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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CD금리만 왜, 석 달간 멈춰있었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나서면서 이번 사건이 ‘한국판 리보 사태’로 번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CD 금리와 리보 금리가 유사하기 때문에 암묵적인 짬짜미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은행·증권업계에서는 “금리를 조작해 얻을 이익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CD금리 조작 의혹 파문



 사실 CD 금리 결정 구조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4월 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CD 금리는 석 달간 연 3.54%로 매일 똑같았다. 기준금리의 기능을 완전히 잃은 것이다. 발행과 유통량이 너무 적어서다. 같은 기간 국고채·회사채 등 다른 채권 금리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월 18일 3.49%까지 치솟았다가 이달 17일 2.92%까지 떨어졌다. 또 지난 16일 3.25%에서 정체됐던 CD금리는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된 17일과 18일 각각 0.01%포인트씩 하락했다. CD 발행과 유통이 없었는데도 금리가 내려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CD 금리 결정 과정은 주먹구구식이다. CD는 7개 시중은행이 발행한다. 증권사는 유통을 중개한다. 이 중 10개 증권사가 매일 CD의 금리를 입력한다. 기준은 발행·유통 금리 또는 호가다. 어느 날 A은행은 CD를 4%에, B은행은 4.1%에 발행했다면 이 중 어느 금리를 보고할지 각 증권사 담당자가 ‘알아서’ 정하는 식이다. 금융투자협회는 10개 증권사가 입력한 값 중 가장 높은 값과 낮은 값을 뺀 나머지 8개의 금리를 평균해 고시한다.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파문과 마찬가지로, 금리에 따라 손익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가 금리를 결정하는 주체라는 점도 문제다. CD 금리는 은행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CD 금리가 높아지면 은행은 그만큼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5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642조7000억원. 이 중 절반가량이 CD 금리에 연동된 대출이다. 금리를 0.5%포인트만 높여도 은행은 1조5000억원의 이자를 더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혹의 당사자인 은행·증권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CD 발행과 유통의 중개자일 뿐이어서 금리를 조작해 얻을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도 공정위의 조사를 겨냥한 듯 “하루쯤 (증권사에) CD 금리를 고시하지 말라고 하고 싶고, 아예 CD 금리 자체가 없어졌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D 금리는 은행 대출의 기준금리로 쓰일 뿐 아니라, 몇몇 금리 파생상품의 기준금리로도 사용된다. 4400조원이 넘는 금리스와프(IRS)시장 중 일부와, 약 7조원 규모의 변동금리부채권(FRN)의 일부가 CD 금리와 연계돼 있다. 이때 CD 금리 수준에 따라 증권사별로 손익이 달라질 수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증권사가 금리 스와프 등에 투자할 때 CD 금리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다만 어느 증권사가 어디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알 수 없어 정확히 누구에게 손실 또는 이익일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CD 발행 물량이 거의 없고 CD 금리를 결정하는 직접적인 주체가 증권사들인데 왜 은행 탓을 하느냐는 거다. 한 은행 고위 임원은 “마땅한 기준금리가 없어 CD 금리를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것일 뿐”이라며 “거래량·발행량 감소 탓에 발생한 현상이지 인위적인 조작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영국의 ‘리보 금리 조작사태’와 달리 CD 금리 담합 가능성을 작게 보는 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CD 금리를 높게 써내도록 10개 증권사를 압박했다는 추측은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담합 조사 과정에서 금융 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간 갈등도 일부 드러났다. 공정위가 금융감독 당국과 사전 협의 없이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18일 “(CD 금리의 문제점을) 인식해 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다른 측면에서 보고 조사에 들어간 것 같다”며 “협의가 없었던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CD를 대신할 대체 금리가 빨리 나와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은행은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CD 금리의 대체지표 개발을 논의했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CD(양도성예금증서 ) 은행이 발행하는 무기명 예금증서로 한국에는 1984년 도입됐다. 만기는 30일 이상으로 3개월 만기가 일반적이다. CD금리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풍부한 발행량과 거래량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단기금리 지표로 활용됐지만, 최근 발행량·거래량이 급감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재까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함께 변동금리 주택담보·기업 대출의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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