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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전문성 살려 노인수술 특화 … ‘강소 병원’ 변신 꿈

구로성심병원이 운영할 노인병원은 전문 수술과 맞춤형 서비스가 특징이다. 병원 직원이 둘러앉아 효과적인 진료·치료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은자 간호사, 문소영 행정지원, 김남철 전문의, 권서윤 간호사, 윤석호 전문의, 김덕희 물리치료사. [사진 구로성심병원]


21일 오전 서울 구로성심병원에서 진료를 보던 박선효(68) 원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종합검진센터에서 암 의심 진단을 받은 환자는 두 말 않고 ‘초(超)대형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다. 전문의·전임의 과정을 마친 30명의 의료진과 최신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었지만 결국 환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박 원장은 “너무 답답한 마음에 그렇게 큰 병원만 찾으실 거면 미국까지 가셔야 한다고 말해 버렸다”고 했다.

강소기업 맞춤 컨설팅 ⑤ 구로성심병원



 1970년대 처음 문을 연 구로성심병원은 그간 두 번의 ‘변신’을 거쳤다. 처음엔 화상 전문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변신했다. 공장 대신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화상치료만으로는 병원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본드나 가스 흡입으로 인한 사고나 공장 화재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1997년부터 새로 건물을 짓고 2000년 내과·외과 등 10개 과로 진료를 시작했다. 서울 구로에 둥지를 튼 것도 이때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특정 질환만 치료하는 전문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전문병원으로 환자가 빠져나가면서 병원의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정부가 체계적인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건강검진지원을 확대하기 시작한 때였다. 박 원장은 병원 바로 옆 부지를 사들여 2007년 2층짜리 ‘건강검진센터’를 세웠다. 원래는 건물을 8층까지 올릴 계획이었다. 대학병원에 준하는 대형병원을 세워 수준 높은 진료를 하는 것은 박 원장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박선효 원장
 박 원장은 “병원을 확장하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사업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센터에서 진단을 받은 환자 10명 가운데 9명은 대형병원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병원에서 ‘암 의심자’로 진단받은 140명 중 수술까지 진행한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아무리 초기라도 암(癌)자만 나오면 큰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여기 의사들이 그 대학에서 교수를 하다 온 사람들인데도.” 이렇게 말하는 박 원장의 얼굴엔 답답함이 배어 나왔다. 환자가 몰리는 서울의 초대형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의 치료비는 이곳보다 1.6~1.7배는 더 비싸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세 번째 변신을 고민해야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는 ‘요양병원’이 떠올려졌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데다 경기가 어려워진 터라 성공을 자신할 수 없었다. 때마침 이 같은 고민을 전해들은 IBK기업은행 지점장이 무료컨설팅을 권유했다. 10년 동안 병원의 살림을 맡아온 여상진(49) 총무기획실 실장은 “병원 간판만 달면 환자가 몰리던 시대는 지났다”며 “전문가의 조언이 무엇보다 절실했다”고 말했다.



 김범규(40) 컨설턴트는 지난해 11월부터 4주간 병원 지하 사무실로 출근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노인을 위한 요양병원이 과연 도전해 볼 만한 사업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자료를 종합해 65세 이상이 의료비로 쓰는 비용은 2005년 이후부터 연평균 14.9%씩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구로구에 있는 65세 인구는 3만8000명가량, 요양병원 수는 5곳으로 병원당 7700명 정도가 됐다. 김 컨설턴트는 “이 정도라면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왔다”며 “그 다음은 다른 요양병원과의 차별점을 찾는 게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먼저 전국에 있는 노인병원 중 벤치마킹하기에 적합한 3곳을 골라냈다. 마침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병원이 같은 지역에 있었다. 며칠 동안 직접 발로 뛰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직원과 얘기를 나눴다. 대형화된 시설에서 한·양방 진료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게 큰 강점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종합병원이 아닌 이상 전문화된 수술을 해낼 수 없다는 한계는 뚜렷했다. 구로성심병원 외에 종합병원에서 직접 운영하는 요양병원은 드물었다. 이 점을 부각시켜 환자의 마음을 움직이기로 방향을 세웠다. 새로운 요양병원은 오는 11월 문을 연다. 박 원장은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95%까지 병상 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작지만 강한 중소병원으로 키우겠다”고 웃었다.





전문가 진단

자신의 장점 살린 병원 차별화가 핵심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주변의 환경에 맞춰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기업의 성장은 물론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구로성심병원은 1970년대 화상치료 중심 병원으로 개원했지만 점차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줄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경쟁력 있는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했다. 병원 측에서 생각해낸 아이템은 최근 주목받는 ‘노인전문 요양병원’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것=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새로운 것을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바꾸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운동선수가 자신에게 가장 맞는 옷을 입었을 때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새로운 아이템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차별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좋은 분석은 구체적이고 다양한 질문에서 나온다. 새로운 사업 분야의 업계 상황은 어떠한가, 고객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떠한 환경에 처해 있는가는 기본적으로 파악해야 할 세 가지다. 사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후발주자라면 다른 기업의 실패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사업 분야의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해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신사업 분야는 ‘장밋빛 전망’만 부각돼 위험요소를 간과하기 쉽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신규 사업일지라도 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어느 영역에 얼마만큼 투자해야 할지, 손익분기점은 어디쯤인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사업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다.



김범규 IBK기업은행 책임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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