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57> SPA 패션 브랜드의 세계

심서현 기자
최근 강남역이나 명동역 근처에 가보셨나요. 2~3개 층을 사용하는 대형 패션 브랜드 매장이 한 집 건너 들어서 있지요. 서울 주요 상권을 점령한 이들, 바로 ‘패스트패션’이라고도 부르는 SPA 패션 브랜드입니다. SPA, 많이 들어 익숙하지만 정확한 의미를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데요. 누구나 옷장 속에 한 벌은 있다는 SPA 패션, 그 정의와 특성에 대해 알아봅니다.



H&M·자라·유니클로 … 전세계 5300여개 매장 둔 ‘패션의 맥도날드’

심서현 기자



스파 원조 GAP, 90개국에 3100개 직영매장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다. 자기 회사 제조 상품을 유통하는 제조직매형 전문의류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조사가 상품 기획·디자인에서부터 생산·유통, 가격 결정까지 전부 하는 것을 말한다.



SPA는 상품 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에 유행하는 디자인의 옷이나 액세서리를 발 빠르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사진은 에잇세컨즈 매장의 구두 코너. [사진 제일모직]


 이 용어를 처음 쓴 것은 미국 캐주얼 의류브랜드 갭(GAP)의 창업자인 고(故) 도널드 피셔 회장이다. 갭은 196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리바이스 청바지를 주로 취급하는 여러 캐주얼 브랜드의 편집 매장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바겐세일이 상설화되고 다른 매장과의 차별성이 사라지자 회사 수익이 악화됐다. 이때 피셔 회장은 패션 브랜드의 판매 대리점 형태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기획한 제품을 생산해 직접 판매하기로 결정한다. 그러자 연간 30~40%씩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곤두박질치던 갭의 매출은 80년대 중반부터 수직 상승하게 됐다. 피셔 회장은 86년 결산 보고서에 “우리가 새로운 소매업태를 개발했다”며 SPA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창조성·디자인성이 풍부한 상품을 개발하고 리스크를 떠안아 생산하고 가격 결정권도 가지며 매장에서는 제품과 코디네이션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가진 판매원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갭은 이후 87년 영국 런던, 93년 프랑스 파리, 95년 일본 다마가와에 매장을 내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했다. 현재는 세계 90개국에 3100개의 직영매장과 175개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갭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SPA의 기본 개념을 정립했다. 기획·디자인·생산·유통까지 한 회사가 맡으면 자연히 유통단계가 줄어든다. 그래서 유통 비용과 시간 모두가 줄어 저렴한 제품을 빠르게 생산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품 디자인은 제조사의 고유한 스타일보다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단순한 디자인을 다양한 사이즈로 출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매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중심으로 재고를 최소화하고 판매율을 높인다. 이를 위해서는 각 매장에서의 판매 정보를 컴퓨터로 처리해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옷을 옷걸이에 거는 대신 접어서 테이블 위에 쌓아놓는 진열 방식 역시 갭이 시작했다.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이러한 SPA 기본 개념을 변용했다고 볼 수 있다. 84년 갭을 벤치마킹해 출시, ‘모두를 위한 디자인(Made for all)’을 기치로 내걸어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가를 이뤘다. 유니클로의 특징은 자체 제조공장이 없고 70여 곳의 협력사에서 제품을 공급받는다는 점이다. 전체 제품의 90%를 중국에서 만드는데 상하이(上海)나 선전 같은 주요 생산거점에는 자사의 생산관리 담당자 170여 명을 주재원으로 보내 품질을 관리한다.



유니클로, 모든 국가서 똑같은 상품·가격 유지



일본의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후리스, 히트텍 같은 히트상품을 내세워 무난하게 받쳐 입기 좋은 의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사진은 지난해 문을 연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사진 유니클로]
유니클로의 전략은 ‘이너웨어 공략’이다. 어떤 외투나 재킷 안에도 무난하게 조합해 입을 수 있는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싼값에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 히트상품을 개발하는 데도 힘을 썼다. 98년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유니클로의 대표 제품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후리스’, 초경량 발열 소재를 활용한 기능성 보온의류 ‘히트텍’, 자외선을 차단하는 ‘UV-CUT 콜렉션’ 등이 대표적이다. ‘패션의 맥도날드’라는 개념도 유니클로에서 나왔다. 전 세계 어느 맥도날드 영업점에 가도 똑같은 빅맥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유니클로 모든 국가의 매장에서 같은 시즌에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가격 역시 환율만을 적용해 전 세계 표준가를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무난한 제품을 값싸게 만드는 것’이 SPA의 전부는 아니다. 베이직한 디자인의 갭·유니클로가 SPA의 한 축이라면 자라(ZARA)·H&M·망고 같은 브랜드는 ‘최신 유행 디자인’를 내세워 SPA의 또 다른 줄기를 이루고 있다. 자라는 75년 설립된 스페인 의류 브랜드로 현재 전 세계 82개국 1900여 매장을 통해 연간 2만5000가지 제품을 내놓고 있다. 모기업인 ‘인디텍스’는 지난해 20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패션 소매업 1위 업체다.



자라 신제품, 아시아 전역에 48시간 내 도착



자라의 핵심은 발 빠른 시장 트렌드 분석과 적용이다. 전 세계 매장 매니저가 소비자들로부터 입수한 제품 반응과 트렌드가 본사로 모여 구매·디자인·생산 부서로 전달되고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신제품을 즉시 만들어낸다. 사전 생산 비율은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85%는 고객 반응에 따라 만들어낸다. 브랜드가 디자인과 컨셉트를 제시해 소비자에게 내려보내는 기존 의류브랜드의 마케팅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자라는 이 과정에 ‘과학’을 활용했다. 먼저, 미국 MIT와 산학 연계를 통해 재고량을 산출하는 최적화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물류의 완전 자동화를 위해 스페인에 축구장 90개 규모인 50만㎡ 넓이 대형 물류기지를 갖춘다. 이곳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상품을 점포별로 나누고 목요일과 일요일 오전 6시에 전 세계로 일괄 항공 배송한다. 신제품은 유럽이라면 24시간, 아시아 지역에는 48시간 만에 각국 매장에 도착한다. 이것은 도요타의 ‘JIT(just-in-time·적시 생산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때그때 유행을 반영한 다품종 소량생산, 빠른 제품 회전율 등은 SPA의 또 다른 특성이다. 자라 매장에는 주 2회씩 신제품이 들어오기 때문에 5주면 매장의 모든 제품이 교체된다.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보고 갔다가, 그 다음 주에 다시 방문하면 그 상품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비자들에게는 ‘이번에 안 사면 구할 수 없다’ ‘옷도 몇 번 입고 교체하는 소비재다’라는 인식을 심는 효과를 가져왔다. 사실 ‘패스트패션’이라는 용어는 이 때문에 생겨난 SPA의 별명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2001년 망고를 시작으로 2005년 유니클로, 2008년 자라, 2010년 H&M 순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이에 맞서는 국내 SPA브랜드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이랜드가 ‘스파오’와 ‘미쏘’를 론칭해 가장 먼저 나섰고 제일모직은 지난 2월 ‘에잇세컨즈’를 론칭해 넉 달 만에 5개 매장을 열었다. 그 외에도 SPA를 표방하는 신생 브랜드가 많다. 하지만 SPA라고 칭하려면, 글로벌 업체들이 보유한 대량 생산 능력과 재고관리, 물류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토종 SPA’가 풀어야 할 숙제다.



도움말·사진=삼성패션연구소·유니클로·자라·에잇세컨즈





유명인도 애용하는 SPA

미셸 오바마 갭 원피스, 영국 왕세손비도 자라 드레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은 SPA에도 적용된다. 저가 SPA브랜드에 명품 디자인을 적용한 협업(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스웨덴 SPA브랜드 H&M이 그 선구자 격이다. 2004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콤 데 가르송, 베르사체, 랑방, 지미 추, 마르니 같은 최고급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 제품을 매 시즌 내놓고 있다. 명품이 아닌 SPA 가격으로 매번 고객들이 출시 때 매장 앞에 장사진을 치게 만든다. 톱 디자이너에게는 대중과 만날 수 있는, SPA에게는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다.



 해외 유명인의 SPA 사랑도 ‘극적인 만남’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SPA 애호가로 유명하다. 지난해 NBC-TV의 토크쇼에 출연할 때 입은 도트무늬 원피스는 35달러(약 4만원) 짜리 H&M 제품이었다.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갈 땐 갭(GAP)의 29.99달러(3만2000원)짜리 푸른색 줄무늬 원피스(사진)를 입어 자국 브랜드를 챙겼다. 영국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 역시 지난해 영국 가수 캐리 발로의 공연장을 찾을 때 고급 브랜드 랄프 로렌 재킷 속에 69파운드(약 12만원)짜리 자라의 미니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포착됐다. 이 드레스는 며칠 안 가 전 세계의 자라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두 품절됐다. 중고 사이트 이베이에서는 3~4배씩 웃돈을 얹어 팔기도 했다고 한다.



SPA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 1986년 갭이 처음 도입한 개념. ‘전문점·독자상표·의류’라는 세 가지 의미를 합친 합성어. 상품의 기획과 의류 디자인을 비롯해 생산과 판매까지 의류에 관한 전 단계를 하나의 회사가 일괄적으로 시스템화해 관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소비자의 반응을 빠르게 파악해 적기에 생산이 가능하다.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해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 매장 크기는 대형이며, 매장당 파는 품목이 매우 다양하고 많다.





독자와 함께 만듭니다 뉴스클립은 시사뉴스를 바탕으로 만드는 지식 창고이자 상식 백과사전입니다. 뉴스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e-메일로 알려주십시오. 뉴스클립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 모아 두었습니다. www.joongang.co.kr 에서 뉴스클립을 누르세요.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