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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스님들 책, 값싼 위로가 되지 않으려면

기선민
중앙SUNDAY 기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성철 스님의 유명한 법어다. 그가 살아 있어 요즘 이 법어를 내렸다면 젊은 세대는 ‘그게 뭥미(무슨 뜻)?’라고 했을지 모른다. 웬 뜬구름 잡는 소리냐며 말이다. 지난주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스님들의 에세이가 유난히 많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1위),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4위) 『엄마수업』(10위) 『방황해도 괜찮아』(15위), 정목 스님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11위) 등이다. ‘산은 산 물은 물’ 식의 알쏭달쏭한(?) 법어가 아니라 한결같이 쉽고 편안한 일상의 언어다.



 15주 연속 1위에 오른 혜민 스님 책을 포함해 스님들의 책 판매량은 도합 150만 부를 훌쩍 넘는다. 스님들의 책이 이렇게 한꺼번에 베스트셀러 순위를 점거한 건 드문 일이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힐링(healing), 즉 심리 치유 효과를 꼽는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의 메시지는 ‘욕망을 버려라’ ‘천천히 가도 실패한 건 아니다’ 등이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지치고 상처 받은 사람들을 부드럽게 다독인다. 1만원짜리 항우울제를 처방받는 셈이다. 법륜·혜민 등 저자들의 강연회도 미어터진다. 객석에선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목격된다. 그만큼 살기가 힘들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스님들의 ‘좋은 말씀’이 사회적으로 어떤 추동력을 갖는지는 미지수다. 중앙SUNDAY에 한 달에 한 번 칼럼을 쓰는 해인사 문수암의 원철 스님에게 이렇게 불평을 했다. “스님들 책은 읽을 땐 좋은데 돌아서면 허전합니다.” 스님은 이런 책을 ‘마음 바꾸기’ 책이라고 지칭했다. “미래는 예측불가능하고 내 능력은 한계가 명백하지요. 그럴 때 생기는 무력감을 줄이려면 결국 내 마음을 바꿔 타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과 남을 바꾸는 것보단 나를 바꾸는 게 훨씬 쉬우니까요.” 스님은 “사회적으로 건강한 현상이라 할 순 없지만 책 읽는 동안이나마 행복해질 수 있다면 책값은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맞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집안이 좋지도, 외모가 뛰어나지도, 스펙이 화려하지도 않은 나는 무력하다. 욕망을 줄이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마음 바꾸기’ 책이 도달하는 종착역이다. 그런데 마음을 비운다고 현실의 모순이 해결되는가. 그건 아니다. 모순의 해법이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된다면 그건 더 심각한 문제다. 무한경쟁 사회의 비인간성에 절망했다면 공정한 룰이나 패자부활전을 어떻게 마련할까 고민해야지 마음을 비우는 게 출구가 될 순 없다. 그건 독서를 핑계 삼은 퇴행일 뿐이다.



 ‘좋은 말씀’이 변화의 추동력으로 이어지는 걸 보고 싶다. 독서가 책 읽는 동안만 행복한, 순간의 소비 행위가 아니라 발전적이고 실천적인 행위였으면 좋겠다.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의 스님 책 열풍이 주는 위로 앞엔 안타깝게도 ‘값싼’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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