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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을 좋은 사람 만들려면

우리 사회는 국회의원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도 칭찬이나 격려 대신 비난과 불신을 쏟아낸다. 며칠 전 헬스클럽에 같이 다니는 구(舊)정치인이 하소연하는 말을 들었는데, 손주들이 할아버지가 국회의원 지낸 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푸념이었다.

첫째, 국회의원들은 깨끗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머릿속에 박혀 있다. 정치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니까 그러겠지 하면서도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돈 받았다는 국회의원들 얘기가 자주 보도되다 보니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부정한 사람들로 생각한다. 나는 10년간 국회의원을 하면서 깨끗하게 정치하려고 노력하는 많은 동료 의원들을 보았다. 미국처럼 대권 주자의 경쟁력이 정치자금 모금 규모에 비례하는 나라에선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후원금을 많이 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 10만원씩 소액후원금을 내주는 노조 말고는 합법적 후원금을 내는 계층이 별로 없다. 그나마 지난해 검찰이 청목회 사건을 청탁수뢰사건으로 처리하면서 소액 후원금마저도 주기를 꺼린다. 나는 각 지역구 선관위가 10만원 소액기부금 모금을 위해 전화 한 통으로 이를 대행해주는 적극적 서비스기관이 되라고 권고하고 싶다. 불법 정치자금을 감시·감독하는 소극적인 선거관리 기능만으로 깨끗한 정치 풍토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국가 미래를 생각하는 소신과 철학 없이 당리당략에 끌려 다니면서 싸움질이나 하는 이기주의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회의원 중에는 나름대로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던 유능한 인재들이 많은데, 왜 국회에만 들어오면 하나같이 달라지는지 묻는 분들이 적지 않다. 각당 지도부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생존방법이고 힘깨나 쓰는 계파에 소속되는 것이 억울하게 왕따 당하지 않는 보호막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획일적 당론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중앙당의 공천권을 폐지하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4·11총선 당시 행해진 비정상적인 여야 공천방식이 한국 정치발전에 어떤 나쁜 영향을 주었는지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 지역구 후보 선정의 경우 각 지역 당원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줘야만 풀뿌리 정당제도가 발전할 수 있다. 또 중앙당이 국회 보직이나 당직 임명권을 장악하는 것도 의원들의 파벌예속화를 조장한다.

셋째,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말로는 민생경제를 외쳐대지만 세계 경제 돌아가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는 무식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민생경제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목소리만 높일 게 아니라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 IMF 외환위기,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같은 것을 멍하게 바라만 보다가 기업도산과 대량실업에 직면하게 해선 안 된다. 우리 경제의 취약요인을 잘 살펴 가면서 복지를 논하고 경제민주화를 주장해야 한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둔하고 기업현장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모르는 것은 기업인들과 소통채널이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재벌기업들도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상책인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차기 대선 주자들과 비밀리에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전전긍긍하는 기업인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선거 후에 청와대에 들어온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된다는 느긋한 생각을 갖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국회의원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일 업종의 최고경영자(CEO) 10여 명이 관련 상임위원들 2~3명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세계경제 돌아가는 것이나 우리 기업 현실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 이념편향적인 정치논쟁이 줄어들 수 있다.

끝으로 국회의원들을 깨끗하고, 소신 있게 만들면서 정치 불신과 불안을 줄여 가려면 언론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신문·방송에 기사화되지 않는 정치현상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우리 언론들은 싸움질하지 말고 정책 경쟁을 하라고 주문하면서도 정작 정책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게 고질적 생리가 되어 버렸다. 검찰의 비리 관련 수사나 여야 파벌싸움을 취재하는 데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기자들이 정책을 말하는 국회의원들과 식사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여의도에 좋은 국회의원들도 늘어날 것이다.



강봉균 군산사범학교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다. 행시 6회(1969년). 관료생활 31년 동안 정보통신부·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3선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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