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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개도국 원조 때 산업기반 형성에 초점을”

최중경
이달 초 공식 업무를 시작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들으면 펄쩍 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중경(56·동국대 석좌교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출간한 『청개구리 성공신화』에서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원조기구에 시종일관 날선 비판을 날린다.



『청개구리 성공신화』 책 펴낸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그가 세계은행 이사로 일할 때 아프리카 시골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안이 이사회에 올라왔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에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듣기 좋고 보기 좋은 감동 스토리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비싼 전기료는 누가 감당할 것인가?” 그는 “타임(Time)지 표지에 사진으로 찍혀서 나오기에는 더 없이 좋은 그림이겠지만 세계은행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을 홍보하는 것 이외에 무슨 가치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전기가 생산을 위해 쓰이는 곳에, 즉 산업지역에 우선 공급돼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저자는 개도국 원조가 보건·의료 등 사회개발에 치중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제개발, 특히 산업기반 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거다. “당장 학교를 지어주고 병원을 세워주면 삶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학교·병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원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돼서는 안 된다.” 최 전 장관이 한국계인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환영하면서도 보건·의료 전문가인 김 총재를 앉힌 미국의 선택에 우려를 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책 제목에 ‘청개구리’를 붙인 것은 한국이 청개구리처럼 해서 성공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당시 서구 지식인들이 주장하고 국제기구가 앞장서 설파한 경제 발전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저자는 한국 경제의 성공 비결로 ▶수출드라이브 전략 ▶개발독재 ▶공채 ▶불균형 성장 전략 ▶엄격한 외환 통제 ▶인프라 구축 등을 거론한다. 또 다른 요인으로 중국 문화혁명과 동서 냉전을 꼽은 것도 이채롭다. 문화혁명 때문에 중국이 세계시장에 뒤늦게 등장했고, 그게 한국의 행운이었다는 거다. 냉전은 동·서 간 원조경쟁으로 이어졌고 한국은 체제경쟁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덕분에 경제원조를 받기가 수월했다.



 5·16 쿠데타 이후 정부와 기업에 도입된 군대식 브리핑도 효험이 있었다. 저자는 “군대식 브리핑은 상황에 대한 빠른 이해, 선택 가능한 대안 분석, 신속한 결정 및 행동으로 이어지는 업무 처리가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에 나오던 ‘대한뉴스’도 긍정적으로 봤다. “정권 홍보 요소가 있긴 하지만 정부 시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고 국민의 단합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것도 사실”이란다.



 저자는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경상수지 등 대외균형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상주의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국내의 경제상황에 관계없이 항상 물가 최우선 정책을 쓰는 것은 무지한 게 아니라 무심한 것”이라며 “물가에만 올인하는 정치 산술은 아마추어 중에서도 최하급”이라고 썼다.



 세계은행 경험 등 일부 내용이 자꾸 되풀이된 탓에 독자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점은 아쉽다. 그렇지만 전직 고위 관료의 증언으로 개방과 규제완화를 앞세우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을 들을 기회가 어디 흔한가.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에 공감하는 독자라면 그 한국적 사례가 열거된 이 책이 반가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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