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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동네 거 보자" 北군인, 탱크 배터리를…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한 장면.
‘먹자놀음’(회식자리)에서 한국 노래가 인기리에 불린다. 탈북자를 수용한 교화소에서 가수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가 울려 퍼진 적도 있다. 군부대에선 휴가자를 통해 밀반입된 한국의 TV드라마와 영화를 군관들이 돌려 보기도 한다. ‘천국의 계단’ ‘올인’ ‘가을동화’ ‘대장금’ 등이 필수 시청 리스트다.



부부 북한학자가 쓴 책 보니
회식자리서 한국 가요 인기
USB가 한류 확산 일등공신
탱크 배터리에 연결 시청도

 탈북자들이 전한 ‘북한 내 한류(韓流)’의 실태다. 전력난 속에 남한 영상물을 보려고 자동차나 군 탱크의 배터리를 변압기와 함께 이용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영화와 가요가 담긴 CD는 ‘씨디알’ 또는 ‘남조선 알’이란 은어로 통한다. 친한 사람들끼리는 “아랫동네(남한) 거 같이 보자”는 말이 쉽게 오가고, 누가 최신 남한 영상물을 더 많이 보고, 소지하느냐가 부러움을 사는 실정이 됐다고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다. 평안남도에 살다 2010년 탈북한 50대 여성은 “한국 드라마에서 남자는 위신이 없고 여자는 좀 세지 않나. 남자들은 ‘한국 가면 여자들한테 눌려서 값(가치)이 없겠구나’ 하고 여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한류를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건 ‘막대형 메모리 카드’로 불리는 USB다. 휴대가 간편한 USB로 북한 당국의 단속을 피할 수 있었다는 거다. 평양에 살다 2년 전 탈북한 20대 남성은 “한국 노래 200~300곡이 담긴 중국산 USB를 구해 친구들과 공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단순 반입을 넘어 남한 영상물을 대량 복제해 파는 제조책과 중간상인까지 등장했다”고 했다.



 북한에 상륙한 한국 영상물과 가요가 주민 변화를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는 30대 부부 북한학자인 강동완·박정란 박사가 최근 펴낸 『한류, 통일의 바람』(명인문화사)에 자세히 담겨 있다. 탈북자 100명을 심층 면접해 북한 주민들의 한류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과거 북·중 국경지역에 국한됐던 한류가 평양 등 내륙까지 침투했고, 다양한 계층이 접하는 게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다.



탈북자 100명에 대한 심층면접에서 남한 영상물 접촉 빈도는 ‘1년에 몇 번 정도’라는 응답이 31.6%로 가장 많았고, ‘한 달에 한두 번’이 26.6%, ‘일주일에 한 번’이 22.8%였다. ‘매일’이라는 응답도 19%나 됐다. 강동완·박정란 박사는 “자생적 자본주의와 자유로운 삶에 대한 주민들의 갈망이 결국 북한의 변화를 이뤄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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