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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유권자 개인정보가 떠다닌다] 업체 1곳서 문자 4000만건 살포도

세종시(당시 충남 연기군)에 거주하는 임모(43)씨는 4·11 총선을 앞두고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선거운동 문자메시지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가 후보자들로부터 받은 문자 수는 무려 130통이었다. 임씨는 “공해 수준의 문자에 시달렸는데도 선관위는 합법이라고 답변하더라”며 씁쓸해했다. 경남에 사는 조모(31)씨는 경기도에서 출마한 모 후보 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조씨는 “후보자의 지역구민도 아니고 경기도에서는 살아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고 문자를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후보 사무실로 연락해 번호 삭제를 요구해 봤지만 그 후에도 몇 차례 더 문자를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가 이 같은 선거운동 문자 피해사례를 수집한 결과 3월 29일부터 4월 11일까지 보름 남짓한 기간에 전국 각지에서 250여 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들은 “문자 선거운동이 선거법상 합법이라는 이유로 대책 마련에 소홀한 정부는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권자 1인당 수차례씩 받은 셈=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수사 중인 문자 발송 전문업체 N사가 유권자에게 보낸 문자 수는 4000만 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대 총선 전체 유권자(4018만여 명) 수와 비교하면 산술적으로는 거의 모든 유권자가 선거운동 문자를 한 번씩은 받은 셈이 된다. 총선 기간에 문자 선거운동을 대행한 또 다른 5~6개 업체가 전송한 문자 수까지 감안하면 유권자 한 사람이 수차례 문자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한 후보자는 “예비후보로 등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몇 개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대부분 1000만 명 이상의 유권자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는 식으로 홍보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새누리당 당원명부를 400만원에 산 M사 역시 당원명부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 개인정보도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들이 영업 경쟁을 벌이면서도 각자 보유 중인 불법 개인정보를 교환해 더 방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협력관계도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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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에만 2000만원 쓴 후보도=문자 발송 업체들은 건당 단문은 10원대, 장문은 30원대를 받고 문자발송 서비스를 대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N사 영업직원이 단문과 장문 서비스 이용료가 각각 12원과 33원이라고 홍보했다”며 “발송 건수에 따라 단가는 조정도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1000만원만 있으면 N사가 보유한 유권자 리스트 중 100만 명을 선거운동에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후보들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 내역을 보면 N사와 계약을 맺은 후보 중 서울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한 A후보가 가장 적은 10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에서 출마해 당선된 B후보는 가장 많은 2000여만원을 문자 전송비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총선기간에 N사의 매출액은 대략 1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을 N사가 모두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대형 통신사의 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신사와 N사는 건당 이용료를 7대 3 비율로 나눠 갖는다고 한다. 통신사는 불법행위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범죄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가져간 셈이 된다.

 ◆불법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구조=경실련에 신고가 접수된 한 후보자는 “선거사무 관계자 및 방문자, 지인들이 알려준 전화번호만을 수집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재선 의원 출신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조직이 없는 정치 신인은 당원을 제외한 순수 지역 유권자 단 1000명의 개인정보를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다”며 “재·삼선으로 지역구 관리를 탄탄하게 했다 하더라도 1만 명 이상의 유권자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확보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고 털어놓았다. 선관위에 신고된 후보자들의 문자 선거비용을 근거로 역산해 보면 후보자 한 사람당 수만 명에게 문자를 보낸 것으로 나온다. 후보자가 합법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개인 정보량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상당수 후보자가 문자 발송 업체가 확보하고 있는 대량의 유권자 개인정보에 기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스팸으로 취급할 수 있는 선거운동 문자에 대해 후보자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출마해 당선된 한 후보자 측 인사는 “문자를 계속 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후보자 정보가 유권자 머릿속에 각인된다”며 “선거에 효과가 있으니까 많은 돈을 들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국장은 “문자 선거운동 자체는 합법이지만 유권자 동의 없이 불법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선거에 이용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며 “개인정보 수집·활용 등에 대한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선거법, 개인 정보보호 관련 법의 보완과 함께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 기자, 김보경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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