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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15 JTBC 스페셜 유튜브 통해 드러나는 '북한의 속살'

지난 2월 동영상 검색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고려항공 기내식. 햄버거의 내용물은 고기 패티와 양파 몇 조각, 소스가 전부로 ‘세계 최악의 기내식’이란 악평을 들었다. [사진 유튜브·소후닷컴]


‘세계 최악’.

고려항공 기내식 ‘최악 햄버거’ 댓글 달리자 카레·쌀밥·햄 등장



 북한의 유일한 항공사인 고려항공의 기내식에 여태껏 따라붙던 수식어다. 그랬던 메뉴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최근 중국 사이트 ‘소후닷컴’에 올라온 사진이 그 증거다. 주요리는 닭고기 카레와 쌀밥. 슬라이스 햄과 생선튀김, 피클 등이 반찬으로 제공됐다. 빵과 과일·음료수 같은 후식도 곁들여졌다. 사진을 게재한 중국인 관광객은 “평양행 비행기 안에서 찍은 것”이라며 “북한산 사과와 사이다도 맛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적었다. 다른 항공사에 비하면 아직 평범한 수준이지만 불과 몇 달 전의 고려항공에 비하면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이후 고려항공은 메뉴를 바꿔 새롭게 공개했다. [사진 유튜브·소후닷컴]


 얼마 전 인터넷을 달궜던 동영상 속의 고려항공 식사 테이블은 휑함, 그 자체였다. 햄버거와 음료수가 전부였다. 햄버거 속은 더 가관이다. 빵을 열자 나온 것은 고기 패티 한 장과 양파 몇 조각, 그리고 거기에 묻은 소스가 전부였다. 누리꾼의 반응도 뜨거웠다. “돈을 줘도 먹고 싶지 않다” “기내식도 하나의 즐거움인데 너무 충격적이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평양 순안공항 현지지도에서 고려항공 기내식의 질을 높이고 승무원들의 복장도 잘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까지 관심을 쏟을 만큼 고려항공 기내식이 현안으로 부각한 것이다.



 유사 시리즈도 화제를 모았다. ‘북한식 햄버거’를 찍은 또 다른 동영상의 한 장면. 평양시내에 자리한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한 관광객이 한참 메뉴판을 살핀 뒤 신중하게 음식을 고른다. 연신 카메라를 돌려댄 탓일까. 판매원이 “사진은 뭐 하려고 찍습니까”라고 캐묻는다. 관광객은 “지난해 여기 와서 먹어본 걸 다시 찍는다”고 짐짓 얼버무린다.



 곧이어 등장한 북한제 햄버거와 ‘닭튀기(닭튀김)’. 일본식 된장국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컵, 닭고기를 손으로 발라 먹으라고 내온 비닐장갑 등이 눈에 띈다. 달과 별 캐릭터가 그려진 종이 포장을 조심스레 벗겨 햄버거를 꺼내는데, 내용물은 예전 고려항공 기내식 햄버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계란 프라이 아래 고기 패티가 소스에 버무려져 있다.



 두 동영상의 출처는 모두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다. 유튜브 검색창에 ‘노스 코리아(North Korea)’를 입력하면 대략 7만여 건의 동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 상당수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등의 송출 화면을 받아 만들어졌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도 점점 늘고 있다. 꼭꼭 숨겨뒀던 ‘북한의 속살’이 겹겹의 장막을 뚫고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촬영



청진시 유치원생의 기타 5중주 동영상. 어른 뺨치는 실력에 누리꾼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 유튜브·소후닷컴]
 최근 올라온 동영상들은 북한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그중 하나. 평양의 한 백화점 IT 매장을 카메라가 훑는다. 진열장 안을 들여다보니 MP3 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 심지어 OS 프로그램인 MS 윈도까지 전시돼 있다. 제조업체의 마크도 선명하게 찍혔다. 캐논·후지필름 등 일본 메이커는 물론 삼성전자 로고도 여럿 보인다.



 혹시 다른 나라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데 유리창 너머 바깥 풍경이 영락없는 북한이다. 걸어가는 주민들 사이로 군복을 입은 남자가 드럼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리를 옮겨 카메라가 향한 곳은 식료품 매장. “식량 사정이 나쁘다”며 틈만 나면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는 북한의 모습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판매 코너마다 각종 식품들이 빽빽하다. 특히 촬영자의 눈을 붙든 건 주류 코너. 북한의 명주들 사이에 네덜란드산 하이네켄 맥주가 버젓이 자리했다.



‘어디로 가시렵니까’란 문구가 인상적인 평양의 지하철 노선 안내판. [사진 유튜브·소후닷컴]
 이런 동영상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북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게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벌어진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래 남한 사람의 관광길이 막히면서 으뜸 손님에 등극한 게 중국인이다. 올 들어 관광 코스도 10여 개로 다양해졌다고 한다. 금강산·칠보산 등의 명승지는 물론 평양을 비롯해 원산·청진·신의주 등 주요 도시의 관광도 중국인에겐 허용된다. 이들이 한 차례 북한 여행에서 뿌리는 돈은 1인당 4800위안(약 87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북한으로선 꽤 짭짤한 외화 벌이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북한 당국은 시간이 갈수록 관광객 유치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분위기다. 서양인들의 ‘북한 투어’도 꾸준히 늘고 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영국계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북한을 찾고자 하는 서양인의 문의가 더욱 늘었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비친 북한은 신기할 따름. 이들이 방북해 찍은 장면을 유튜브에 올리면 대부분 ‘핫 클릭’에 오른다. 그러는 사이 북한의 노출도 역시 자연스레 올라가고 있다.



평양·평양인, 그리고 낯선 도시



평양시민들이 유원지에서 공중 그네를 타고 있다. [사진 유튜브·소후닷컴]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들을 살펴보면 유독 평양의 시가지와 시민을 담은 게 많다. 세계 최대의 매스게임 ‘아리랑’ 공연을 대표상품으로 내건 평양 관광이 부동의 인기 코스여서다.



 한 미국인 관광객은 평양 지하철 안팎의 상황을 찍어 올렸다. 역사 안에 들어가니 2개의 지하철 노선도가 그려진 이정표가 눈에 띈다. ‘어디를 가시렵니까?’란 문구도 씌어 있다.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자 옛 소련 시절 모스크바의 지하철을 본떠 만들었다는 웅장한 역사가 나타난다. 기다리는 승객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일까. 노동신문의 각 면이 꽂힌 유리판을 넘기며 설명하는 안내원의 손길이 분주하다. 지하철에 올라탄 뒤 시민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지만 벽안의 외국인을 본 평양 시민에게서 놀란 기색을 찾긴 힘들다. 오히려 여유 있는 미소를 띤 채 “헬로”라고 인사를 건네는 중년 여성도 보인다.



 이런 풍경에 대해 평양 출신 탈북 피아니스트인 김철웅(37) 백제예술대 교수는 “평양 사람이니까 가능한 모습”이라고 잘라 말한다. 국내에서는 1989년 7월 ‘임수경 방북 사건’으로 주목받은 ‘제13차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당시 평양시 당국은 모든 시민에게 ‘외국인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철저히 교육시켰다. 김 교수는 “평양시민은 10만 명 가까운 외국인 관광객을 마주한 사람들”이라며 “평양시민은 ‘외국인에게 해야 할 준칙 100가지’ 등 문답형 자료를 모두 외운 뒤 상부의 검열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화 상식을 높이는 차원에서 외국 영화와 음악을 매일 TV에서 방영했고, 심지어 대학생들에게 룸바와 차차차 같은 금지된 춤을 가르친 뒤 광복거리에서 추게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한마디로 평양에서만큼은 외국인 관광객이 더 이상 구경거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평양 이외의 도시 풍경을 소개한 영상도 늘고 있다. 해수욕을 즐기는 청진시 주민의 한가로운 일상이 담긴 사진이 한 예다. 이런 낯선 동네가 등장하는 ‘북한발 게릴라 영상’ 역시 점점 많아질 전망이다. 중국인뿐 아니라 서양인들에게도 관광 문호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 소식을 소개하는 미국 사이트 ‘엔케이뉴스(NK News)’는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중국인만 가능하던 신의주 관광을 서구인에게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속살 보니 헷갈린다?



휴일을 맞아 유원지에 나들이 나온 평양시민들이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유튜브·소후닷컴]
 인터넷에 퍼진 동영상 중에는 우리에게 ‘각인된 기억’과는 다른 게 꽤 많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인민을 끌어 모은 군중집회나 각종 무기를 앞세운 인민군 열병식과도 사뭇 차이가 난다. 휴일을 맞아 유원지를 찾은 사람들이 춤을 추며 야유회를 즐긴다. 신나게 돌아가는 공중 그네 등 놀이기구를 탄 어린이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여성들의 옷차림도 꽤 세련됐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적잖다.



  김철웅 교수는 “1990년대와 비교해 봤을 때 유희를 즐기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열악한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주민의 바깥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모양새라는 게 김 교수의 해석이다.



 이런 장면들을 외국인 관광객이 별다른 통제 없이 찍을 수 있게 된 까닭은 뭘까. 김 교수는 “북한이 추구하는 사회가 서방세계나 남한에서 생각하는 경직된 사회, 이념만 존재하는 사회 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사회이며 나름의 자유도 존재한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남한에 와보니 이곳엔 ‘두 개의 북한’이 존재하더라. 보수는 아사·수용소 등 북한의 나쁜 면만 보려 하고, 진보는 평양처럼 ‘잘나가는’ 부분만 보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은 폐쇄국가의 장막을 한 겹, 한 겹 벗겨내면서 두 개의 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점점 좁혀가고 있다. 북한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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