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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시골에 ‘깨끗한 물의 행복’ 선사한 스승과 제자

한양대 적정기술팀 성종근씨(왼쪽)가 필리핀 테르나테 주민들에게 정수기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뒤에 웃는 사람은 정연석 퓨어멤 대표. [사진 한양대]


이영무 교수
지난달 28일 필리핀 카비테주 테르나테의 움막 앞에 마을 주민 20여 명이 모였다. 한양대 적정기술팀의 막내 성종근(25·대학원생)씨가 원통 모양의 휴대용 정수기를 꺼내 길가 물웅덩이에서 퍼올린 흙탕물을 정수하기 시작했다. 성씨가 먼저 정수한 물을 마시자 처음에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던 마을 사람들도 서로 시음해보겠다며 나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디그나 바욧(35·여)은 “이제 딸에게 깨끗한 물을 먹일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그의 두 살배기 딸은 한 달 전 설사 때문에 며칠밤을 울며 잠을 설쳤다. 오염된 물을 마신 탓이다. 이 지역 주민들의 가구당 소득은 한 달 약 30만원. 깨끗한 물을 마시려면 사설업체가 제공하는 수도관을 들여야하지만, 회원 등록비만 20만원이 넘는다. 언감생심이다.

한양대 이영무 적정기술팀장
장재영·정연석씨와 정수기 기증



 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행복’을 선사한 사람은 한양대 적정기술팀장 이영무 교수(58·에너지공학과)와 두 명의 제자. 이 교수는 자신의 제자였던 퓨어엔비텍 장재영(49) 대표, 퓨어멤 정연석(49) 대표와 함께 무동력 정수기를 개발했다.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물을 정수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이 교수는 “아직 자랑할 만한 수준이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개발한 무동력 정수기는 세균까지 걸러내는 기능을 갖췄다. 먼저 부유물을 걸러낸 뒤 가느다란 실을 촘촘히 박아넣은 중공사막(中空絲膜)을 통해 세균까지 제거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제자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중공사막을 저렴하게 공급해준 덕분에 주민들이 살균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퓨어엔비텍과 퓨어멤은 각각 하폐수용분리막과 정수기 필터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 두 업체의 지원 덕에 이 교수 팀은 정수기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테르나테 주민들에게 120대를 기증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이 교수는 “정수기 성능을 1년 정도 보완한 뒤 아프리카처럼 식수 사정이 더 열악한 곳에도 나눠줄 계획”이라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 많은 만큼 최대한 간편하면서도 안전한 정수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테르나테=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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