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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조선족학교의 회족 학생



정용환
베이징 특파원




수원 여성 살인 사건의 주인공 우위안춘(오원춘)의 고향은 중국의 조선족 커뮤니티 중에서도 가장 바깥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양과 소를 풀어 키우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싱안멍(興安盟) 초원길을 한참 지나고 폭우로 길이 끊겨 걷거나 외곽으로 크게 돌아야 닿을 수 있는 궁벽한 곳이었다.



 이런 외딴 마을에도 조선족 자녀를 위한 소학교(초등학교)가 있었다. 우위안춘도 이 학교에서 걸음마 수준이긴 하지만 한글을 익혔다. 10년 전 큰물이 났을 때 진흙 벽돌로 세운 학교 교사는 떠내려가고 지금은 담자락 일부만 남았다. 학교 터에 발을 들이고 주위를 둘러봤다. 조선족 어린이들이 지저귀듯이 우리말 교과서를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신산한 삶 속에서도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자각과 공동체의 혼과 정신을 후세에 물려주겠다는 의지가 이 학교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을 것이다.



 이 학교는 마을에서 180㎞ 떨어진 울란호트시의 조선족소학교로 통합됐다. 네이멍구 유일의 조선족 초등교육 기관이다. 청장년층의 도시 이주가 가속화되면서 농촌을 기반으로 하는 조선족 공동체가 와해돼 학생 수는 예전만 못했다. 전교생 104명. 하지만 학교는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는 서글픈 상황이 아니었다.



 빈자리를 회족·몽골족·한족 학생들이 메우고 있었다. 양측 부모가 조선족이 아닌 학생들은 18명. 부모 중 한쪽만 조선족인 학생도 50여 명에 달했다. 도연화 학교장은 “조선족 학교에 대한 지역 사회의 위상이 대단히 높다”며 “다른 민족 학생들을 우리말과 글로 잘 키워내면 우리 민족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회족·한족 학생 등이 조선족학교를 찾는 배경엔 한·중 수교 20년 동안 확대된 경제교류가 꼽힌다. 양과 질적으로 중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규모로 성장했다. 이곳 부모들 눈에도 한국어 교육의 잠재력이 뚜렷했던 모양이다. 형편상 영어 교육이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이리저리 재 본 결과 제1외국어로 한국어를 택한 것이다. 매년 비(非)조선족 신입생 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한류 드라마와 빈번한 왕래 덕에 교사들의 발음도 거센 억양이 한층 누그러져 표준어에 가까웠다. 복도 벽에 걸린 학습 참고 자료가 눈길을 끌었다. 이웃 나라의 정치체제를 설명한 도표였는데 맨 위의 중국 다음 줄이 대한민국이었다. 북한과 미국·일본이 그 아래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자국 이외의 첫 번째 나라는 한국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 이렇게 조선족학교는 국가 브랜드 홍보의 최전선이자 매력공세의 거점 구실을 하고 있다. 우리의 문화·경제 영향력 확대를 위한 이런 거점이 변변한 기자재 없이 10년 넘은 구형 캠코더로 학습자료를 만들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중국인에게 한국 브랜드의 상징이 된 삼성·LG 제품 하나 없이 말이다.



<네이멍구 싱안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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