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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석이 형 찾으러 안 가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

지난해 10월 실종 직전 안나푸르나 남벽 베이스캠프에서의 박영석 대장 모습. 이한구씨가 찍은 사진이다.


지난해 10월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실종된 고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강기석 대원을 찾기 위한 수색원정대가 꾸려졌다. 김진성(49)·진재창(46)·이한구(44)·김동영(35)·김영미(33) 대원으로 구성된 수색대는 8월 6일 출국해 안나푸르나 남벽 빙하 지대에 잠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박 대장 일행의 흔적을 좇는다. 5명의 대원은 모두 박 대장과 막역한 산 친구로 이른바 ‘박영석 사단의 남은 자’들이다. 대한산악연맹 이인정(67) 회장도 비슷한 시기에 네팔을 방문해 헬기 수색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고 박영석 대장 마지막 사진 찍은 이한구씨 등 산악인 5명
안나푸르나 빙하 가장 많이 녹는 8월에 시신 찾으러 가기로



 박 대장은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4시쯤, 안나푸르나 남벽 하산 도중 “애들(신동민·강기석) 다 죽일 뻔했다. 그런데 저길(빙하지대) 어떻게 건너가지”라는 무전을 끝으로 소식이 끊겼다. 이후 대한산악연맹을 중심으로 두 차례 구조대를 파견했지만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했다. 당시 구조대는 “박 대장 일행이 거대한 눈사태에 휘말려 5600~5700m 빙하지대에 묻혔을 것”이라고 추정한 뒤 수색을 끝냈다.



이한구(아래)씨는 자신의 작업실 벽에 신동민(맨 왼쪽)·강기석 대원, 박영석 대장 사진과 안나푸르나 지도를 붙여놓고 수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정대는 지난해 구조대가 철수한 지점을 샅샅이 뒤질 계획이다. 대원들은 일단 헬기를 이용해 항공 수색을 펼친다. 이 대원은 “두세 명의 대원이 헬기에 타고, 한 사람은 사진을 찍고 나머지는 달라진 빙하 상태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대원 5명과 현지 셰르파 10명을 2개 조로 편성해 교대로 수색을 펼친다.



 원정대는 지난봄부터 출국 시기를 가늠했지만, 결국 8월로 결정했다. 안나푸르나 빙하가 가장 많이 녹아 있는 시기가 8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이 따뜻해지고 비가 많은 8월은 낙석과 눈사태가 잦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수색은 안나푸르나 남벽 등반 못지않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원정대는 안전을 위해 GPS와 무전 기능을 겸한 장비를 미국에서 들여올 예정이다. 이 대원은 “눈사태가 나서 (대원이) 묻히는 사고가 나더라도 액정에 위치가 표시되는 첨단 장비”라고 말했다. 현재 안나푸르나 남벽 일대는 우기에 접어들어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강한 스콜이 내린다.



 지난 25일 이한구 대원을 만났다. 사진가이자 산악인인 이씨는 작업실 벽에 안나푸르나 남벽 빙하지대 사진을 붙여놓고 다가올 수색 작업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2007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원정대 이후 줄곧 박 대장과 함께했다. 2007년 고 오희준·이현조 대원의 시신을 수습했고, 지난해에는 박 대장을 포함해 신동민·강기석의 실종을 지켜봐야 했다.



 다음은 이한구씨와 일문일답.



 -빙하 속에 묻힌 시신을 찾으러 가는 일이 부질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맞다. 미망이고, 부질없는 짓일 수 있다. 그래도 가야 한다. 특히 나랑 (진)재창이 형은 꼭 가야 한다. 시신을 찾으러 간다기보다는 잊으러 가는 것이다. 코끼리도 동료가 죽으면 한참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지 않나. 하물며 사람은…. 안 가면 죽을 것 같다. 그래서 가서 이별을 해야 할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형과 동생들의 이름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언제까지 수색할 건가.



 “가 봐야 알 것 같다. 전체 일정은 한 달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으면 열흘 정도다. 가능하면 베이스캠프에 내려오지 않고, 사고 지점인 임시캠프에 진을 치고 있을 생각이다.”



 -수색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형이 꼭꼭 숨었으면 좋겠다. 치사하게 형만 나오거나 동생들만 내보내지 말고.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산에서 전설이 됐으면 한다. 하지만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고, 유가족을 위해 수색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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