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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소심한 인간의 과격한 운전 스트레스 때문인가 ‘머피의 법칙’인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평소에는 매사에 느릿느릿 신중하게 행동하던 선배 한 분이 계셨다. 그런데 운전대만 잡으면 평소의 차분함은 온데간데없고 느닷없이 도심의 카레이서로 돌변했다. 옆 차선에 조금의 틈만 보이면 즉각 차선 변경을 감행하고, 앞 차가 조금이라도 주춤거린다 싶으면 당장 경고의 하이빔을 날린다. 급가속과 급정거는 기본이고, 급차선 변경과 약간의 과속도 마다하지 않는다.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운전대 앞에 앉은 분이 평소에 보던 그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왜 그러는지 차마 물어보진 못하고 짐작만 해봤다. 아마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를 과감한(?) 운전으로 해소하는 게 아닐까.



 사실을 고백하자면 내가 그렇다. 평소엔 소심하단 소릴 듣는 주제에 운전대만 잡으면 과격한 질주자로 변신한다. 차를 몰고 도로에 나서기만 하면 앞 차에 들이대기(tailgating)와 윽박지르기는 기본이고, 어깨 짚기(슬쩍 끼어들기)와 2단 젖힘(한 번에 2개 차로 변경) 수법을 수시로 구사한다. 급한 일이 있거나 약속 시간에 늦은 경우가 아닌데도 차만 타면 늘 조급하고 서두른다. 거의 습관적이다. 왜 그럴까. 평소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고 자위해 보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



 출퇴근시간에 꽉 막힌 도로에서 아무리 조급을 떤다 해도 오십보백보다.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인다. 실제로 도로 위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되면 조급하면 할수록 스트레스가 더 커진다. 막히는 도로에서 조금 빨리 가겠다고 차로를 옮기면 항상 내가 옮긴 차로의 속도는 느려지고 먼젓번 차로가 더 빨리 간다. 피하고 싶었던 재수 없는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야 만다는 ‘머피의 법칙’은 도로 위에서도 어김없이 작동한다. 나의 조급증은 ‘머피의 법칙’이 관철되도록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조급한 마음에 차로를 바꿀 때마다 매번 머피에게 당하고 만다. 이러니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얼마 전 병원에 며칠 입원했었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퇴원 후 처음 운전하던 날 차로를 가급적 바꾸지 않기로 굳게 다짐하고 길을 나섰다. 차로를 옮겨 다닐 필요가 없으니 운전이 편안해졌다. 앞 차와의 간격도 넉넉하게 두니 마음이 느긋해졌다. 드디어 정체구간에 들어섰다. 갑자기 옆 차로에서 차 한 대가 깜박이도 켜지 않고 쓱 끼어든다. ‘나도 전엔 저랬지’라며 꾹 참는다. 그런데 잠시 후 또 한 대가 끼어든다. 이번엔 뒤에서 하이빔이 번쩍거리고 경적이 울린다. ‘네가 멍청하게 서서 끼워주는 바람에 자기 차로가 느려졌다’는 항의다. 할 수 없이 앞 차와의 간격을 줄인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문득 옆 차로의 빈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머피에게 또 당할 것 같다.



글=김종수 논설위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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