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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잠자는 ‘수퍼우먼’ 깨워야 선진국 간다

강성욱
GE코리아 사장
얼마 전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을 돌파해 세계에서 7번째로 ‘20-50 클럽’에 진입했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20-50 클럽’이란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를 넘고, 총인구는 5000만 명을 넘는 나라를 뜻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개발도상국 위치에서 발전해 이 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최초라고 하니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에 정점을 찍고 하락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리니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공적인 선진국 진입을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무엇일까. 필자는 고급 여성인력이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성인력 활용에 대해 많은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 최근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1960년부터 2008년까지 고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성을 비롯해 노동시장에서 배제됐던 인구가 경제활동에 참여한 덕분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한국은 어떤가. 2011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75%로 남성의 70.2%보다 높았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49%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또한 사회 진출 분야도 전문·관리직이나 공공기관 등에 편중돼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민간 부문이 ‘유리 천장’으로 인해 여성들의 승진 기회가 부족하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섬세하고, 유연한 소통능력을 지녔으며, 위계질서보다는 조화를 중시하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특히 소비 주도층으로서 여성들의 입지가 부각되면서 여성들의 취향과 감성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성 특유의 리더십이 필요한 경우도 늘고 있다. 성별 다양성이 연령이나 직급의 다양성보다 구성원의 창의성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주요 글로벌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과 재무 성과를 비교한 결과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상위 25%의 기업이 하위 25% 기업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경제성장에 중추 역할을 하는 ‘생산가능인구’가 가까운 미래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고급 여성인력들의 민간 부문 참여 확대가 시급한 과제다. 이를 추진하는 데 무엇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직원이 1000명을 넘는 국내 기업에서 여성인력 비중은 40%에 육박하나 여성 임원은 6.2%에 불과하다.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여전히 보기 힘들고, 여성이 대기업 임원으로 승진하는 게 뉴스거리가 되는 세상이다.



 각 기업의 CEO는 책임감을 갖고 여성 인력의 고위직 진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고정관념과 낡은 제도에서 벗어나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GE의 경우 여성 임원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여성 리더들이 성장할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진국 진입 및 경쟁력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기술력 확보 측면에서도 여성 과학기술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과 육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야에서 민간 부문이 담당할 수 있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일례로, 기업들은 국내 교육기관과 협력해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축적해온 노하우와 경험을 담은 리더십 프로그램을 미래 여성 인재들에게 제공해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고급 여성인력의 역량과 중요성에 대해 부정하는 기업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인한 업무 단절, 또 그로 인한 생산성 저하나 업무상 제약 등의 이유 때문에 여성인력 확대를 망설이는 기업들이 아직도 많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자 직원을 껄끄럽게 바라보고, 육아 부담을 여성이 전담하거나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존재하는 한, 여성의 육아휴직을 개인 혹은 가정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문제 해결을 ‘가정과 직장의 일을 모두 다 잘 해내는 수퍼 우먼’에게 미뤄둔 채 ‘국가경제 기여’ ‘기업경쟁력 강화’를 외치는 것은 비현실적인 구호로 남을 뿐이다. 선진국 진입을 향한 우리나라의 마지막 자산이 잠자는 고급 여성인력임을 재인식해야 할 때다.



강성욱 GE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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