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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역발상의 미학

이상복
워싱턴 특파원
크리스 휴즈(28).



 그는 하버드대 동창인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을 창업한 인물이다. 2008년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였던 시절 온라인 캠페인을 이끌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을 때 그의 나이 24살이었다. 휴즈는 늘 새로운 도전을 꿈꿨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뉴미디어가 그의 운동장이었다.



 이런 그가 올해 초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98년 역사의 미국 시사 잡지 ‘뉴 리퍼블릭’을 인수한 것이다. ‘뉴미디어의 왕자’로 불려온 그가 전통 미디어를 세 번째 도전 무대로 택한 데 대해 사람들은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그는 “전통 미디어의 가치와 뉴미디어의 강점을 결합한 새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자세한 구상은 밝히지 않았고 인터뷰도 거절해 왔다.



 잡지 발행인으로 은둔의 시간을 보냈던 그의 근황이 요즘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주 그의 도전에 관한 2쪽짜리 특집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휴즈는 잡지사가 있는 워싱턴과 주거지인 뉴욕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절반 이상의 제작회의에 참석했을 정도로 잡지 운영에 열의를 보였다. 그 사이 논설위원을 증원했고 페이지 수도 늘렸다. 더 신속한 배달이 이뤄지도록 시스템도 개선했다. 가을엔 재창간에 준하는 개혁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휴즈의 도전은 전형적인 역(逆)발상의 영역에 속한다. 테크놀로지 발달에 힘입어 모두가 뉴미디어로 달려갈 때 뉴미디어가 낳은 스타인 그는 거꾸로 전통미디어로 역귀환했다. 성공 여부를 단언할 순 없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무엇인가에 주목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는 비판 정신과 문제 의식 등 저널리즘의 본질에 더 충실할 것을 요구 중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초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상식을 뒤집는 역발상의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면 회사가 노동자의 권리를 강조하는 광고를 내는 식이다. 패스트푸드 회사 맥도널드가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선보인 광고 문구는 ‘일하면서 먹는 점심 관행에서 벗어나자’였다. 일본에선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 주범으로 여겨져 온 고령 인구에서 성장동력을 찾자는 움직임도 한창이라고 한다. 실버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노년층의 부를 청년층에 이전시켜 중산층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역발상은 단순히 생각을 뒤집는 데 있지 않다. 진부함을 깨부수는 통찰과 현실인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 뒤집으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토머스 에디슨은 “발명을 하려면 상상력 외에 온갖 잡동사니가 필요하다”고 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팍팍한 세상이지만 늘고 있는 역발상들을 지켜보는 건 쏠쏠한 재미다. 고정관념을 뒤집는 데서 세상은 진보한다고 믿는다. 특히 미디어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크리스 휴즈의 도전이 결실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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