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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8만원' 베를린 北대사관에 금발 손님이





베를린 북한 대사관, 건물 한 동엔 하룻밤 55유로 호스텔 외화벌이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은 대사관 건물 일부를 호스텔로 쓰고 있었다. 독일 베를린에선 분단된 남북한의 현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통일의 현장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은 ‘유로 2012’ 공식 스폰서인 현대자동차의 광고막이 온통 휘감고 있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사진을 게시판에 건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은 대사관 건물 일부를 호스텔로 운영하며 ‘외화벌이’를 하고 있었다.



체험단은 파리의 한국대사관에서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며 현안을 토론하는, 외교관들의 ‘현실’을 함께 했다.



런던에서 맞은 6·25 기념일,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앞서 영국의 6·25 참전용사들과 ‘SNS 외교 체험단’(왼쪽부터 김다혜·배아라·김재국씨)이 함께했다. [구희령 기자]


세계 곳곳에는 한국의 영토가 있습니다. 바로 해외 공관입니다. 그러나 이 ‘해외 영토’와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외교관’이라는 재외국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사관 문턱은 높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의 엘리트 외교관들이 와인을 홀짝이며 화려한 생활을 한다는 이미지가 고작입니다. 궁금증을 풀기엔 ‘그곳’은 너무 멀고, ‘그들’의 모습도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20대 남녀 학생 세 명으로 구성된 ‘SNS 외교 체험단’이 Saturday와 함께 외교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유럽의 한국 대사관을 찾아갔습니다. 영국·프랑스·벨기에·독일 등 네 곳입니다. 외교통상부가 공식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체험단을 공모하고 선발했습니다. 체험단은 선발된 뒤 “알쏭달쏭한 ‘외교’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잘 보고 오겠다”며 스스로를 ‘v.o.d.a(Viewers of Diplomatic Affairs)’라 이름 지었는데요, 지난 1일까지 일주일 동안 이들의 눈으로 살짝 들여다본 현장을 트위터의 형식을 일부 빌려 전합니다.



런던·파리·브뤼셀·베를린=구희령 기자



넬슨 제독 옆 6·25 참전용사 기념목판

“신은 단 한 사람도 잊지 않는다” 새겨








6·25 헌화식은 유서 깊은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열렸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빈이 결혼식을 올린 곳,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 처칠 총리, 넬슨 제독의 유해가 모셔진 곳이다.



대성당의 중심인 돔 아래, 넬슨의 웅장한 관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벽에 걸린 6·25 참전 영국 용사를 기리는 목판 앞에서 경건하게 식이 진행됐다. 추규호 영국 주재 한국 대사와 정복을 갖춰 입은 백발의 참전 용사들은 역시 참전 용사였던 신부의 인도에 따라 목판에 새겨진 ‘Not one of them is forgotten before God’을 되뇌었다.



 체험단이 찾은 현장에서 6·25는 ‘잊힌 전쟁’이 아니었다. 참전 용사들의 기념 행사는 가는 곳마다 각국 주재 한국 대사들의 주요한 일정이었다. 그것도 해마다. 영국 참전 용사들은 헌화식이 끝난 뒤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잡채·전 등 한국음식으로 차려진 오찬을 함께하며 “한국이 매년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벨기에 참전 용사는 비무장지대(DMZ)의 철조망 조각이 담긴 액자를 받아 들고 감회에 젖었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자유와 평화’라는 명분만으로 목숨을 걸었다는 열아홉, 스무 살의 병사들은 어느덧 80대가 돼버렸다. 그러나 신께서만 잊지 않으신 게 아니었다.



선관위 파견관, 재외국민 투표 홍보

주말마다 한국인 교회·절 찾아다녀








체험단 중 김다혜(21)씨는 경찰대 4학년, 예비 경찰관이다.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외사협력관으로 파견된 임병호 총경을 만나자 눈을 반짝이며 ‘경찰 영사’의 업무를 묻는다. 일단 범죄·교통사고·자살 등 영국 내 한국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달려간다. 최근엔 부모의 재혼과 이혼 등으로 오갈 곳이 없어진 어린아이를 한국의 친척에게 보내기도 했다. 임 총경은 10년 전 한국 여대생이 영국에서 살해당한 사건으로 영국 경찰과 공조했었다. 범인으로 밝혀진 민박집 주인 김모씨는 종신형을 받았다. 임 총경은 “그 일 때문에 아내가 영국 파견을 꺼림칙해했다”고 말했다. 정작 임 총경은 교도소에 있는 김씨를 면회하러 간다. 감옥에 갇힌 우리 국민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살피는 것도 그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한국말이 반가운지 쉴 새 없이 말하던데요. 하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파견된 양금석 공사참사관은 주말마다 영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 교회와 절에 다녔다고 했다. “재외국민 선거를 알리고 투표인 명부를 만들어야 하는데 예배 보고 법회 참석하면 끝 순서에 ‘광고’할 기회를 주시거든요.” 몇 시간씩 걸리는 런던까지 가서 투표할 수 없으니 명부에도 등록하지 않겠다는 이들을 “유권자 수가 1만 명만 돼도 대선 주자들이 교민 복지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설득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파리 대사관은 문화유산, 연 2회 공개

대사 집무실까지 관람객 들어와 구경








파리의 한국대사관에 들어서는 순간 상상 속의 대사관에 이제야 도착한 듯했다. 런던의 한국대사관은 높은 물가 탓인지 낡고 밋밋한 빌딩에 집기도 20년은 묵어 보였다. 하지만 파리의 대사관은 크림색과 금빛으로 장식된 벽면과 휘황한 샹들리에, 아담하고 예쁜 뜰까지… 마치 오래된 프랑스 귀족의 저택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건물은 프랑스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단다. 그 때문에 불편한 일도 생긴다. 1년에 두 번은 일반인에게 무조건 건물을 공개해야 한다. 외국의 기밀을 다루는 대사관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공개 기간에는 대사 집무실까지 관람객이 들어와 둘러본다고 한다. 주말이지만 대사관 직원들도 구경꾼들이 행여 일반 사무실까지 들어가지 못하도록 지켜보러 나온다. 그런데 알고 보니 파리 자체가 19세기에 대대적으로 재정비됐기 때문에 외국 대사관들은 대부분 당시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이라고 한다. 한국도 1972년 운 좋게 ‘문화재 건물’을 구입했지만 중국·일본대사관에 비하면 소박한 수준이라나.



 그래도 이런 호화로운 분위기라면 외교관들이 연미복을 입고 왈츠라도 춰야 할 것 같다. 박흥신 프랑스 주재 대사는 “대사인 나도 지난해 7월 모나코의 알베르 대공 결혼식 축하 무도회에 간 것이 유일하다”며 “한복을 차려입은 아내의 팔을 붙들고 춤을 추는 시늉만 했지만 워낙 하객으로 붐벼서 다행히 눈에 띄지 않았다”고 웃었다.



새벽 2시에 전화해 돈 달라던 배낭여행객

꿔줬더니 안 갚네요 … 가족한테 받아냈죠








샹들리에가 멋진 대회의실에서 최재철 공사 등 파리 주재 외교관 8명과 함께 비닐에 든 바게트 샌드위치와 종이컵에 따른 콜라를 두고 이른바 ‘브라운백 미팅’을 했다. 다음은 이들의 말말말. “솔직히 나라도 여행 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대사관 안 찾고 친구에게 전화할 거다. 아직 문턱이 높다” “대사관 문을 닫아두는 건 보안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나” “요즘은 배낭여행객도 대사님 관저까지 벨 누르고 들어온다” “지난 주말 새벽 2시에 대사관 당직 전화를 받았더니 여행객이 ‘80유로(약 11만원)밖에 없으니 돈을 달라’더라” “정말 한 푼도 없는 사람에겐 영사과에서 돈을 빌려주는데 안 갚는 경우가 많다. 다 세금이니까 끝까지 청구한다. 7개월 걸려 돈 빌린 사람 누나에게서 받아낸 적도 있다” “새벽에 전화해 자기 집에 열쇠를 두고 나왔는데 대사관에서 도와달라는 사람도 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는 외교관이 출장 가면 청와대로 불러 금일봉을 줬다던데” “외교관이 활동하기는 오히려 지금이 좋다. 이제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져 유럽 여러 나라를 통해 아프리카나 아랍의 정보까지 얻어낼 수 있다” “고등학생 아들이 12번째 전학이라며 이번엔 제발 졸업 때까지 다니고 싶다더라” “여성 외교관은 홀로 일에 몰두하거나 부부가 1년에 두 번 보는 사람도 많다. 남편과 한 대륙에 살면 정말 행복한 거다”.











북한대사관 게시판엔 김정은 사진

브란덴부르크문 현대차 광고와 대비








대사관 건물은 상업적으로 쓸 수 없다. 그러나 베를린 북한대사관은 예외다. 북한은 동독 시절 같은 공산국가라는 이유로 러시아 다음으로 크고 좋은 건물을 대사관으로 배정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그중 한 동은 숙박업체에 위탁해 호스텔(저렴한 숙박시설)로 쓰고 있다. 서양인 직원에게 방값을 물으니 1인실은 하룻밤에 55유로(약 8만원)라고 한다. 호스텔 영업수익으로 베를린 북한대사관의 ‘외화벌이’ 액수는 재외 여러 대사관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북한 외교관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라는 소문도 있단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독일 정부도 호스텔 영업에 대해 눈감아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호스텔 로비, 금발의 한 숙박객이 들고 있는 노트북엔 삼성 로고가 선명하다. ‘유로 2012’의 공식 스폰서를 맡은 현대자동차의 광고막이 50만 명의 응원 인파가 모인 브란덴부르크 문을 온통 휘감고 있던 모습이 새삼 떠올랐다.



 호스텔 바로 옆은 북한대사관이다. 게시판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사진과 함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사진도 붙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유럽에 근무하는 한국 외교관들은 같은 지역의 북한 외교관들과 가끔 행사에서 마주친다고 한다. 대개 축구나 날씨 이야기만 건넬 뿐 민감한 내용은 서로 피한다. 문태영 독일대사는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물론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통일 원치 않는 한국 젊은이 있단 말에

독 통일 담당관 “분단 비용 생각해보라”








독일이 통일된 지도 올해로 22년이다.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국 입장에서 독일은 ‘통일 모델’이다. 독일 동포들이 통일 전문가가 될 만큼 베를린의 한국 사회에선 통일 관련 세미나가 자주 열린다고 한다. 체험단도 독일 내무부에서 통일 문제를 담당하는 미카엘 포프를 만났다. 그는 갑작스럽게 이뤄진 통일 이후의 혼란에 대해 설명했다. 동독에서 일자리 250만 개가 없어졌고, 새로 150만 개가 생겼지만 그 자리가 일자리를 잃은 250만 명에게 돌아간 건 아니라 했다. 베를린은 유럽 최고의 경제 강국인 독일의 수도지만 아직 헝가리 부다페스트보다 부동산 값이 싼 ‘가난한 도시’란다. 통일 전 베를린은 동독 지역 안에 있었고 반쪽으로 나뉘어 서베를린만 섬처럼 서독 땅이었기 때문이다. 동독 출신 ‘오시(Ossis)’와 서독 출신 ‘베시(Wessis)’가 아직도 버성긴다고도 했다. “어린 시절 동독 소녀와 펜팔을 했다”는 포프의 말은 북한과 약 60년 동안 사실상 단절된 우리 상황과 대조됐다. 솔직히 한국 젊은이 중에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포프는 “지금 분단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을 생각해보라”며 “통일 후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젊은 세대들도 열매를 맛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베를린 장벽도 어느 날 갑자기 무너졌다. 한국도 결국 통일될 것”이라며 “중요한 건 통일에 대해 젊은 세대까지 거부감을 없애고 동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EU FTA 1주년 라운드 테이블

예상과 다른 살벌한 분위기에 깜놀








브뤼셀의 유럽경제사회위원회(EESC) 회의장. ‘유럽연합(EU)의 전경련’이라는 비즈니스유럽과 한국무역협회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1주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첫머리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EU 측 참석자가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를 다그친다. “한·터키 FTA는 어떻게 되고 있나”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도 참여하나”. 최 대표가 거침없이, 그러나 매끄럽게 살짝 피해가며 답변한다. “양국이 농업 분야 등에서 입장을 조율 중이다” “한국은 언제라도 참여할 준비가 돼 있지만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회의 중반. 한국과 EU의 자동차협회 관계자들이 서로 “FTA로 인해 타격을 봤다”며 각기 다른 통계 수치를 들이댔다. 날선 대화가 이어졌다. ‘총알 없는 전쟁’이 이런 거구나. 한덕수 무역협회장(전 총리)이 마무리 발언을 할 시간이 됐는데도 회의장의 긴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 회장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참석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영어로 감사와 찬사를 보내자 분위기가 놀라울 정도로 반전됐다. EU 쪽 관계자들의 얼굴이 스르르 풀리는 게 눈에 보였다. 벨기에 주재 김창범 대사도 활짝 웃었다. 김성호 공사는 “통상 분야는 교섭 결과가 정확한 수치로 나타나고 손익이 직접적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이 감돌고, 정무 분야는 전 국민에게 영향이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엄청난 부담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순간 독일 외교부를 방문했을 때 직원이 건물 옥상까지 체험단을 데려가서 “이것이 외교의 참모습”이라며 보여준 거대한 청동 조형물이 떠올랐다. 바로 외줄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대학생 ‘SNS 외교 체험단’은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해 자작곡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 김재국(24·연세대 사회학 3년)씨,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세계 식량 안보를 위해 일하고 싶은 배아라(23·여·서울대 대학원 작물생명과학 석사과정 1학기)씨, 내년이면 경찰 공무원으로 임용되지만 외국에 우리나라를 더 알리고 싶다는 꿈을 가진 김다혜(21·여·경찰대 4년)씨. 일주일 동안 유럽 외교 현장을 다녀온 ‘SNS 외교 체험단’이다. 체험단은 외교부 블로그(http://blog.naver.com/ilovemofat)에 탐방 후기를 올렸고 UCC 제작을 앞두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SNS 외교 체험단’을 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과 소통하고, 특히 젊은 세대에게 다가서는 외교가 목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다리로 삼은 이유다. 외교부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외교 현장에 참여하고 싶은 416명이 지원했다. 지원 동기와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1차로 15명이 선발됐고, 심층 면접을 통해 3명이 확정됐다. 문성환 외교부 정책홍보담당관은 “미리 체험을 해보려는 외교관 지망생이 아니라 외교 활동에 관심이 많은 다양한 분야의 젊은이를 선발했다”며 “영어가 완벽하고 이력이 화려한 사람을 뽑은 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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