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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삼성·LG보다 애플이 잘하는 것, PT

LG그룹엔 프레젠테이션 전문가가 있다. LG CNS의 이영택(53) 제안전문위원이다. 사내 주요 프로젝트의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을 계획하고 담당 직원을 교육하는 게 그의 업무다.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기도 한다. 사업을 수주한 뒤에야 제품을 만드는 IT서비스업의 특성상 프레젠테이션이 중요하다. 여기서 고객을 사로잡지 못하면 제품을 만들지도 못한다. 그래서 LG CNS가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를 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을 만나다

 “애플은 잘하는데, LG·삼성이 못하는 게 뭔지 아세요?”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만난 이 위원은 대뜸 이렇게 물었다. 그러곤 세 회사의 TV 광고를 보여줬다. 소비자를 상대로 한 프레젠테이션이 바로 광고다. 애플의 아이폰 광고는 음성 명령 서비스 시리(Sir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담았다. 광고 속에서 사람들은 시리에게 음식점의 위치를 물어보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라고 말하고, 며칠 뒤 중요한 회의가 있으니 알려 달라고 명령했다. 이번엔 LG유플러스의 광고. 동영상을 내려받고 있는 스마트폰 2대가 나온다. 한쪽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스마트폰이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의 광고는 식당이 배경이다. 테이블 위에 있는 스마트폰을 보고 여자가 깜짝 놀라 일어나며 소리를 지른다. 스마트폰 화면엔 거미 사진이 떠 있었다. 옆에 있던 남자가 가방을 들어 스마트폰을 내리친다.



 “우리 기업은 공급자 입장에 서 있어요. 스스로 자랑하고 싶어 죽겠는 걸 말하죠. LG는 속도고, 삼성은 화질이죠. 애플은 어때요? 사람들이 시리를 비서처럼 쓰는 법을 보여주잖아요. 속도 빠르고 화질 좋으면 뭐하나요? 그걸 통해 내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고객은 그게 궁금해요.”





 고객 입장에 서기. 이게 바로 이 위원이 꼽은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노하우다. ‘프레젠테이션의 전설’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도 이걸 잘한단다. 잡스는 애플 제품이 얼마나 혁신적인지가 아니라 그게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바꾸어 내는지를 강조한다는 얘기다. 이 위원은 “정보기술(IT)이 발달할수록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기술이 점점 복잡해질 뿐 아니라 발전의 속도도 빨라진다. 하나의 기술을 터득하기도 쉽지 않은데 터득하고 나면 다음 기술이 나와 있을 정도다. 그는 “쓰기 쉬운 기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쓰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제품을 팔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비단 IT업계 얘기만이 아니다. IT는 세상을 빠르게 변하게 만들었다.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일 외엔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그러니 새로운 지식과 기술, 정보를 짧은 시간에 선명하게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중요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란 얘기다.



 인상 깊게 본 프레젠테이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은 벤처기업 이음소시어스 박희은(26) 대표의 프레젠테이션을 꼽았다. 한 방송사에서 하는 15분짜리 강연 프로그램에 나왔는데, 구체적이고 명확한 단어를 써 메시지를 분명하고 간결하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끝난 뒤 궁금증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는 박 대표의 프레젠테이션을 높게 평가했다.



 프레젠테이션 전문가가 꼽은 발군의 발표자, 박 대표. 그는 사업상 프레젠테이션을 자주 한다. 투자자를 상대로 한 프레젠테이션이 많다. 박 대표는 “이음이 왜 돈을 벌 수밖에 없는지가 내가 전하려는 단 하나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사실 국내 온라인 데이팅 업체가 없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여성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회원을 분석해보면 남녀 비율이 8대2까지 벌어진다. 데이트 상대를 검색해 프로필을 보고 쪽지를 보내는 ‘적극적인 행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여자들은 그렇게까지 하려고 들지 않죠. 소개팅을 해달라고 하는 남자는 많지만 여자는 없잖아요. 소극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음에선 추천을 해주니 검색할 필요가 없어요. 저희 회원을 보면 남녀 비율이 1.3대 1 정도예요. 그만큼 여성 회원이 많다는 거죠.”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음은 첫 달 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일종의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회원의 나이와 거주지역·관심사 등을 고려해 매일 데이트 상대를 추천해주는데, 데이트를 원한다는 쪽지를 보내려면 3300원을 결제해야 한다. 이 3300원이 모여 지금은 매월 1억원이 된다.



 자본금 2000만원으로 출발한 이음이 총 26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 프레젠테이션 능력이었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많지만 박 대표는 따로 리허설을 하진 않는다. 대본 외우기는 그가 꼽은 금기 중의 금기. 청중 앞에 서면 긴장되기 마련이라 외운 걸 복기하려 들면 더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게 이유에서다. 박 대표만의 노하우는 없을까. 그는 “글쓰기 하듯 개요를 짠다”며 “글을 쓰듯 논리적이어야 궁금증이 남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사실 그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익혔다. 초등학생 때 PC통신 하이텔 초등학생 커뮤니티 ‘꾸러기동산’의 시솝(회장)을 맡아 글쓰기를 익혔다. 대학생 땐 각종 수업에서 발표 기회가 적지 않았는데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겼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한다.



 “부모님 세대에 비해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하고 싶은 걸 말하고, 하고 싶은 걸 하죠. 여기에 디지털 기술이 더해지면서 자기를 표현할 기회도 늘었고요.”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게 일정 부분 ‘세대의 특성’에 기인한다는 박 대표의 생각에는 이 위원도 공감했다. 이 위원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가 성장하면 한국에서도 잡스 같은 프레젠테이션 절대지존이 머지 않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일에 주저 없이 도전하는 디지털 세대는 스마트폰이 연 제2의 벤처붐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디지털 세대라고 해도 벤처업계엔 여전히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페이스북 최초의 여성 이사로 이름을 올린 셰릴 샌드버그 같은 거물이 한국 벤처업계엔 아직 없다. 그런 인물을 이음이 배출하는 것, 그게 박 대표의 꿈이기도 하다. 이음소시어스의 직원 38명 중 여성은 17명. 박 대표는 “꿈이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될 것 같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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