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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재래시장 구걸하게 하지 마라 이틀 판돈 쥐여줘도 살아남기 힘들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30년도 훨씬 전이다. 미국에 도착해 처음 본 대형 수퍼마켓. 큰 창고 안에 각종 생필품과 식품류를 천장 가득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그것도 밤새도록 말이다. 달걀도 설탕도 귀했던 우리나라 골목시장만 보다가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먹을 것을 보고는 ‘미국은 부자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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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미국에는 이런 대형마켓뿐만 아니라 우리 재래시장 같은 작은 가게에도 손님이 많았다. 취향이 달라서다. 예쁜 토마토보다 울퉁불퉁 찌그러진 토마토를 좋아하는 사람. 양동이만 한 우유팩보다는 작은 유리병에 담긴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 큰 포대 안에 담긴 감자보다 울퉁불퉁 제각각인 낱개로 파는 감자를 좋아하는 사람. 그런데 울퉁불퉁 찌그러지고 작은 병에 담아 팔고 모양도 제각각인 그 물건들은, 비싼 가격으로 동네가게에서만 팔았고, 대부분 소규모 농장에서 정성껏 재배한 것들이었다. 그렇게 적은 양을 팔아도 골목가게는 망하지 않았고 대형마켓과 경쟁하며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다.



 예전에 그토록 부러워했던 대형마켓. 1993년 11월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롯데마트, 홈플러스까지 합세하여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에 대형마켓 천지다. 그런데 그 널린 대형마켓 때문에 망했다며 동네시장·재래시장 상인들은 모두 울상이란다.



 도와준답시고 지자체에서 ‘대형마켓과 기업형 수퍼마켓의 일요일 의무 휴무제’를 내놓았다. 그런데 된다, 안 된다, 엎치락뒤치락 난리도 아닌 걸 보면 결과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일요일만 되면 젊은 아빠들이 장 보러 간다며 아이들 손잡고 대형마켓으로 놀이 삼아 나들이 가는 집들이 많다. 그 식구들이 대형마켓 휴무라고 나들이를 재래시장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는가. 한번은 구경 삼아 갔다손 치자.



 친절은 바라지도 않지만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종류도 많지 않아 다른 곳을 또 들러야 하고, 주차도 힘들어 양손이 감당할 무게만큼만 사서 걷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든지 해야 하고. 환경만 열악한 게 아니라 가격경쟁도 말이 안 된다.



 전에 살던 동네에, 대형마켓이 길 건너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동네수퍼와 야채가게가 있었다. 맞벌이 부부나 식구가 적은 사람들, 왕창 사서 왕창 먹고 왕창 남으면 왕창 버려야 되는 왕창 마켓이 싫은 사람들이 손님의 대부분이다. 아이스크림 하나, 치약 하나라도 배달하고 김치용 배추도 다듬어서 절여서 배달하고 나물도 다듬어 데쳐서 갖다 주고. 한 달 두 달 단골 되니 맞춤서비스에 정겨움은 덤이더라.



 아마도, 생선 몇 마리 입에 넣어 주는 대신에 고기 잡는 법과 좋은 어망 하나 선물함이 더 귀한 선물일 게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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