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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 칼럼] 비전을 보고 싶다 ③ 탈부패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다르고, 살아온 과정과 처해 있는 현실이 다르다. 생각이 똑같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대권을 꿈꾸는 대한민국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비전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보고 싶은 세 번째, 즉 마지막 비전은 탈(脫)부패다. 탈분단-탈탄소-탈부패가 세 변을 이루는 ‘삼탈(三脫)의 삼각형’ 속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포괄된다고 믿는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우리 사회가 많이 깨끗해졌다고 말한다. 부패한 사람보다는 청렴한 사람이 더 많다는 말도 한다.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우리가 이 정도나마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를 절망케 하는 뉴스가 여전히 너무 많다. 정치권력과 재벌권력의 현란한 고공(高空) 플레이에서 우리 주변의 관행화된 작은 부패까지 부정과 부패에 관한 뉴스가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란 말이 과장된 수사로만 들리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대통령 집무실의 문고리를 잡고 있던 집사는 돈맛을 즐기다 들킨 탓인지 부랴부랴 사임했다. 정권 창출의 최고 공신이란 사람들은 모두 감방에 들어가 있다. 퇴임 후 거처할 사저 매입과 관련해 대통령 자신이 개인 돈과 나랏돈을 뒤섞는 ‘야바위짓’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벌들은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를 하고, 하도급 업체의 손목을 비튼다. 그들 간의 담합은 일상화돼 있다. 지방에선 인사철마다 사실상의 매관매직이 횡행하고 있다. 승진과 영전을 대가로 얼마를 주고받았다는 소문이 꼬리를 문다. 정부공사 입찰 서류를 평가하는 교수들은 돈을 받고 점수를 후하게 준다. 잘못을 눈감아 주고 금품이나 향응을 받다 걸린 공무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돈과 권력 앞에서는 법의 잣대도 휘어진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유권무죄 무권유죄는 공식이 됐다. 재벌과 권력자는 죄를 지었어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사면된다. 법 앞의 평등은 헌법 조문에 불과하다.



 비리와 반칙이 판치는 불공정한 게임에 승복할 패자는 없다. 100% 완벽하진 않더라도 참가자의 대다수가 인정할 정도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인 양극화는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 경쟁에서 지더라도 실력과 노력 부족을 탓하기보다 불공정한 룰과 편파적인 심판을 탓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부정부패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부패의 비전을 대권을 꿈꾸는 지도자들에게 요구하는 까닭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1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10점 만점(부패 제로)에 5.4점으로, 조사대상국 183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2010년의 39위보다 4단계 하락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에 머물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CPI를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만 개선해도 매년 경제성장률을 0.65%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부패는 불신에서 싹튼다. 서로 믿을 수 있다면 편법에 기댈 이유가 없다.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혈연·지연·학연 같은 연줄을 동원하고, 뇌물로 환심을 사는 것이다. 기계가 잘 돌아가려면 기름칠을 해야 하듯 사회가 잘 굴러가려면 신뢰라는 윤활유가 필요하다. 국민은 정부를 믿고, 소비자는 기업을 믿고, 노동자는 사용자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도자와 정치권, 공무원, 기업인들부터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신뢰는 물적 자본, 인적 자본과 함께 사회를 발전시키고 구성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제3의 자본이다. 사회적 신뢰도가 10%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은 0.8% 상승한다는 세계은행 보고서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최하위권이다. ‘낯선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 10명 중 3명만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니 뇌물과 연줄로 기름칠을 해야 뜻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덴마크인은 10명 중 7명이 처음 만나는 사람도 믿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서로 믿는 신뢰의 선순환 속에 부정부패는 발붙일 틈이 없다. 덩달아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남을 믿으면 바보가 되는 사회, 눈치 백 단만 살아남는 사회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정직하고, 남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 평가받고 대접받는 사회가 될 때 우리는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5년을 끝으로 요령과 편법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도자부터 청렴과 결백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런 비전을 제시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대권의 꿈을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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