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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잊혀져 가는 6·25, 기억하려는 외국 학생

김민상
사회부 기자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는 6·25 전쟁 참전용사 300여 명이 모여 사는 ‘한국마을’이 있다. 당시 파병됐던 3500여 명의 군인은 왕실 친위 부대였다. 1975년 공산 정권이 들어서 91년 물러나기까지 이들은 직업을 잃고 근근이 살아야 했다. 지난해 11월 국가보훈처 신준태 사무관이 한국마을을 다시 찾았을 때 참전용사들의 집안 장롱과 서랍장에는 한국에서 찍은 사진과 훈장이 걸려 있었다.



 올해 에티오피아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안두알렘 페카트(23·한국외국어대 한국어연수과정)도 참전용사인 아버지를 통해 한국을 기억하고 있었다. 페카트는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공산 정권 아래서 직업도 잃고 결혼도 늦게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고생 끝에 리데타 가톨릭 고교 경비원으로 직장을 잡았고, 그 학교를 무료로 다니면서 한국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역사 수업 시간에 우리가 6·25 전쟁에 참전해 지킨 평화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강원도 양구 수리봉에는 6·25 전쟁 참전국 국적을 가진 유학생 60명이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찾았다. 이곳은 51년 8월 한 달간 국군과 연합군이 북한군과 전투를 벌여 2만70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피의 능선’ 지역이다. 현장을 찾은 터키 유학생 칸다미르 세랍(27·서울대 국어교육학)은 “터키 서부에는 산이 없는데 한국까지 와서 이렇게 높은 산을 오르며 싸웠을 선조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터키 마을에서 노인들이 종종 한국 이야기를 한다”며 “양국이 힘을 합쳐 평화를 지켜낸 만큼 6·25 전쟁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전쟁의 당사자인 한국의 학생들에게 이미 6·25는 잊혀진 전쟁이 되고 있다. 본지가 한국교총 등과 설문조사를 최근 벌인 결과 초·중·고·대학생 4명 중 1명가량이 6·25 전쟁을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가 일으켰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교사들은 “한국사는 암기과목이라 학생들에게 지루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사는 지난해 논란 끝에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됐지만 수학능력시험 선택과목 중에 여전히 기피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수학능력시험에서 전체 응시생 중 6.7%만이 한국사를 선택했다. 이러니 아주 기초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6·25 때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흘렸던 피를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부끄럽지 않은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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