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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보면 석촌호수 물빛, 버들가지 흔들림도 보여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송파구에는 15년 동안 변함 없이 강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동호회가 있다. 송파구청 사진동호회 ‘솔빛회’다. 1997년 2월 창단해 200회 넘게 전국을 주름잡았다. 솔빛회 회원들은 “카메라 속을 들여다보니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회원들의 작품은 송파구 잠실역 ‘열린 갤러리’에서 릴레이로 전시되고 있다.

글=전민희 기자 , 사진=김진원 기자

솔빛회 회원들은 “사진을 찍으며 더 넓은 세상을 만났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강태봉·원선종·김승래·김복환씨.

지난달 30일 오후 잠실역에 있는 열린 갤러리. 지하철 개찰구를 빠져 나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보고 있다. 10점의 사진이 모두 바닷가를 배경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을 담고 있다. 솔빛회 회원 강태봉(57)씨의 작품이다. 강씨는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라 전시의 주제를 ‘희망(Hope to Meet the Sun)’으로 잡았다”며 “사진을 통해 올해 첫날 일출을 보며 품었던 희망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강씨의 작품은 이달 말까지 열린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출사 때마다 1000여 장 찍어도 한두 장 건져

솔빛회는 강씨와 김복환(57)·김승래(53)·서정하(54)씨가 의기투합하면서 탄생했다. 송파구 상징인 소나무의 ‘솔’과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빛’을 넣어 동호회 이름을 지었다. 창립 당시 20명이던 회원 수는 지금 37명으로 늘었다. 회원들은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정기 출사를 떠난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떠나는 정기출사가 벌써 15년째다.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안개,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을 찍기 위해 방방곡곡을 누볐다. 김복환씨는 “출발할 때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게 아니라 ‘예술작품을 창조하러 간다’는 비장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 번 출사를 나갈 때 1000장 정도 사진을 찍어도 만족할 만한 사진은 한두 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예술작품을 창작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단다.

한 해 동안 찍은 회원들의 사진은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가장 자신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지난 5월에는 송파구민회관 예송갤러리에서 열네번째 전시회가 열렸다. 송파구에 있는 10여 개 사진동호회와 함께 연합전시회도 개최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전시회는 특별한 의미다. 1년 동안의 예술활동을 다른 사람에게 평가 받으며 더 나은 사진을 찍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강씨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개성이 강해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며 “전시회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솔빛회는 단순한 동호회 활동을 뛰어넘는다. 회원들은 이곳에서 동료가 아닌 형·동생을 만나고, 사진을 통해 신·구세대가 소통한다. 직장에서는 무서운 상사지만 함께 출사를 나가면 사진을 먼저 배운 선배일 뿐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열정만큼은 나이와 직급의 차이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김승래씨는 “만족할 만한 한 컷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눈밭을 뒹굴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뻔 한 적도 있다”며 “이런 추억들이 솔빛회 회원을 하나로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강태봉씨가 촬영한 작품 ‘Hope to Meet the Sun 4’
세대 간 소통하고 사물 보는 안목도 키워

동아리 활동은 업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석촌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복지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 5월 초 구청 방송미디어팀으로 옮긴 금미경(48)씨는 사진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고, 솔빛회에 가입했다. “처음 따라간 출사에서 금방 후회했어요. 완전 막노동이더라고요. 산 속의 새를 찍기 위해 밥도 먹지 않고 몇 시간을 기다리는 회원들의 열정과 인내심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이제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동아리에 가입하기 전까지 금씨는 석촌호수의 풍경을 보며 ‘좋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카메라 앵글을 통해 본 석촌호수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호수의 물빛이나 나무의 흔들림 같은 세심한 면까지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어요. 방송미디어 업무를 할 때도 전체와 부분을 모두 보게 됐죠. 좀 더 짜임새 있는 방송을 구성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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