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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속 불가능한 한국 재정”

국회 예산정책처가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재정이 완전히 망가질 것이라는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어제 발표했다. 2060년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218%인 2경원에 달해 일본(현재 GDP의 230%)의 전철을 밟게 되리란 암울한 경고다. 현 세대가 복지 혜택을 누릴수록 그 부담은 후 세대에 떠넘겨진다. 보고서는 현재 열 살 초등학생의 경우 평생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이전수입)보다 3억200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그동안 막연히 짐작해 오던 불안한 미래상을 구체적 수치로 계량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이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고비용 지출 사회로 치닫는다면 그리스·스페인·일본처럼 국가적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는 묵시록(默示錄)이나 다름없다.



 이 보고서가 제안하는 해법은 간단하다. 더 늦기 전에 덜 쓰고 더 거두는 쪽으로 재정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재앙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세제 개편과 연금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세제 분야에선 현재 14.4%에 달하는 국세 감면율을 한 자릿수인 9%대로 낮추고, 2018년까지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을 12%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금 분야에선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2025년까지 12.9%로 올리고, 수급 개시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높이자고 주문했다. 문제는 이런 쓴 약을 우리 사회가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가적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고령화 사회는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한 근본적인 답이 없다. 열심히 생산성을 향상시켜 2060년 1% 아래로 떨어질 잠재성장률을 다소 끌어올린다 해도 큰 그림이 달라지긴 어렵다. 더욱이 이번 보고서는 ‘추가적인 복지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진행된 조사다. 최근 각종 선거처럼 정치권의 선심성 복지 공약이 반복되면 우리 재정은 훨씬 빨리 망가지게 된다. “이대로 가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우리 재정이 지속 가능성을 상실한다”는 이번 보고서의 경고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지금 재정 구조로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빠지기 쉬운 가장 큰 위험은 뻔히 다가올 위기를 위기라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기의식을 가다듬고, 유럽과 일본의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뒤늦게 재정동맹을 추진하는 유로존처럼 우리도 엄격한 재정준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매년 GDP 대비 재정적자나 국가채무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 정치권은 위기에 빠진 뒤에야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는 바람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우리 정치권도 대중 추수주의(追隨主義) 식의 포퓰리즘 유혹을 자제하고 개혁 의지를 가다듬어 주었으면 한다. 우리 세대가 쓴 약을 마시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 세대가 빚더미에 짓눌리게 된다. 이런 역사적 죄를 짓지 않으려면 당장 재정 개혁에 착수해야 하며, 그것이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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