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J Report] 100만원 넣었더니 1년 이자가 1000원 ‘보통 이하’ 보통예금

[게티이미지]


2004년 2월 전면적인 은행 금리 자유화 조치 이후에도 ‘요지부동’인 금리가 하나 있다. 바로 월급통장·생활비통장 등으로 애용하는 보통예금의 금리다. 금리 자유화 이후 은행 간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기예금·적금 등 다른 금융상품의 금리는 예전보다 올랐다. 하지만 보통예금 금리는 여태껏 요지부동이다. 대부분이 연 0.1%로 좀처럼 움직일 줄 모르고 있다.

20년간 연 0.1%‘왕소금’ 금리 왜



 은행은 수시로 돈이 빠져나가는 보통예금에 높은 이자를 줬다간 손해를 보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상 제로와 다름없는 금리로 은행이 가만히 앉아서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04년 2월 최고 연 1%로 묶어 놓았던 보통예금·가계당좌예금 등 요구불예금의 금리 상한을 풀었다. 상대적으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은행산업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쳐놓았던 일종의 ‘보호막’을 걷어낸 것이었다. 이후 한때 은행 간 수신 경쟁이 붙으면서 연 1%가 넘는 금리를 주는 보통예금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보통예금 금리는 대부분 예전 수준인 연 0.1%로 되돌아왔다. 90년대에도 보통예금 금리가 대부분 0.1%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보통예금 금리는 20년 가까이 꿈쩍 않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보통예금처럼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대신 이자를 적게 주는 ‘요구불예금’은 4월 현재 94조6458억원으로 총 예금 잔액(956조8565억원)의 약 10%를 차지한다. 일반인의 금융거래가 잦아지면서 이런 요구불예금의 잔액은 해마다 꾸준히 느는 추세다.



 은행은 보통예금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면 손사래부터 친다. 한마디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보통예금은 고객이 언제 찾아 쓸지 모르는 ‘불안한’ 자금이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려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또 통상 지급결제용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 등 관리 비용도 적지 않다는 게 은행 측의 논리다. 여기에 예금을 받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지급준비율도 7%로 정기예금(2%)에 비해 높다. 고객이 보통예금 100만원을 맡기면 은행은 7만원을 뺀 93만원만 굴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한번 들어오면 1년 이상 묶여 있는 정기예금과 돈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보통예금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며 “각종 금융 서비스, 계좌 유지 비용 등을 감안하면 보통예금 금리를 올리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은행의 주장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여기에는 엄살이 끼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별 계좌로는 돈이 수시로 빠져나가긴 하지만, 보통예금도 은행 전체로 보면 일정 수준의 잔액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이 잔액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 운용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고객에게 줘야 할 이자가 제로에 가까운 보통예금 자금을 굴려 나오는 수익은 고스란히 은행에 떨어진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분기 조회 때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보다 저원가성 예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주요 은행이 보통예금 잔액 증대를 핵심 영업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외국 사례를 보면 한국 보통예금의 금리는 인색하다고 할 수준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한국과 비슷한 기준금리(3.25%)를 유지하고 있는 호주는 보통예금에 연 2~3%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독일·뉴질랜드 등에서도 한국보다 더 높은 금리를 얹어주고 있다. 반면 미국·일본의 보통예금 금리는 0.01%~0.05% 정도로 한국보다 낮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기준금리가 0%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한국보다 금리를 덜 준다고 볼 수 없다.



 김지수 영남대 교수(경영학)는 “해외 사례나 별다른 금리경쟁을 하지 않던 국내 관행 등을 감안할 때 보통예금 금리를 올릴 여력은 충분하다”며 “은행이 경쟁 없이 얼마나 과도한 이익을 챙겼는지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간 한국의 은행 고객은 보통예금 금리에 둔감했다. 대부분 소액인 데다 주로 단기 결제성 자금으로 사용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고객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데 은행이 먼저 나서 금리를 올려줄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식 예금 상품이 잇따라 나오면서 보통예금 금리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연 3.5%의 이자를 주는 온라인 보통예금을 선보인 데 이어, 9일에는 연 2.5%의 이자를 주는 오프라인 보통예금을 내놓았다.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이날 “선진국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자기 나라 기준금리 전후에서 결정된다, 우리도 그만큼 금리를 줄 필요가 있다”며 다른 은행을 꼬집었다.



 보통예금 금리 논란과 관련 금융당국에선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다. 보통예금 금리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감정적으로 접근해서 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이준수 은행총괄팀장은 “금리를 높이면 소비자 이익은 늘어나지만, 은행 건전성이 나빠지는 등 서로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은행 전체 운용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 예대마진의 적정성 등 좀 더 면밀한 수익구조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