문제였습니다. 이 증명서를 보시죠.

[앵커]

네, 용사촌 복지공장, 사실확인증명원 이렇게 돼 있네요, 이게 뭐죠?

[기자]

용사촌 인쇄업체라고 확인해주는 서류인데요, 방금 보신대로 일산의 업체가 용사촌 위장업체인데도 이 증명서에는 버젓이 나와 있죠.

국가보훈처가 처장의 직인까지 찍어 잘못된 증명서를 내 준 겁니다.

[앵커]

그게 말이나 됩니까. 이해가 안되는데요.

[기자]

국가보훈처 관계자를 만나 해명을 들어봤는데요, 일단 보훈처의 해명을 들어보시죠.

[국가보훈처 증명서 발급 공무원 : (보훈처에서 그게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시는 거 아닌가요?) 제가 (그 업체가) 대명업체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니까요. 저희가 여기 가 봤어요. 근데 용사촌 명의로 돼 있고 임대차 계약서도 있고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하는 게 맞다라고 했던 거거든요.]

[앵커]

아까도 봤지만 쉽게 확인이 되는 부분 아닌가요?

[기자]

저희는 한 번 가보고 확인한 사실을 담당 공무원이 몰랐다고 합니다. 납득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여기다 업체의 지난해 설 선물 명단을 보면 국가보훈청에만 10만원짜리 상품권이 30장 가까이 전달됐습니다.

그런데 물건을 주문하는 공공기관의 비리는 더 충격적입니다.

많은 사례 중 정황이 가장 분명한 보건복지부 산하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집중 추적해봤습니다.

먼저 뇌물이 정기적으로 전달됐다는 증언을 들어보시죠.

[OO인쇄업체 전 간부 : (심평원은 50만원, 60만원이 매달 홍보부에 꽃혔다고 하더라구요?) 그건 월간지 개념의 일을 하고 있으니까 대가로 아마 그렇게 진행이 됐던 거 같습니다. 불법이죠. 형사 처벌 대상이죠.]

심평원의 당사자를 찾아갔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당사자 : (그쪽에서는 돈을 줬다고 얘기를 해서요. 진술을 했어요). 돈을 줬다구요… 저는 없어요. 왜냐하면 제가 받을 이유도 없고 저한테 할 이유도 없고….대질 심문까지 응하겠다는 거죠. 저는 그런 적 없어요.]

[앵커]

심평원 직원이 강하게 부정하는군요.

[기자]

네, 너무 세게 나와서 순간 '제가 취재를 잘못했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직접 돈을 전달한 사람의 얘기를 들어봐야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구체적인 뇌물 전달 과정까지 확인됩니다.

[OO인쇄업체 전 영업직원 : 심평지(월간 기관지)를 펴내면서 자기가 쓸 수 있는 개인적인 돈이나 심평원 홍보실 내부 직원과 회식을 하는데 쓰겠다고 했던 거지요. (돈을 달라고 했어요?) 네… 저녁 먹으면서 주고, 회사에 직접 와요, 집에 가면서 놀러와요. 거기서 주고, 실내연습장이라고 골프연습장에서 주기도 하고 그랬어요. (봉투에 넣어서 주신 거에요? 50장을?) 네, 만원짜리 50장을 넣어준거죠.]

2001년부터 8년동안 매달 정기적으로 상납됐는데, 이 한 건의 총액만 5000만원에 이릅니다.

[기자]

골프 접대도 살펴보죠.

[앵커

골프 접대까지 받았나요. 참, 갈수록 태산이군요.

[기자]

지난 2009년 모 골프장 예약 명단인데요,

이 중 2명이 심평원 간부의 아들 이름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OO인쇄업체 전 영업직원 : 심평원 직원들이 대부분 자기 이름으로 치지 않구요.왜냐면 나중에 이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여러가지 문제가 있으니까 자기 가방의 명찰들이 다 자기 아들 이름으로 된 가방을 갖고 다닌 거에요.]

역시 심평원 간부는 부인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간부 : 저희는 내부 규정이 해임, 파면 그렇죠. (아드님 명의로 골프장 부킹 예약이 돼 있는 걸 확인 했는데요.) 아들 명의로 부킹을…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경찰은 이렇게 뇌물 수수와 향응접대에 연루된 기관이 국세청과 건강보험관리공단, 조달청과 통계청 등 30곳에 이르고, 관련자는 100명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매출액의 3~5%가 상납 등에 사용돼 전체 뇌물 규모는 최소 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정말 국가기관이 저지를 수 있는 감독 비리의 결정판이네요.

[기자]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의 말을 들어보시죠.

[안상길/서울 서초서 강력계장 : 영업을 담당하는 핵심인물 3명에게서 수십 억원이 정당한 지출없이 나가 있습니다. 그 돈이 결국 수요기관과 수의계약을 하는 대가로 지불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미 국가보훈처 직원 5명이 입건됐고, 뇌물 관련으로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처벌받는 공무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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