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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일자리 창출하는 거,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숲속에 비가 내리니 장관이다. ‘숨이 막힐 지경’이란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인가 보다. 숨 쉬다가 그 숨소리에 혹여나 이 아름다운 모습이 안개처럼 사라져 버릴까 봐 숨도 안 쉬고 바라보았다. 참았던 숨을 몰아쉬고 나니 빗줄기는 점점 굵어진다. ‘참, 장마라지’. 한가로이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다. 우면산 사태가 떠올라 집 곳곳을 돌아보았다. 집은 괜찮을 것 같은데 집 앞 도로가 엉망이다. 앞산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던 물이 집 옆 실개천으로 유입돼야 하는데 유입될 구멍이 막혀버린 게다. 생각해 보니 지난해 장마 때도 그랬던 것 같다. 골짜기에서 내려온 물이 실개천으로 못 들어가고 그대로 경사진 길을 따라 내려가는 바람에 아스팔트 도로는 하루아침에 작은 시내가 되었다.



 참 이상하다. 불과 두 달 전, 군에서인지 면에서인지 여러 명이 나와서 ‘수해복구사업’ 한다며 며칠 동안 때리고 부수고 했으면서 이 막힌 관을 모를 리 없을 터인데. 뚫지도 않고 마무리한 이유가 뭘까. ‘아하, 일자리 창출. 바로 그건가 보다’.



 70년대 말이었다. 가난했던 미국 유학시절. 외식이라 함은 햄버거밖에 몰랐던 그 시절. 즐거운 일이 있을 때마다 햄버거 집을 찾았다. 먹자마자 쟁반 위에 놓인 사용한 플라스틱 포크며 칼이며 콜라 컵, 심지어 케첩용 컵과 숟가락까지. 한 손을 옆으로 세워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쓸어버렸다. ‘이렇게 많이 쓰고 버려야 경제도 살고 경기도 활발해지는 거야. 쓰레기 속에서 병이며 플라스틱 포크를 꺼내 분리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팍팍 쓰고 버려서 필요한 포크며 칼이며 더 만들 사람도 있어야 하고. 말하자면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거지’ 하고 잘난 척해 가며 쟁반을 탁탁 털어 쓸어버리던 기억.



 그 말도 안 되는 얘기는 누구한테 들었는지 모른다. 70년대, 철없던 20대 시절, 일회용 물건을 버리면서 죄의식은 눈곱만큼도 없었던 그 시절 얘기다. 이렇게 버려줘야 일자리 창출이 되는 거란 생각만 하며 말이다.



 수해복구사업도 그런 건가. 대충 고치고 얼른 덮어버리고 가는 이유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건가. 또 고쳐야 하니까 또 일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러면 죽었던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일자리가 또 생기게 될 것이고. 같은 일을 뜯었다 고쳤다 반복하며 말이다.



 정부에서 받은 예산. 다 쓰지 못하면 다음해에 끊긴다고 해서 멀쩡한 아스팔트 뜯어내고 고치고 하는 모습은 수없이 보아왔지만 복구사업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엉망으로 일한 탓에 다시 뜯어고치는 일. 그런 일은 전에 일했던 바로 그 사람을 찾아내서 그에게 책임을 묻고 무보수로 그가 직접 일하게 하라.



그것도 일자리 창출은 맞는 거다. 나라의 지출만 없을 뿐이지.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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