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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인사이트] 오지서 뛰는 기업 전사에게 박수를

김창우
IT팀장
멕시코시티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비행기로 3시간 남짓 걸린다. 파나마시티 역시 마이애미에서 비슷한 거리다. 하지만 한국과는 직항편이 없어 한번 방문하려면 중간에 갈아타는 시간을 포함해 꼬박 24시간이 걸린다. 하루 수십 편의 항공기가 승객을 꽉 채운 채 오가는 미국과 비교해 보면 심리적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오지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달 초 방문한 멕시코시티와 파나마시티 시내 한복판의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삼성·LG·대우 같은 한국 브랜드가 전시장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 업체들은 힘을 못 쓰고 중국 업체들은 아직 찾아들지 못한 곳에서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 국민 브랜드인 마베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폴란드의 지방도시 크라코프를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광경을 봤다. 당시 동유럽권은 지금의 중남미만큼이나 우리에게서 먼 곳이었다. 대우자동차의 시에로를 몰던 택시기사는 “대우그룹이 위태롭다고 한다. 잘 해결되야 할 텐데”라고 걱정했다. 막 개방을 시작한 폴란드에서 대우의 자동차공장은 손꼽히는 대형 제조업체였기 때문이다. 지금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는 LG전자가 2006년 TV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에는 가전공장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2010년 폴란드 가전업체 아미카의 공장을 인수해 냉장고와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은 먼 곳에서도 여전히 세계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들을 보며 1968년 미국의 과학소설(SF) 작가들이 펼친 베트남전 찬반 논쟁이 떠올랐다. 한 SF전문지에 로버트 하인라인 등이 서명한 베트남전 찬성 광고와 하인라인과 함께 3대 SF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 등이 서명한 반전 광고가 나란히 실렸다. 매파인 하인라인은 『스타십 트루퍼스』에서 인류를 위해 거미 외계인을 격퇴하는 기동보병을 묘사했고, 비둘기파에 가까운 조 홀트먼의 『영원한 전쟁』이나 올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에서는 의사소통의 단절과 오해로 인한 외계인과의 쓸데없는 전쟁의 허무를 그렸다. 하지만 어느 작품에서나 차디찬 우주공간에서 외로이 싸우는 병사들에 대한 경의를 잃지 않았다.



 한정된 공간과 자원을 놓고 벌이는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기업인들은 소설 속의 병사들이나 다를 바 없다. “평화공존이 가능하다”는 비둘기파와 “일단 경쟁에서 이겨야 관용이든 뭐든 베풀 수 있지 않느냐”는 매파의 논쟁은 정작 현장에서는 먼 얘기다. 지난달에는 페루에서 수력발전소 사업성 검토에 나섰던 삼성물산 직원 4명을 비롯한 14명이 헬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대우일렉 파나마법인에서는 “쿠바를 방문하기 위해 탔던 비행기가 일주일 후 추락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는 직원도 만났다. 지금 국내에서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대기업의 공과에 대한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오지에서는 한국을 대표해 묵묵히 뛰는 우리 기업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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