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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없는 실리콘밸리, 거리는 비고 반값에도 집 안 팔려

스티브 잡스
2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상업 중심지인 마켓스트리트 옆에 자리 잡은 모스콘센터. 이곳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성지’로 통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매년 6월 초 열리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기조연설과 함께 신제품을 소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검은 터틀넥 스웨터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서는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스티브노트’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잡스는 이제 세상에 없다.



불황의 그늘 짙어진 현장 가보니

◆사라진 모스콘의 지배자=지난해 잡스가 사망하면서 모스콘은 주인을 잃었다. 이달 초 열린 올해 WWDC에서는 새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기조연설에 나섰지만 잡스처럼 깜짝 이벤트는 없었다. 그는 간단한 연설로 마무리하고 부사장들에게 무대를 넘겼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역시 현역에서 한발 빠져 있는 상태다. 2000년 CEO직을 내놓고 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2008년 공식 퇴임하고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는 사회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래서 잡스를 이을 새 아이콘으로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39)에게 눈길이 쏠렸다. 구글은 2008년부터 모스콘센터에서 개발자회의인 구글IO를 여는데, 지난해 CEO에 오른 페이지가 27일 개막연설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900달러짜리 일반입장권 5000장은 20분 만에 매진됐다. 그러나 페이지의 개막연설은 없었다. 이틀 전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페이지가 목소리 문제로 21일 열린 정기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구글IO와 다음 달 2분기 실적발표에서도 발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병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외신들은 페이지가 22일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건강에 심각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개막연설을 하지 못한 페이지로서는 모스콘의 새 지배자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 지역 가운데 하나인 샌브루노에 자리 잡은 유튜브 본사 앞의 텅 빈 거리 모습. 인근 식당 주인은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예약자가 팍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김창우 기자]
 ◆6월 들어 분위기 나빠져=최근 몇 년간 애플은 실리콘밸리를 받치는 기둥 역할을 했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최근 “지난해 애플은 실리콘밸리 내 주요 150개 기업 매출의 20%, 순이익의 30%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애플의 순이익은 329억 달러로 인텔(129억 달러)·오라클(97억 달러)·구글(97억 달러)·시스코시스템스(70억 달러)를 훨씬 앞질렀다. 이 신문은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150대 기업의 매출은 17.5% 늘었으나 애플을 제외하면 9% 증가에 그쳤고 22% 늘어난 순이익도 애플을 빼면 3%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애플 효과 때문에 실리콘밸리가 호황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이후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실리콘밸리는 불황을 모르는 곳이 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의 기업공개(IPO)에 맞춰 “미국 경제는 2008년 이후 바닥을 헤매고 있지만 징가·링크트인·옐프·페이스북의 잇따른 IPO로 돈벼락을 맞은 실리콘밸리는 딴 세상”이라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본사 인근 고급 식당에는 손님이 넘쳐나고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실리콘밸리에서 팔린 자동차 가운데 20.8%가 벤츠·BMW·아우디·포르셰 같은 고급차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IT업계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노이밸리 지역에서는 가격이 200만 달러 아래인 주택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잡스 없는 애플의 성장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고 페이지가 포스트 잡스 자리를 굳히는 데 실패하면서 이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페이스북의 주가 침체는 여기에 불을 질렀다. 페이스북 주식은 한때 40달러까지 올랐지만 곧바로 25달러까지 곤두박질쳤고 여전히 발행 가격(38달러)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포춘은 최근 “페이스북이 실리콘밸리의 부동산 가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28)가 사는 팰로앨토의 주택 재고가 지난해 말보다 200% 늘었고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멘로파크 인근의 주택 재고도 80% 증가했다는 것이다. 포춘은 “페이스북 상장 전만 해도 침실 두 개가 딸린 주택 가격이 100만 달러에 달하는 등 올 들어 이 지역 집값이 11% 올랐지만 지금은 절반 가격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의 열기가 식으면서 샌프란시스코 경기도 함께 가라앉았다. 26일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자리한 한 상점이 “최고 60%까지 할인한다”는 표시를 내걸었지만 매장 안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창우 기자]
 ◆임대 간판 붙인 건물 곳곳에 =실리콘밸리의 멕시코식당 매니저인 에반젤린 네로자는 “불황의 공포 때문인지 이달 들어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예약이 확 줄었다”고 밝혔다. 평일이기는 하지만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은 물론 다니는 자동차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임대 간판을 붙인 건물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지역의 한 자동차정비업체는 ‘공식 수리센터 가격에서 40%를 할인해준다’는 간판을 내걸었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쇼핑몰들은 30~40%는 기본이고 최고 70%까지 할인판매에 들어갔음에도 손님들의 발걸음은 뜸하다. 시바 라자라만(37) 유튜브 프로덕트매니지먼트 총괄은 “구글이 상장 후 PC에서 모바일로 영토를 넓혀가며 성장세를 이어간 것과 달리 최근 상장한 업체들은 그런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정체의 위기를 맞은 실리콘밸리가 처음으로 미국 전체를 뒤덮은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미국 IT산업의 심장부. 하지만 실제 지도에 나오는 지명은 아니다. 미 서부 새너제이를 중심으로 서니베일·쿠퍼티노·팰로앨토·마운틴뷰 등 주변 지역을 포함한다. 시스코와 오라클 등 실리콘밸리 신화를 만든 1세대 기업들은 물론 페이스북·핀터레스트·드롭박스 같은 신흥 강자들까지 모여 있다.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이곳에 전초기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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