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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K컬처, 한국을 공부하게 하라

기선민
중앙SUNDAY 기자
그러니까 꼭 20년 전이다. 어학연수차 영국 런던에 넉 달 정도 머물렀다. 셋집엔 일본인 3명, 이탈리아인 1명 도합 네 명의 여대생이 살고 있었다. 그중 다니엘라라는 이탈리아 여학생과 친해졌다. 다니엘라는 런던대 SOAS(동양아프리카대)에서 일본문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전공자답게 제법 값나가는 기모노를 갖고 있었고, 두툼한 우키요에(일본 전통화) 화집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집에 세든 이유도 하우스 메이트들이 일본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그 집 문화는 일본이 주도했다. 공용 주방에선 코끼리표 전기밥통으로 밥을 해 다같이 젓가락으로 떠먹었다. 집을 들고 날 때 심심찮게 “다다이마(다녀왔어)” “오카에리(어서 와)” 같은 인사말을 썼다. 다니엘라는 가끔 이렇게 말했다. “선민, 넌 한국인이고 난 이탈리아인인데 우리가 영국에서 일본어로 인사한다는 게 재미있지 않니?” 한국의 멋과 매력을 주장하기엔 나도 우리나라도 힘이 좀 부쳤던 시절이다.



 최근 런던올림픽을 겨냥한 한류축제 ‘오색찬란’의 기획자를 인터뷰했다. 영국 주재 한국문화원 전혜정(44) 사업총괄팀장이다. <중앙SUNDAY 6월 24일자 14면> 이 문화원은 지난해 외교통상부의 23개 해외문화원 평가에서 1위를 했다. 한류 관련 사업을 꾸준히 해온 덕분이다. 국내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꽤 알려진 런던 한국영화제는 올해로 7년째다. BBC ‘조너선 로스쇼’로 영국 내 몸값 1, 2위를 달리는 진행자 조너선 로스가 트위터(@wossy)에 “한국영화제에서 영화 ‘아저씨’를 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 올릴 정도다.



 문화원 안에 콜라텍을 꾸며 K팝을 틀어주는 ‘K팝 나이트’는 첫 회 때 시작 네댓 시간 전부터 인근 트래펄가 광장까지 영국 청소년들이 줄을 길게 늘어설 정도로 성황이었다. 전 팀장에게서 영국 내 한류 얘기를 듣다 보니 20년 전이 떠올랐다. 격세지감이었다. 하지만 만족하긴 이르다. 유럽의 한류, K컬처는 지금부터다. 아이돌 그룹 공연이나 영화제 몇 번, 괜찮은 한국식당 몇 군데론 반짝 인기로 사그라질 가능성이 많다. 한국 문화가 좋다(1단계)-한국이 궁금해진다(2단계)까진 왔지만 20년 전 이탈리아 대학생이 일본에 대해 그랬듯 한국을 공부한다(3단계)로 진화하기까진 갈 길이 멀다.



 가령 전 팀장은 “왜 한국 대학들은 영국에 와서 학생을 유치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한국 유학생이 늘어 유럽 내 지한(知韓)파로 발전한다면 그 장기적 효과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나 영화산업·관광산업 등이 커지는 데 비할 바가 아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K팝 기사를 썼고 K팝 블로그를 운영 중인 저널리스트 에드위나 무카사(22)는 올 10월 한국에 휴가를 온다. 2008년 에픽하이의 노래를 듣고 K팝에 빠진 지 4년 만에 1단계에서 3단계 직전까지 진화한 경우다. 무카사 같은 ‘잠재적 지한파’를 어떻게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까. K컬처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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