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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 칼럼] 비전을 보고 싶다 ② 탈(脫)탄소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빨리빨리’ 문화가 몸에 밴 한국인에게 30년, 50년 앞의 비전을 얘기하는 것은 수술이 급한 환자에게 예방의학 강의하는 격이다.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리기 쉽다. 하지만 비전은 나침반이고, 성급할수록 더욱 중요하다. 대권을 꿈꾸는 지도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탈(脫)분단에 이어 두 번째로 주문하고 싶은 비전은 탈탄소다. ‘자체발광 녹색 대한민국’을 위한 ‘굿바이 CO2’의 비전을 보고 싶다.



 프랑스의 항공기술자인 루이 블레리오가 25마력짜리 단발엔진이 달린 프로펠러기를 타고 최초로 영불해협 횡단에 성공한 것은 1909년 7월이었다. 그로부터 약 100년 후인 지난 5일,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탐험가인 베르트랑 피카르는 태양광 비행기를 몰고 처음으로 지브롤터 해협을 횡단했다. 60m가 넘는 긴 날개에 달린 1만2000개의 전지판에서 생산된 태양광 에너지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모로코 수도 라바트까지 768㎞를 날아갔다. 같은 날 미국 보잉사는 액체수소연료로 움직이는 무인항공기 비행 실험에 성공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탄소 제로’가 두 비행체의 공통점이다.



 파리시는 전기자동차 공공 대여 서비스인 ‘오토리브(Autolib)’를 시범운영 중이다. 파리와 인근에 설치된 1100개 충전소에서 자전거 빌리듯이 전기차를 빌려 타고 가까운 충전소에 반납하는 시스템이다. 파리시는 현재 1700대인 오토리브의 전기차 수를 올 연말까지 3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전기배터리나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무공해 차량 개발과 시장 선점에 세계 자동차업계는 사활을 걸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줄여야 한다. 더구나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화석연료를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조력, 지열, 바이오매스, 수소연료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국의 석학인 제러미 리프킨(펜실베이니아대 워튼 스쿨 교수)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새로운 에너지 체제와 만날 때 경제에 혁명적 변화가 온다고 말한다. 19세기의 1차 산업혁명은 석탄을 사용하는 증기기관이 인쇄술과 결합해 일어났고, 20세기의 2차 산업혁명은 석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과 전기·전자 기술이 결합한 결과라는 것이다. 21세기의 3차 산업혁명은 신재생에너지와 인터넷 기술이 결합해 일어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화석연료 에너지를 수직적으로 공급받는 방식에서 신재생에너지를 각자 생산하고 수평적으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체제가 혁명적으로 바뀌면서 경제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모든 건물에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고, 에너지 저장 기술을 보급하고,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을 갖추고, 교통수단을 무공해 차량으로 교체하는 등 몇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 3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경우 약 40년 후가 될 것으로 리프킨은 내다보고 있다.



 EU는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스마트 그리드 확충에 1조 유로(약 1440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경험한 일본의 민주당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몽골 고비사막을 태양광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동아시아 전력망을 연결하는 ‘아시아 수퍼 그리드’ 구상을 추진 중이다.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하고, 녹색성장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은 평가할 일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 자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전략은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4대 강 사업에 들어간 막대한 예산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을 촉진하는 데 썼더라면 녹색성장에 더 기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리프킨은 한국은 1·2차 산업혁명의 후발주자였지만 3차 산업혁명에선 앞서갈 수 있는 역량과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3면이 바다여서 대체에너지 개발이 용이하고, 조밀한 인구와 세계 최고의 인터넷 보급망은 지능형 전력망 설치에 유리하다. 태양광과 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한반도를 3차 산업혁명의 발상지로 바꾸는 원대한 비전을 보여줄 지도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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