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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을 위한 IT 정부

방석호
홍익대 교수·법학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2007년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제2의 당뇨병 신약 개발을 위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연구 데이터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엄청난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서 모은 기업의 소중한 자산을 스스로 세상에 던진 것이다.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을까?



 제약업계 전체의 R&D 투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기술은 발전했지만 1년 동안 생산되는 신약 숫자는 40년 전과 동일한 상황에서 정보기술(IT)을 통한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돌파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참여와 글로벌 협력을 결합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서 좋은 디자인을 공모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흔한 얘기가 됐다.



  국민이 공공정보를 공유하고 재활용하게 되면 시장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인간 지놈 프로젝트 데이터를 공개하자 개인 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엄청난 혁신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웹2.0으로 상징되는 지식과 정보의 개방·공유·참여 흐름은 인쇄술이 보급되면서 일어난 지난 수백 년 동안의 변화를 불과 한 세대 안에 만들어내고 있다.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2009년 영국 국민은 의원들이 각종 수당을 부정하게 신청해 흥청망청 써버린 사실에 분노했다. 가디언지는 일회성 폭로기사로 다루지 않고 자사 홈페이지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독자들이 내려받아 200만 페이지가 넘는 영수증을 직접 분류·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수만 명의 온라인 독자감시자가 참여해 며칠 만에 이룩한 결과는 6명의 장관 사임과 많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었다. 국민이 국정의 직접 감시자로 참여하는 정치혁명은 IT의 시대정신을 읽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 스스로 정보를 공개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으로 변신한다면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다. 정부가 예산과 조직을 갖추고 모든 것을 만들고 이끌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IT 컨트롤타워 부활 논쟁에서 나오는 독임제니 하는 것들이 간과한 함정은 변화의 객체여야 할 정부가 변화의 주체로만 등장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상호 의존성, 복잡성, 빠른 변화 속도를 감안하면 과거처럼 중앙에서 정책과 룰은 물론이고 방향을 정하고 명령하는 방식으로의 회귀는 타당하지 않다.



 정부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기업과 시민단체, 개인의 네 축이 각각 정책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하는 혁신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 외부의 글로벌 지식네트워크 확충과 함께 정부와 엘리트 전문가 집단의 상대적 쇠퇴가 피할 수 없는 IT 시대정신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일수록 내부의 핵심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외부에서 상호 보완기능이 뛰어난 아이디어를 얻어 내·외부 역량을 모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산업화시대의 정부는 권력과 조직을 독점했고, 필요하면 새로운 규제체제를 쉽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웹3.0시대의 정부는 민간부문 및 시민사회의 가치와 존재를 활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만 ‘작지만 강한 정부’가 가능해진다.



 그러기 위해 차기 IT 정부 조직은 무엇보다 집단혁신 플랫폼으로 스스로 변신해 ‘참여규제’의 시대부터 열어주어야 한다. 시민 프로슈머들의 참여 노력을 올바른 방식과 방향으로 유도해야 IT 규제와 정책, 시장의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열린 정부의 존재는 필수조건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디지털과 함께 자란 2030세대에게 변화의 주역이 될 올바른 참여 기회와 권한을 제공할 수 있는 ‘열린 정부’야말로 선진 정치 리더십만이 만들 수 있고, 또한 지금의 대한민국 IT환경에서 꼭 필요한 비전이다.



방석호 홍익대 교수·법학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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