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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지금은 총탄 아낄 때” … 돈풀기 유혹 참았다

이명박 대통령(오른쪽 셋째)이 28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받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3%로 낮췄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우리 착하게 삽시다.”

[뉴스분석]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 보니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준비하며 밤샘하는 직원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 그는 ‘착하게’ 사는 삶을 술·담배를 멀리하고 열심히 운동하며 체력을 보강하는 것에 비유했다. 경제정책으로 말하자면 대선을 앞두고 인위적인 경기 부양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만약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해 두자는 거다.



 경제가 안 좋으면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불리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정책 당국자는 정부 곳간을 풀어 경기를 띄우고 싶은 충동에 빠지기 쉽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무리하게 단기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도 대선을 앞두고 이런 유혹을 이겨냈다. 재정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엔 결벽증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았다”며 “당시 경제가 세계경제보다는 못했지만 5%대라는 괜찮은 성장을 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나는 마라톤을 할 테니 여러분은 400m 계주를 해 달라.”



 박 장관은 재정부 간부에게 이런 말도 했다. 이명박 정부와 임기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이는 박 장관은 마라톤 하듯 자신의 마지막 에너지까지 다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계주는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안전하게 넘겨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번과 다음 정권에서 재정 당국의 역할과 책임이 달라질 수 없음을 강조한 말이다.



 28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계주’와 ‘마라톤’이 적절히 섞여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3%로 대폭 낮췄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올 성장률 전망을 3.8%에서 3.6%로 내렸다. 이런저런 정책 수단이 있는 정부가 KDI보다 전망을 낮춰 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 전망치는 한국은행(3.5%), 금융연구원(3.4%), 삼성경제연구원(3.6%), 국제통화기금(IMF·3.5%) 등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보다 낮다. 최상목 국장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장과의 소통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전망치를 낮춘 배경을 설명했다.



 쓰나미처럼 몰려온 2008년 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위기의 상시화·장기화가 특징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눈앞에 적(敵)이 보이지 않는데 무작정 총질을 해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총탄(추가경정예산)을 아낄 때라는 것이다. 재정을 건실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은 ‘계주자’의 자세다.



 그 대신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마라톤 하듯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짰다. 올해 기금을 2조3000억원 더 쓰고, 공공기관 투자와 사회간접자본(SOC) 민자사업 투자를 1조7000억원 더 늘린다. 예산의 이월·불용을 최소화해 4조5000억원을 더 쓰겠단다. 이를 모두 합치면 8조5000억원. 국내총생산(GDP)의 0.7%에 달한다. 통상적인 추경 규모와 비슷하다. ‘우회 추경’이다.



 정부는 국가채무 등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숫자만 따지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내년 이후에 알토란 같은 재정으로 돌아오는 이월·불용 예산, 기금 여유 재원 등을 미리 당겨 쓴다는 점에서 이것도 결코 공짜는 아니다. 설비투자펀드에 대한 정부 출자,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의 보증 확대도 결국 내년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1년짜리 ‘어음’이다. 이렇게 보니, 정말 마라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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