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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자에 녹인 나만의 문학세계, 트위터러처

안도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문학을 품었다. 최근 트위터를 이용해 문학 작품을 즐기는 트위터러처(twitterature·트위터 문학)가 진화하고 있다.



문학동네, 한 달간 시 백일장
안도현 시인 트위터 보내면
응모작 중 매일 1·2위 발표

 트위터러처는 트위터(twitter)와 문학(literature)을 합성한 신조어다. 지난해 말부터 트위터 공간에 ‘문학 봇(bot)이 활성화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용어다. 문학 봇이란 미리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에서 특정 문학 작품을 팔로어에게 자동 발송하는 트위터 계정을 뜻한다. 시인 기형도(@KiHyoungDo_Bot)·김수영(@kim_sooyung_bot)·백석(@paikseok) 봇 등이 수천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날로그 활자와 디지털 매체의 조합인 셈이다.



 사실 이러한 문학 봇은 트위터 공간에서 ‘읽는 문학’을 정착시킨 측면이 있다. 평소 문학 작품을 접하기 힘든 직장인 등에게 손쉽게 문학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문학 봇은 어디까지나 일방적으로 문학 작품을 전달하는 기능에 그쳤다.



 ◆나는 시인이다=트위터러처는 최근 이러한 ‘읽는 문학’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트위터를 활용해 직접 문학을 창작하는 ‘쓰는 문학’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트위터를 문학 창작의 공간으로 활용한 ‘트위터 백일장’이 대표적이다.



문학동네는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한 달간 ‘트위터 백일장’을 펼치고 있다. 안도현 시인의 트위터 계정(@ahndh61)으로 140자 이내의 짧은 시를 보내면, 안 시인이 심사해 매일 1등과 2등을 발표하는 방식이다. 하루 평균 응모작이 50건을 넘어설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지하철 포교게시판을 운영하는 시민단체인 풍경소리도 트위터 계정(@pgsorinet)으로 좋은 글귀를 공모 중이다. 매월 두 편씩 뽑아 전국 지하철역과 철도역 등에 게시한다.



 안 시인은 “트위터는 한 번 쓸 때 140자 이내로 글자수가 제한되므로 짧은 시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는 소통의 공간인데, 그 소통이 문학을 매개로 이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트위터러처는 사실 해외에선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2009년 5월 영국 런던에선 지하철 출퇴근자를 대상으로 ‘위대한 영국의 여름’이라는 주제의 트위터 시 짓기 대회가 열렸다. 출근길에 140자 이내의 시를 써서 전송하면 지하철역 전광판에 전시되는 방식이다.



 ◆단테·셰익스피어도 변용=같은 해 미국에선 시카고 대학 재학생들이 단테·셰익스피어·스탕달·조앤 롤링 등의 작품을 140자 이내의 글자로 된 20개 문장으로 압축한 『트위터러처: 트위터로 다시 쓴 세계 명작』(펭귄북스)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비극 등 고전부터 해리포터 등 현대 장르 소설까지 80여 개의 문학 작품을 마치 트위터를 쓰듯 발랄한 문장으로 압축한 독특한 형식이다.



예컨대 햄릿의 유명한 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는 ‘2bornt2b?’와 같은 재치 넘치는 한 줄짜리 문장으로 압축된다.



 일본에서는 일본 고유의 시 형식인 하이쿠(俳句)를 트위터에 접목한 ‘트와이쿠(twitter+haiku)’ 가 대표적인 트위터러처로 자리잡고 있다. 5·7·5의 17음으로 이뤄진 단시형(短詩形) 문학인 하이쿠는 140자로 글자수가 제한되는 트위터에 적합한 문학 형식이다. 기존 문학 장르가 트위터를 통해 재탄생한 사례다.



 문학평론가 김응교 교수(숙명여대)는 계간지 ‘작가들’ 여름호에 기고한 ‘트위터러처, SNS시대의 문학’이란 글에서 “트위터 문학을 통해 작독가(作讀家)가 탄생했다”고 진단했다.



작독가란 트위터를 통해 독자의 반응을 살피고, 글을 수정하는 적극적인 소통 과정을 통해 책을 내는 저자를 뜻한다.



 김 교수는 “트위터의 경우 짧은 140자 안에 문학의 맛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을 응축시키는 과정에서 강조·과장·은유·풍자·유며 등 다양한 문학적 표현이 활용된다. 하이쿠처럼 트위터 형식을 문학에 침투시켜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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